이순신의 7년 7
“통제사 나리께서 왜적을 물리칠 비책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우덜을 돕구 있다는 것만 말헐 겨.” “하늘이 나리 편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러니께 우덜은 이길 수배끼 읎구먼.”
『이순신의 7년』7권에서 왕명 거역 죄로 의금부에 하옥돼 고문을 받던 이순신은 백의종군의 특별사면을 받고 권율 진영으로 내려가는 중에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고, 부친에 이어 모친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회한에 젖는다. 한편 통제사가 된 원균은 선조에게 군사 삼십만 명을 원하는 장계를 올리고 절영도 싸움에서 전선 스무 척과 수군 수백 명을 잃고는 칠천량으로 패퇴하지만, 왜군의 기습 공격으로 전라 우수사 이억기와 충청 수사 최호가 전사하고 원균 자신은 도망치다가 왜군의 칼에 죽는다. 한산도를 잃고 조선 수군은 궤멸 상태에 놓이게 되고, 남은 것은 달아난 배설의 전선 열두 척뿐이다. 왜적이 호남으로 몰아칠 것을 예상한 이순신은 하동의 노량부터 진주까지 살펴보고 조류가 급하고 소용돌이치는 좁은 노량 울돌목을 결전지로 정해둔다. 그사이 선조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하고는 또다시 육군에 합류하라는 교지를 내리므로, 이순신은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이순신 자신이 있으니 수군을 재건하여 왜적을 물리치겠다는 장계를 올리고 명량에서 승리를 거둔다. 노량해전에서 죽음으로 바다를 지켜내니 7년에 걸친 왜란이 끝난다.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찬주의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으며,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를 마치고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되었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냈다.
이순신의 7년 6
“지가 비애를 느끼는 것은 딱 한 가지구먼유. 대신덜이 해전을 참말루 모른다는 것이 가심을 아프게 하는구먼유.”
『이순신의 7년』 6권은 여수 본영에서 한산도 둘포로 진을 옮긴 이순신이 군관 정사준으로 하여금 왜의 조총을 연구, 새로운 조총을 만드는 데 성공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굶어 죽어가는 양민들을 위해 둔전에 농사를 짓게 해달라는 장계까지 올리지만 호조의 대답은 없고 시체의 살을 베어 먹고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횡행하는 가운데 구제소에서는 서리들이 구휼 곡식을 빼돌린다. 그야말로 나라가 생지옥이다. 명나라 총병은 왜적을 토벌하지 말라는 금토패문을 보내오고 선조는 왜적 토벌을 다그치면서 불가사의하게도 남해를 지키고 있는 이순신을 적대시한다. 선조의 심중에 야합하는 조정이 이순신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중에 이중첩자 시치다유(요시라)의 반간계(이간책)가 통함으로써 이순신은 절체절명의 칼날 위에 서게 된다.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찬주 작가의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이며,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나가고 있다.
이순신의 7년 5
“장수란 말여, 명을 내리기두 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인 겨!”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찬주 작가의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이순신의 7년 5권은 청허대사의 격문으로 오천 명 승려들이 의승군으로 나서는 대목으로 시작된다. 사명대사는 삼천 의승군을 이끌고 군사훈련을 하지만 명의 심유경이 왜적과 화의를 도모하느라 평양성 공격은 미루어진다. 드디어 이여송이 오만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오고 조명연합군은 의승군의 모란봉 점령에 힘입어 평양성을 수복하지만 명군의 노략질이 왜적 못지않다. 선조는 이순신에게 왜군의 퇴로를 끊어 섬멸하라는 유서를 내린다. 이순신은 의승군을 불러, 웅천 왜성과 포구의 왜선들을 한꺼번에 치는 수륙병진 작전을 편다. 원균은 전공에 집착하고 명군은 왜와의 강화를 위해 조선 수군의 작전권까지 통제한다. 한편, 진주성 성주의 목을 가져오라는 히데요시의 명으로 십만여 왜군이 진주성에 집결하니 김천일, 최경회의 의병군과 관민 육만여 명이 죽기를 각오한다. 작가는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으며,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이다.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나가고 있다.
하품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한무숙문학상 ․ 동인문학상 ․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정영문의 중편소설 “뭘 하고 있나.” “내 인생을, 응시하고 있는 걸세.” “못 하는 말이 없군.” 무의미한 말과 말을 주고받는 대화의 향연, 고독의 고백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한무숙문학상 ․ 동인문학상 ․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정영문의 중편소설 “뭘 하고 있나.” “내 인생을, 응시하고 있는 걸세.” “못 하는 말이 없군.”무의미한 말과 말을 주고받는 대화의 향연, 고독의 고백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하품』은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큰 화제를 모은 정영문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삶 그 자체에 대한 절망과 회의에서 솟아나는 권태를 삶의 일상성을 모욕하는 듯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마치 농담을 하듯 유희적으로 그려 보여준다. ‘나’와 ‘그’는 함께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만큼 서로 하찮게 여기지만, 각자 삶과 세계에 지루함과 비루함을 느끼면서 일련의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무료하고 심심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억지로 쓸데없는 행동들을 일삼곤 한다. 그들의 일탈은 그저 반쯤 썩은 사과를 깎아서 먹는다든지, 코끼리한테 주려던 눅눅해진 강냉이를 먹는다든지, 코털이나 머리털을 뽑는다든지 하는 일들에 불과하다. 작가는 무의식과 비정형을 끝없는 중얼거림이라는 새로운 화법으로 얘기하며 독자를 이전의 한국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또한 언어가 현실과 얼마나 무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극단적으로 분절된 대화의 연쇄를 통해 표현하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결국 우리가 발 디딘 공간이 소설 속 농담과 하품의 세계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죽은 올빼미 농장
1990년대 한국문학의 뉴웨이브를 이끌며 새 문을 열었던 백민석 작가의 중편소설 “내 어렸을 적 친구는 앵무새들을 키우며 살았네. 울타리도 없는 이상한 집에서.” 인공의 자연에서 나고 자란 인간의 성년식
1990년대 한국문학의 뉴웨이브를 이끌며 새 문을 열었던 백민석 작가의 중편소설 “내 어렸을 적 친구는 앵무새들을 키우며 살았네. 울타리도 없는 이상한 집에서.”인공의 자연에서 나고 자란 인간의 성년식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죽은 올빼미 농장』은 1990년대 한국문학의 뉴웨이브를 이끌며 새 문을 열었던 백민석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아파트먼트 키드의 내면적 성장소설로, 작가는 ‘죽은 올빼미 농장’을 동원하여 아파트먼트 세대의 황폐한 내면을 보여준다. 죽은 올빼미 농장은 아파트먼트 키즈가 성년식을 치르는, 통과의례로서의 장이며 작가가 아파트가 곧 자연인 이 세대에게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차린 장소이다. 작가는 착각과 환상에 사로잡힌 ‘손자’의 죽음이 허물어져 폐허가 된 또 하나의 죽은 올빼미 농장이며, ‘인형’에게 조언을 구하고 ‘자장가’에 집착하는 주인공 역시 언제 손자처럼 자멸할지 알 수 없음을 암시한다. 주인공에게 죽은 올빼미 농장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존재는 대학 동창 ‘민’이이다. ‘민’은 주인공을 현실로 귀환시키는 영매이자 안정과 휴식을 상징하는 새로운 타입의 고향이다. 주인공과 30년을 함께해온 ‘인형’은 그래서 죽은 올빼미 농장의 들샘에 수장되고 만다. 세상에 대해 머뭇거리고 비껴가던 기형적 삶의 방식으로부터 비로소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주인공을 쉽게는 놔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터널을 빠져나오는 길 위의 택시 안에 있으면서 끝없이 어딘가로 달려가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응준의 중편소설 “그는 황금빛 탄환이 단 한 발 장전되어 있는 T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의 삶은 정확히 20초가 남아 있었다.” 자기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지속가능한 파멸에 이르기까지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응준의 중편소설 “그는 황금빛 탄환이 단 한 발 장전되어 있는 T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의 삶은 정확히 20초가 남아 있었다.”자기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지속가능한 파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은『국가의 사생활』,『내 연애의 모든 것』등을 통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이응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을 배경으로 잔인한 어둠에 갇힌 한 인간의 몰락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어두운 분위기로 그려지는 이 음울한 인생 약사(略史)는, 마약과 섹스에 찌든 주인공이 만들어진 우상에 빠져 자기파괴적인 욕망에 불가항력적으로 이끌리면서 삶이 붕괴되는 과정을 묘사한 파노라마이다. 재벌 아들로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그를 비롯하여 광기를 물려받아 악령을 섬기는 T, 결혼을 앞둔 친구의 애인과 동침하는 그의 약혼녀 G, 마약과 매춘의 중개업자 스티브까지, 이응준이 내세우는 화자들은 모두 일탈적인 욕망에 휩쓸려 험난한 세상의 바다에 난파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치닫는 어둠의 세계는 ‘카(Ka)’라는 이름의 만들어진 우상으로 상징되는, 이 세계의 욕망인 동시에 폭력 그 자체이다. 작가는 이 욕망의 서사극에서 말초적인 삶만이 아니라 말초적인 죽음까지도 그려냄으로써, 이 세계의 부조리를 부조리 그 자체로서 폐부까지 드러내 보인다. 이는 작가가 던지는, 삶이 주는 공허와 공포에 대한 개인의 가장 발칙한 물음이다.
아주 사소한 중독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중편소설 “장미는 말라갈수록 더 애틋하죠. 말라가는 냄새, 말라가는 색깔…….” 치명적인, 너무도 치명적인 사랑의 사소함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중편소설 “장미는 말라갈수록 더 애틋하죠. 말라가는 냄새, 말라가는 색깔…….”치명적인, 너무도 치명적인 사랑의 사소함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아주 사소한 중독』은 함정임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줄곧 생의 상처와 죽음의 상흔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탐색하고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도정을 보여왔던 작가 함정임이, 생의 가장 원초적 감각인 ‘혀’를 매개로 사소한 일상에 잠복해 있는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을 가벼운 포르노그라피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형식과 스타일의 측면에서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나아가 사랑의 상실과 고독, 혹은 소통 부재의 소외감이 진정 당신에게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지 묻는다. 주인공 ‘그녀’는 특급 호텔의 케이크 디자이너로 연하의 유부남과 불륜의 사랑에 빠져 있다. 혀를 통한 감각만을 맹신하는 ‘그녀’에게 먹고 말하는 데 사용되는 혀는 자신의 감각적 · 감정적 대상을 골라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작가는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관계의 소소한 단면에 빠져들어 중독되는 순서를 묘사하여, 사소함의 중독성에 숨겨진 상처의 위험으로부터 현대인들이 안전한지를 묻는다. ‘그녀’와 연하의 유부남 ‘그’의 사이에서 작가가 문제 삼는 것은 그들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교감하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단절을 체험하고 마는 두 사람의 공허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현대성의 비극이다.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비록 인공낙원이며 공중 정원의 세계일지라도, 사랑의 유한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이고 상처일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숲속의 빈터
동인문학상 ․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최윤의 중편소설 “숲은 깊고 푸른 것이 아니라 음험하고 위태로웠다.” 우연히 파고드는 일상의 폭력과 무관하게 스며드는 과거의 속력
동인문학상 ․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최윤의 중편소설 “숲은 깊고 푸른 것이 아니라 음험하고 위태로웠다.”우연히 파고드는 일상의 폭력과 무관하게 스며드는 과거의 속력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숲속의 빈터』는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최윤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게 되는 폭력이 얼마나 불온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통해, 이데올로기 시대를 마무리하고 맞는 일상이 숨겨진 과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묵시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동거하기로 약속한, 서른 갓 넘은 여자와 남자는 일상의 피로를 씻어낼 ‘목욕탕’을 갈망하며 전나무 숲이 있는 시골에 집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 한 늙은 남자가 나타나 집 건너편 숲속의 빈터에서 환한 대낮에 나체로 자위행위를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일로 그들은 목욕탕을 꾸리는 일을 미루게 되고, 늙은 남자에 얽힌 엄청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작가 최윤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문투로 일상 안에 작은 사건 하나를 불순물처럼 삽입시키면서, 서사의 일상성에 모종의 불길함을 제공한다. 특별한 기교나 희귀한 실험을 거치지 않고도 여러 갈래의 의미와 울림을 복병처럼 숨기는 그의 솜씨는,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사건’에서 ‘서사’로 이르는 얼개의 구체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일상의 폭력이 인간의 심리에 파고드는, 과거의 속력이 사연의 물리에 스며드는 적나라한 과정이다. 전원을 꿈꾸는 두 남녀의 생활에 갑작스레 찾아온 낯설고 불편한 타인의 존재는 삶의 이면에 숨은 비극이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깊고 푸른 것이 아니라 음험하고 위태로운 숲”에서 사랑과 미래를 약속하는 두 젊은 연인의 일상이 어떻게 붕괴되는지, 그 힘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독특하고 역설적인 서술을 통해 한국 소설이 담을 수 있는 시대의 민낯을 낯설고 우아하게 보여준다.
이순신의 7년 4
“호남도 우리나라 땅이요, 영남도 우리나라 땅이 아닌가! 의를 위해 장수가 된 사람이 어찌 멀고 가차운 것을 따져 싸우려고 하는가!”
<산은 산 물은 물>, < 소설 무소유>,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암자 가는 길> 등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온 작가 정찬주가 이번에는 이순신에 관한 대하역사소설을 펴낸다. 이미 소설이나 영화 등 임진왜란을 무대로 하고,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지, 덕, 용을 갖춘 이순신을 찾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정찬주 작가가 그려낸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으며, 소설은 국난을 극복하고야마는 불굴의 민족혼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참모습인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이며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나가고 있다.
단군의 아들
“단군은 신화가 아니라 민족의 역사다” 독립운동의 대부, 단군 사상의 실천자 홍암 나철 선생 이야기
홍암 나철 선생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단군은 신화가 아니라 민족의 역사다” 이국 만리 만주 땅에서 우리 동포들은 어떻게 하나로 뭉칠 수 있었을까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어떻게 항일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단군의 자손이라는 자주민족의 정통성을 어떻게 이어올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은 홍암弘巖 나철(羅喆, 1863-1916) 선생의 일대기이면서 일제강점기 동안 단군조선을 부정, 말살하는 식민사관에 의해 민간 전승 신화로 묻혀간 단군을 우리 역사 속으로 이끌어낸 역사교양소설입니다. 나철 선생과 선생이 살았던 한일합병 전후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단군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단군조선시대 또한 우리 역사에 어떠한 표상이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나철 선생은 민족의 실존에 관한 뿌리, 민족혼의 바탕을 우리의 역사 시작인 단군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고려 때까지 이어져 오던 신교(神敎, 단군교)를 7백 년 만에 겨레의 얼을 담은 민족 종교로 중광(重光, 부활)했습니다. 이에 역사 주권을 지키는 것이 곧 자주민족의 길임을 깨달은 많은 애국지사들이 선생이 중광한 대종교에 동참하였습니다. 김교헌, 윤세복, 이회영, 서일, 김좌진, 박은식, 신채호, 주시경, 신규식, 정인보 선생 등 학자와 언론인, 독립투사들이 대종교 교도로서 국내에서는 우리글과 말을 지키고 만주에서는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습니다. 단군은 신화가 아니라 한국 민족의 역사이며 단군조선은 허구가 아니라 한국 민족의 역사 시작이라는 점에서 일제는 국내와 만주에서 30만 대종교 교도를 탄압하고 간부들을 처형했습니다. 나철 선생은 스러지는 민족정기와 교단을 지키기 위해 구국의 심정으로 순교하기에 이릅니다. 만주의 청산리 대첩은 선생의 죽음에 자극받은 서일의 북로군정서와 홍범도의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에 거둔 승리입니다. 대부분이 대종교 교도였습니다. 다가오는 10월 3일 개천절은 나철 선생이 단군의 개극 입도(나라를 열고 도를 세움)를 기리는 명절인 개천절을 경축일로 정하고 상해임시정부가 국경일로 정한 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기에 항일 투사와 지식인들이 단군조선을 민족의 역사 시작으로 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음입니다. 이는 홍암 나철 선생이 지금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