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 ZERO 零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게 전부예요, 여러분.”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포식자들의 속삭임 은밀하게 일어나는 투명한 학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가 텅 빈 ‘제로’라는 것에 대하여
작가정신 〈소설, 향〉은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소설향’을 리뉴얼해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로, “소설의 본향, 소설의 영향, 소설의 방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향’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는 즐거움이자 위로로, 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작품은 김사과 작가의 『0 영 ZERO 零』이다.전위적인 서사, 파격적인 형식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낯설게 인지하게끔 만드는 작가 김사과. 폭력과 범죄, 자본과 권력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양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거칠 것 없이 파멸까지 나아가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던 ‘김사과 월드’는 이제 이 세계의 균열과 모순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더욱 확장된 시야로 비추며, 새로운 환상이 작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0 영 ZERO 零』에서 김사과가 선보이는 것은 더욱 사소하고, 더더욱 은밀해서 명확히 짚어내고 명명할 수조차 없는 폭력이다. 그리고 그 폭력이, 특수한 악惡함이 평범성으로 전환되는 도시의 익명성에 숨어 소리 없이 이 한 사람의 생 전체를 휘감고 무너뜨리는 방식에 대해서다.『0 영 ZERO 零』의 주인공인 ‘나’는 타인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고 만다는 식인食人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나’에게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먹잇감이 되어 망가지기 전에 먼저 타인을 내외면적으로 망가뜨리는 것뿐이다. 한쪽이 포식자가 됨에 따라 다른 한쪽이 피식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승부의 세계에서 ‘나’는 사소하고도 은밀한 행위들을 통해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림에 따라 살아남고자 한다. 마치 세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한 태도로 이 세계의 부질없음과, 그러므로 오로지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타인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나’의 목소리는 마치 독자를 향한 유혹의 밀어蜜語처럼 소설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이번 김사과의 『0 영 ZERO 零』에는 김사과와 황예인 평론가의 대담이 수록되었다. ‘더 나쁜 쪽으로’ 진화한 김사과의 문제적인 인물과 폭력적인 일상사에 대하여 보다 열린 지평에서 논의하는 기회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해석보다는 ‘나’의 세계를 둘러싼 역학 관계와, 식인하는 세계관 내에서 악이 곧 구원이 되는 아이러니에 대해 사유한다. 작가정신 <소설, 향> 소설, 향香을 담다 : 소설, 반향響을 일으키다 : 소설, 향向하다
0 영 ZERO 零(<소설, 향> 첫 번째)
〈소설, 향〉 시리즈 첫 번째 김사과의 『0 영 ZERO 零』 어텀 에디션 출간, 선善도 악惡도 교훈도 없는, 이 세계는 텅 빈 ‘제로’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불행을 바란다.그것은 진실이다.어쩌면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다” 〈소설, 향〉 시리즈 첫 번째 김사과의 『0 영 ZERO 零』 어텀 에디션 출간,선善도 악惡도 교훈도 없는, 이 세계는 텅 빈 ‘제로’다!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의 문을 연 첫 작품, 김사과 작가의 『0 영 ZERO 零』의 어텀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전위적인 서사, 파격적인 형식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낯설게 인지하게끔 만드는 작가 김사과. 폭력과 범죄, 자본과 권력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양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거칠 것 없이 파멸까지 나아가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던 ‘김사과 월드’는 이제 이 세계의 균열과 모순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더욱 확장된 시야로 비추며, 새로운 환상이 작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한 바 있다. 『0 영 ZERO 零』에서 김사과가 선보이는 것은 더욱 사소하고, 더더욱 은밀해서 명확히 짚어내고 명명할 수조차 없는 폭력이다. 그리고 그 폭력이, 특수한 악惡함이 평범성으로 전환되는 도시의 익명성에 숨어 소리 없이 이 한 사람의 생 전체를 휘감고 무너뜨리는 방식에 대해서다.『0 영 ZERO 零』의 주인공인 ‘나’는 타인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고 만다는 식인食人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나’에게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먹잇감이 되어 망가지기 전에 먼저 타인을 내외면적으로 망가뜨리는 것뿐이다. 한쪽이 포식자가 됨에 따라 다른 한쪽이 피식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승부의 세계에서 ‘나’는 사소하고도 은밀한 행위들을 통해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림에 따라 살아남고자 한다. 마치 세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한 태도로 이 세계의 부질없음과, 그러므로 오로지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타인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나’의 목소리는 마치 독자를 향한 유혹의 밀어蜜語처럼 소설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이 책의 말미에는 김사과 작가와 황예인 평론가의 대담이 수록되었다. ‘더 나쁜 쪽으로’ 진화한 김사과의 문제적인 인물과 폭력적인 일상사에 대하여 보다 열린 지평에서 논의하는 장으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해석보다는 ‘나’의 세계를 둘러싼 역학 관계와, 식인하는 세계관 내에서 악이 곧 구원이 되는 아이러니에 대해 사유한다. 작가정신 <소설, 향> 소설, 향香을 담다 : 소설, 반향響을 일으키다 : 소설, 향向하다
30(Thirty)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태롭게 놓인 서른의 노래! 젊은 작가 7인이 풀어낸 ‘서른’ 이야기 『30』. 김언수부터 한유주까지 젊은 작가 7인이 ‘삼십 세’를 모티프로 자유롭게 쓴 단편들이 수록된 테마소설집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태롭게 놓인 서른의 노래!젊은 작가 7인이 풀어낸 ‘서른’ 이야기 『30』. 김언수부터 한유주까지 젊은 작가 7인이 ‘삼십 세’를 모티프로 자유롭게 쓴 단편들이 수록된 테마소설집이다. 장르와 형식, 배경과 인물 등의 면에서 다채롭고 개성적인 작품들이지만, 모두 죽음을 또 하나의 테마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자살이란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 공범에서 살인자로 전락해버린 사람의 이야기, 살해당한 인물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연쇄살인범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 등 삼십 세라는 테마가 죽음이라는 테마로 변주되어 펼쳐진다. 작가들은 저마다 개성적인 시각으로 이 땅에서 삼십 세로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71년생 다인이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서 있던 90학번들의 자화상!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서 있던 90학번들의 자화상!90년대 초반의 기억을 들추어내는 김종광의 소설 『71년생 다인이』.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전하는 문학의 향기를 담은 「소설향」 시리즈의 하나로, 새로운 편집과 판형으로 선보이는 개정판이다. 71년생 명랑소녀 양다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서 좌충우돌했던 젊은이들의 모습과, 당시의 시대상 및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양다인은 90학번들이 헤쳐 나온 시대적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작가는 절제되지 못한 주관적 감상 대신, 그 시대의 감수성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시대를 다각적으로 성찰하는 새로운 후일담을 들려준다. 작가 특유의 능청과 넉살,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개성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개미 내 가여운 개미
더욱 내밀해지고 단단해진 시선과 문장으로 그려낸 우리의 현실!
더욱 내밀해지고 단단해진 시선과 문장으로 그려낸 우리의 현실!류소영의 소설집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없는 듯하지만 주변에 꼭 하나씩 있는 희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담담하지만 보고 있으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현식을 그려냈다. 개인의 고유성이 상실괴도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개인을 호출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다시 복원해내고 있다.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성, 큰 체구에 어색한 몸매를 가졌으나 개미처럼 위축된, 신중한 몸가짐을 한 그녀의 흔적을 더듬는 표제작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입안에 빨대 많이 꽂아 넣기’ 종목에 출전하는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을 담은 《기록》,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차림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옷 잘 입는 여자》 등 모두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겨울을 지나가다
작가 조해진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 박준 시인 · 김혼비 작가 추천!
“작가 조해진이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바치는 헌사”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수상 작가 신작 소설박준 시인 · 김혼비 작가 추천!“그의 소설은 희망이다.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고 있으니까.”_김혼비(에세이스트)“이토록 작은 사실들을 그러쥐고 작가는 그리고 우리는다시 허름한 사랑을 시작합니다.”_박준(시인)작가정신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 향’의 여덟 번째 소설, 조해진 작가의 『겨울을 지나가다』가 출간되었다. 2022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완벽한 생애』와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이다. 2004년 등단한 이래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들려준 조해진 작가는 여섯 권의 장편과 다섯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고,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겨울을 지나가다』는 췌장암 선고를 받은 엄마와 사별한 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필연적으로 작별을 겪어야 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커다란 상실의 슬픔 속에서도 또 다른 아픈 이를 향해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조해진 작가가 보여온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는 시선은 여전하지만, 삶 그 너머까지를 아우르는 한층 더 깊어진 사유와 정밀하게 세공된 문체로 보다 따스한 희망을 빛을 선사하고 있다.소설은 밤이 연중 가장 긴 날인 ‘동지’와 가장 추운 시기인 ‘대한’, 날씨가 풀려 초목이 싹트는 ‘우수’에 이르기까지 절기의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 아픔을 딛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옆에는 절기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이 있었다. 침묵을 지키는 안개와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새, 흐르는 물소리를 들려주는 강이 있었다. 엄마가 떠났다는 사실조차 실감할 수 없고, 자신을 향한 걱정이 때론 외로움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아직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어둠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는 누군가를 돌보려는 마음이 있었다.김혼비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상실 이후의 삶과 애도의 의미에 관해 사려 깊고 면밀하게 써 내려간” 작품이며 “조해진의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젠가 무너져 내렸을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힘을 비축해두는 일”이라고 추천했다. 박준 시인 또한 “별 기대 없이 돌보던 것들이 실은 나를 보살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다시 허름한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소감을 남겨주었다.
겨울장면
기억과 망각 사이를 유영하는 R, 그리고 R, 그리고……… 우리, 수많은 R 중첩되는 장면들 속에서 어느 곳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그저 부유하는 김엄지식 인간들의 세계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 김엄지. 김엄지의 신간 소설 『겨울장면』이 출간되었다. 욕망이나 사건, 내면의 사고思考가 결여된 인물들을 통해 더 이상 미래를 도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평면적인 일상의 극단적인 반복을 내보인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삶에서의 변화, 미래로의 이동, 타인을 통한 낙관을 차단당한 ‘산송장’과도 같은 인간 존재를 그린 『폭죽무덤』까지, 김엄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출간되는 소설마다 본인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이번 『겨울장면』은 기억을 잃었으나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조차 모르는, 그저 그 상태로“멈춰 있는 것이 최선”인 ‘R’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행된다. 기억과 망각 사이 어느 한 곳에 발붙이지 못한 채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R’. 김엄지의 소설에서 유구히 존재해온, ‘그저 있는’ 김엄지식의 인간 존재 그 자체이기도 한 ‘R’을 통해 김엄지는 우리의 모습을 작품 위에 겹쳐놓는다.『겨울장면』에는 김엄지 작가의 에세이 ‘몇 하루’가 수록되어 있다. 작품을 집필하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장면들을 작가 특유의 산문체로 써 내려간 것으로, 건조하고 단조로운 생활 사이사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툭 튀어나오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양이 대왕
“당신이 비록 너무 고분고분해서 거대 고양이가 되어버리고 말았을지라도……” 그 무엇으로도 길들여지지 않는 또 하나의 ‘별종’ 표식, 김설아 첫 소설집
체제 순응적인 인간에서 거대 고양이로 변신한 아버지, 말하는 병아리에 중독되어 은둔하는 ‘병아리형 외톨이’들, 무시무시한 성욕을 가진 좀비로 변해버린 모범생 진구,음식 쟁반을 일곱 개나 머리에 이고 다니다, 홀연히 우주로 사라진 어머니…… 권력과 감시, 규율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진짜’ 삶을 향해 거침없이 탈주하는 자들의 변신담,또 하나의 ‘별종’ 표식, 김설아 첫 소설집! “어디 한번 제 다리를 잘라보십시오. 끝까지 춤추며 도망갈 겁니다.” 열일곱 살 고등학생들의 탈주를 통해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자에 대해 탐색했던 김설아. 2004년 《현대문학》에서 「무지갯빛 비누 거품」으로 등단한 김설아의 첫 번째 소설집 『고양이 대왕』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 『고양이 대왕』에서는 김설아가 등단 이후 끈기 있게 그려온 ‘진짜’ 삶을 향한 탈주를 사회제도와 자본주의 체제 등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장치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다양한 몸부림으로 조형해내고 있다. 변칙과 우발, 예외적 상황과 초현실적 풍경이 믹싱되어 있는 소설들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용암 줄기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인간 군상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초상 하나하나에는 그 뜨거움을 감당하고라도 자신만의 춤을 추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담겨 있다. 자유자재로 흘러가는 문장과 Sf, 오컬트, 패러디, 판타지 등 경계를 허무는 실험, 날카로운 현실 풍자,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김설아가 이야기의 묘미를 정확히 간파하는 작가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아마도 이제 김설아는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질 또 하나의 ‘별종’ 표식이 될 것이다. 김설아의 소설에서 억눌렸던 인간들은 그 반작용의 에너지로 ‘다른 시간’을 살거나 ‘다른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된 아버지와 좀비가 된 친구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를 죽지 못하게 한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니체)”. (…) 김설아는 우리를 뜨거운 욕구의 세계―마약과 본드와 짐승과 좀비와 광인과 환각의 세계로 데려간다.이곳은 정상正常에서 벗어난 세계이자, 정상頂上에서도 벗어난 세계이다. 반대로, 반대로 힘껏 춤을 추는 자만이 이 세계의 가장 깊고 가장 빛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_정실비(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에서)
광신자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가 선보이는 유쾌찜찜 블랙코미디 『광신자들』.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대표 작가들의 신작 경장편을 소개하며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락」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폭탄 테러범이 된 세 친구가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가 선보이는 유쾌찜찜 블랙코미디 『광신자들』.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대표 작가들의 신작 경장편을 소개하며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락」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고교 중퇴생들이 벌이는 ‘한숨 나는’ 테러 사건을 통해 테러라는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시켜 혼란한 이 세계를 가볍게 뒤집는다. 수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고속터미널 화장실. 그곳에서 갑자기 폭발물이 터지고, 폭탄 테러 용의자로 십대 청소년들이 지목된다. 여자친구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야 한다는 투지에 일을 저지른 기, 왕따지만 무기 하나는 끝내주게 만드는 농, 이성적이고 침착한 듯하나 물불 안 가리는 똘끼의 소유자인 도.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세 아이는 테러 용의자로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는데….
기도를 위하여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순수 귀신을 몰아내라”, 대중소설가를 선언한 김말봉우리 문학의 독창적이고 ‘희귀한’ 자리, 박솔뫼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소설, 잇다’의 네 번째 책, 김말봉과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가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로 백신애와 최진영이 어우러진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출간했다. 두 번째로 지하련과 임솔아가 함께한 『제법 엄숙한 얼굴』을, 세 번째로 이선희와 천희란의 『백룸』을 펴냈다. 네 번째 작품은 김말봉과 김말봉 소설을 입체화한 박솔뫼의 소설을 담은 『기도를 위하여』이다.김말봉은 1930년대 식민지 시기 독보적인 스타일로 혜성같이 등장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대답했던 그는 순수소설만을 인정하던 당시 문학계에서 스스로 ‘대중소설가’임을 당당히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흥미 본위의 통속소설에 함몰되기를 경계하고, 민족 해방과 여성 해방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위한 운동에 앞장서고, 글을 통해서는 애정 문제의 기저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독교적 박애정신을 담았다.“전혀 새로운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회적 모순과의 긴장을 잃지 않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으며(김형중 평론가), “희소하고 희박한, 보존되어야 할 어떤 삶과 가치를 일깨운다”(손정수 평론가)는 평가를 받은 박솔뫼는 『머리부터 천천히』부터 『미래 산책 연습』에 이르기까지 실험적 서사와 문체로 고유한 문학적 성취를 쌓아왔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시공간의 구분과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진 지점에서 오히려 선명하게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감지되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기도를 위하여』에 실린 김말봉의 대표 단편 「망명녀」(1932), 「고행」(1935), 「편지」(1937)는 작가 특유의 통찰과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기생, 운동가, 아내, 애인 등 여성 인물들은 때로 나라를 위해 투신하거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습의 폐단을 고발한다. 기생이었던 주인공 순애가 사회주의 운동가로 변모하거나(「망명녀」), 불륜을 저지른 남성은 벽장 안에 갇혀 ‘수치’와 ‘굴욕’을 겪는다.(「고행」) 남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단 한 통의 편지로 여지없이 깨어져버리기도 한다.(「편지」) 세 편의 소설은 대중, 즉 민중들의 삶을 담백하고 명쾌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는 김말봉의 데뷔작 「망명녀」의 뒷이야기를 이어 쓴 소설이다. 「기도를 위하여」는 「망명녀」의 최순애와 윤정섭(윤)이 옥중 혼례를 치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혼례 후 윤숙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난 순애는 머지않아 목숨을 거둔다. 그러나 순애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의 영혼은 여전히 두 사람과 함께인 채다. 또 다른 이야기 축은 김말봉의 주 본거지인 부산의 구도심을 산책하는 1인칭 화자의 서술이다. 이렇게 소설은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을 취하는데, 이는 주인공 순애를 기억하는 동시에 작가 김말봉을 기억하는 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파편적으로 흩어졌던 것들을 다시 연결하면서, 현재 우리가 발 붙인 세계에 대한 감각을 “새로이 갱신”한다. 김말봉 작품을 통해 박솔뫼가 읽어낸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어딘가를 향해 계속 걷도록 만드는 동력”(박서양 평론가)이 된다.소설은 또 하나의 지금 이 세상이다. ‘소설, 잇다’를 통해 근대와 현대의 여성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고 고뇌하며 삶을 탐구했는지, 또 백 년의 시간 동안 이들의 생각과 마음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우리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근간은 과연 변화될 수 있을지를 곰곰이 돌이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