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괴이하고[怪] 이상하고[力] 인륜을 어지럽히고[亂] 귀신같은[神] 괴력난신 공작소 세상을 향해 거는 강력한 주문, “웃어라, 웃어라, 내 얼굴!”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져서 웃다” 데뷔 20년차, 생계형 소설가김종광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나날의 기록들 작가정신의 ‘슬로북(slow book)’은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으로,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능동적인 삶의 방식이자 일상의 혁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에세이 시리즈다. 김종광의 『웃어라, 내 얼굴』은 ‘슬로북’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김종광은 “웃는 모습이 예쁜” 소설가다. 여느 소설가들처럼 진지하고 고뇌하는 표정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환하디 환한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1998년 《문학동네》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첫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부터 『모내기 블루스』,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된 요소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유머일 것이다. 김종광이 소설에서 그려온 웃음은 때론 능청스럽고 걸출한 입담으로, 서슬 시퍼런 아이러니로, 유쾌하고 짠한 페이소스로 끊임없이 변이해왔다.‘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짧은 소설의 성격이 강했던 앞선 산문집과 비교해볼 때 ‘진정한 의미’의 첫 산문집이기도 하다는 『웃어라, 내 얼굴』은 그가 일평생 추구해온 웃음의 결정체이자 그 진면목을 확인하게 한다. 이 책은 올해로 데뷔 20년차를 맞는 소설가 김종광이 그동안 쓴 1500여 개의 산문 가운데 가려 뽑은 126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 그 이상, 소설의 원천과도 같은 가족이라는 존재와 관련된 일화들로, 사사롭지만 파란만장한 일상다반사를 다룬다. 2부는 공자의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는 말에 비추어 사회의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살핀다. 3부는 어버이의 날, 어린이날, 법의 날, 근로자의 날, 환경의 날 등 법정기념일에 관한 고찰이다. 4부는 읽고 쓰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기록으로, 당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로서 풍부한 단상들을 엿볼 수 있다. 김종광에 따르면 우리는 극심한 괴력난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괴력난신이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가리키는데, 가장 기본적인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위대한 생활인들은 왜 제자리만 맴돌 뿐인지 분하고 서럽다. 총선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자들 중에서, 도둑이 될 가능성이 가장 적어 보이는 분에게 한 표를 주겠다고 다짐해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성적 설명과 판단을 계속하여 괴력난신에 저항하는 것이 곧 사는 즐거움이 될 거라고 김종광은 믿는다. 공자가 괴력난신에 대해 말을 삼갔다는 것은, 괴력난신을 수수방관하자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줄여보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하고.『웃어라, 내 얼굴』은 스스로 생계형 소설가라 칭한 김종광이 괴력난신 공작소 같은 세상 속에서 영위해간 나날들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자, ‘천생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적 소신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 낙천과 천진을 오가는 맑은 성정(性情)을 지닌 작가가 들려주는 126편의 이야기는 웃음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안식을 되찾아줄 것이다.
무연고
“당신도 시를 써가며 90이 되어 보라. 그러면 지금의 나를 알게 될 것이니.” 구순을 맞은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이생진 나이 90으로 가는 길목에서 쓴 일기와도 같은 시
“당신도 시를 써가며 90이 되어 보라.그러면 지금의 나를 알게 될 것이니.”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이생진의 서른여덟 번째 시집나이 90으로 가는 길목에서 쓴 일기와도 같은 시 섬이 곧 삶인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섬 방랑 시인 이생진. 3,000여 개 우리나라 섬 가운데 1,000여 곳을 다녀왔을 정도로 시인은 평생을 바다와 섬으로 향했다. 그렇게 탄생한 시집이 서른일곱 편. “시는 짧아서 그때그때 기억을 감당할 수 있으니 시 쓰기는 노령에 좋다”고 말하는 시인의 신작 시집 『무연고』는 서른여덟 번째 시집이다. “젊어서 섬으로 돌아다닌 탓에/팔과 얼굴이 검버섯 숲이다”(「병(炳)과 나」에서)라며 여든아홉이던 2017년, 나이 90으로 가는 길목에서 쓴 일기와도 같은 시를 엮었다.90이 되어 “인생 풀코스를 뛴 기분”이라는 시인이 신문을 읽고 산책을 하고 세 끼 밥을 먹고 서점에 가고 시를 쓰는 일상이 마치 일기처럼 시 속에 녹아 있다. 다짐하듯 “오늘의 치맛자락을 꼭 잡고 있어야 하겠다”(「오늘이 여기 있다」에서)고 노래하는 시인의 오늘이, 지나간 인생이 그리고 내일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시의 맛을 알려면 적어도 80은 넘어 살아야 한다”는 시인이 경험을 골라 진실한 언어로 쓴 시 여든한 편을 『무연고』에서 만날 수 있다. 사소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정이 담겨 있는 그의 시는 세월을 거듭하며 보다 열정적인 소박미가 살아 숨 쉰다. 고독한 눈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들에 감동하며, 살아서 행복하고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알 것 같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이생진 시인. 그는 오늘도 밥 먹듯 시를 써가며, 제정신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살아서 고맙다는 것을그러고 보니 이제 철이 드나 보다이런 결말에 결론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은어디서 나왔을까거기엔 조건이 있다첫째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둘째 90이 되어도 제 밥그릇은 제 손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과셋째 밥 먹듯 시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그리고 제정신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_머리말 중에서
시와 살다
첫 시집 『산토끼』부터 서른여덟 번째 시집 『무연고』까지 시집과 시화집, 시선집, 산문집, 편저 48편! 195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이생진 시인의 행보를 망라하다
“운명이야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손을 내밀든시 때문에 나는 가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첫 시집 『산토끼』부터 서른여덟 번째 시집 『무연고』까지시집과 시화집, 시선집, 산문집, 편저 48편195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인의 행보를 망라하다 대표작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4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2001년 제주특별자치도 명예도민이 된 시인.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 세워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비공원의 시인.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하고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 시인상을 수상한 시인. “섬사람들은 미역 캐고, 나는 시를 캔다.”고 말하는 이생진 시인이다.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바다 시인’으로 1955년 첫 시집 『산토끼』를 비롯하여 그동안 출간된 시집만도 38편, 그 밖에도 시선집 3편, 시화집 4편, 산문집 2편을 펴냈다. 그동안 시 또한 연필에서 펜으로, 만년필에서 볼펜으로, 워드, 이제는 컴퓨터로 쓰게 된 세월의 흐름. 시가 곧 시인의 삶 그 자체이며 그야말로 ‘시와 산’ 시인이 올해 구순을 맞았다.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 『시와 살다』는 구순이 된 지금도 열정적으로 시를 쓰고 낭송하는 시인 이생진의 삶 그 자체를 담아낸 서문집이다.섬을 떠돌며 시를 써온 시인은 자신의 시를 ‘발로 쓴 시’라고 말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쓰는 시보다 걸어 다니며 쓰는 시가 더 시답다는 것이다. ‘발로 쓴 시’는 지금 읽어 보아도 그때 그 실감이 난다고 한다. 평생 쓴 일기와 화첩, 메모지를 빠짐없이 간직하고 있을 만큼 시인은 “기록하는 습관은 뇌신경을 깨우는 값진 보물”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작품의 서문과 후기에는 그 책의 내용과 의도를 충실히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 48편 모든 작품에 서문 또는 후기를 써왔다. 그때 그 책을 내던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록이 『시와 살다』 한 권 책에 묶였다. 『시와 살다』는 이생진 시인의 자서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생진 시인은 “나는 자서전을 쓰지 않을 것이다. 자서전이 필요 없다. 이 책이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시와 살다』는 단순히 시인이 그동안 펴낸 작품의 서문과 후기를 모은 문집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그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가 있고,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언어나 기교에 신경 쓰지 않고 옹달샘에 고이는 물을 퍼내어 쓰듯’ 쓴 시인의 시혼(詩魂). 그 이면에는 시인의 삶 그리고 삶의 질곡까지 기쁨으로 맞아들이는 시에 대한 고마움, 시인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넘쳐흐른다. 이생진 시인의 시만큼이나 담백하고 쉬우며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그때 그 기록이 독자를 섬으로, 바다로, 고독한 행복 속으로 데려간다.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섬사람들은 미역 캐고, 나는 시를 캔다.”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바다 시인 이생진 섬으로 섬으로 떠돌며 얻은 고독의 기록
섬으로 섬으로 떠돌며 얻은 고독의 기록바다와 인생을 노래한 짧은 글과 스케치를 모아 엮다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바다 시인’ 이생진의 산문집 “섬은 내게 시를 쓰게 한다. 섬에 가면 모두 시를 읊어준다. 섬 자체가 시다.”라고 말하는 이생진 시인. 그는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바다 시인이자 방랑 시인이다. 문학에 눈을 뜬 열여섯부터 지금까지 섬으로 섬으로 떠돌며 시를 쓴 이생진 시인이 올해 구순을 맞았다. 구순 특별 서문집 『시와 살다』, 서른여덟 번째 시집 『무연고』와 함께 1997년에 출간했던 그의 첫 산문집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를 다듬어 엮어 새로 출간한다.그리고 2018년,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새롭게 출간한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는 초판에 실렸던 원고 가운데 시집 후기와 중복되어 실렸던 글은 제외하고 그동안 단일 작가의 저서로 묶이지 않은 원고를 추려 더한 개정증보판이다. 본문에 실린 그림 또한 이생진 시인이 직접 그린 스케치로, 초판에 실렸던 그림 외에도 거문도와 완도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그림이 추가되었다.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특히 좋아한 이생진 시인은 가난 때문에 문학, 그중에서도 시를 택했다. 그리고 평생 우리나라 3,000여 개 섬 가운데 1,000여 곳에 수첩과 화첩을 들고 가 고독을 자양분으로 시를 낳았다. 걸으면서 기록하는 현실감이 좋아 바다를 끼고 하루 종일 걸으며 “천혜의 고독을 행복으로 옮겨놓는 고행”을 해온 시인은 시집 38편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두 편을 펴냈다. 첫 산문집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는 시인의 방랑에 늘 함께한 수첩과 화첩에 고스란히 기록된 고독의 기록이다. 시로 떠오르면 시를, 산문으로 떠오르면 산문을…… 온 세상이 시의 세상인 시인에게는 산문도 시다. 새롭게 펴낸 산문집에는 문학 하는 즐거움, 인생의 종점까지 함께한 시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시를 통해 얻은 삶의 맛과 같이 구순 시인이 아니면 누구도 섣불리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담백하게 꺼내놓는다. 평생을 시와 함께 살아온 이생진 시인의 인생 본질에 맞닿은 이야기가 20년 세월을 뛰어넘어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섬의 기운이, 구순 시인이 사랑한 시가 자연스럽게 마음의 숲을 무성하게 채워 주리라.
이윤기가 건너는 강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 우리 안을 흐르던,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던 강을 건너다
고(故) 이윤기(1947~2010) 8주기 추모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이윤기 다시 읽기 “내가 건너는 강의 여울목은 물살이 어찌 이리도 험한가?”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고(故) 이윤기 작가. 작가정신에서는 이윤기 작가 타계 8주기를 추모하여, 그가 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소설, 에세이, 인문(신화)의 세 분야의 대표작 3종(『진홍글씨』, 『이윤기가 건너는 강』,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을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각 작품에 실린 의미를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되, 이윤기 작가의 전방위적 사유와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긴 표지와 판형으로 재단장했다.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을 담은 『이윤기가 건너는 강』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37편의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 이윤기가 건너는 인생의 강에 다름없는 이 책에는 말과 글과 사람의 향기에서부터 신화와 문학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체취가 같이 흐른다. 1부 ‘말의 강, 글의 강’에서는 말의 쓰임새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청소년기부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일에 나서면서까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자아낸다. 2부 ‘풍속의 강, 세월의 강’에서는 인간과 삶의 강물에 부유하는 슬픔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마지막 ‘신화의 강, 문학의 강’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삶과 역사의 원형을 이루는 신화의 세계가 작가 이윤기에게 영원한 생명의 노래로 펼쳐지며, ‘지극한 것은 같다. 지극하지 않은 것만 다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궁극의 진리처럼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누군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올 때 뜨거운 것이 목울대까지 맺혀 올라와 혀끝에 매달릴 때마다 썼다,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데뷔 28년차 소설가 함정임이 몸과 마음으로 터득해낸 진언(眞言)들“쓴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작가정신의 ‘슬로북(slow book)’은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으로,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능동적인 삶의 방식이자 일상의 혁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에세이 시리즈다. 함정임의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슬로북’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함정임 작가가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세상을 읽어온 목소리들을 풀어놓은 산문집이다. 함정임은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아주 사소한 중독』, 『내 남자의 책』 등 다수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 『파티의 기술』,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와 같이 여행·미술·파티·요리 등 다방면을 아우르는 산문집을 펴냈다. 대학 강단에서 소설 창작과 이론을 가르치지만 언제나 자신의 본업은 ‘글쓰기’로 보는 함 작가에게 이번 산문집은 개인의 아픔으로부터 사회의 통증까지 모두 품어 안으려는 ‘괜찮냐’라는 위로의 안부인사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이 책의 제목 『괜찮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어도』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치유의 메시지다. ‘괜찮다’라는 말은, 괜찮지 않지만 가까스로 그것을 삭이고 있거나 그전에 괜찮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의 삶은 종종 그 말을 내뱉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에 놓이고는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의 모든 사연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보듬고 다독이며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 작가는 섣부른 위로나 성급한 조언이 아니라 진정 어린 다독거림으로 억눌린 자아의 숨을 터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굴곡진 산맥과 황막한 사막과 울창한 밀림 따위로 이루어져 있다. 함정임 작가는 그 삶을 소설가라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왔기에 이해하고, 이제 그 삶을 살아가려는 청춘들에게 그리고 그 삶에 지쳐버린 군상들에게 자신의 걸음걸이로 함께 걷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가 되어준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괜찮다는 말보다 더 가닿을 수 있는 응분의 위안을 건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산문집을 읽고 나면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 해도 “우리는 서로의 발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말없이 걸었”노라고, 비로소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게 안부를 묻고삭히며 털어버리며 걷고손을 내밀어 가만히 얹고보듬어 안고, 잠에서 깨어나 잠들 때까지그곳이 어디든,별일이 없기를.
동양방랑
“늙음과 무관심으로부터 나를 되살려준 아시아의 인간 천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독보적인 문명 감식가 후지와라 신야의 원점, ‘동양 여행기’ 3부작의 결정판
★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 수상작 ★독보적인 문명 감식가 후지와라 신야의 원점, ‘동양 여행기’ 3부작의 결정판 여행의 끝, 인간의 끝, 세계의 끝에 선 그가온몸의 감각으로 목도한 ‘동양극장’의 무대가 시작된다 압도적인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글과 사진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여행서의 전설이 된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방랑』(1982~1983)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은 『동양방랑』은 작가이자 사진가, 사상가, 평론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후지와라 신야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동양의 전모를 파악하고자 길을 나선 400여 일간의 기록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인도, 티베트, 미얀마, 태국, 중국, 홍콩,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기록한 이 책은 사람 사는 세상의 거짓 없는 모습을 좀 더 적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작가 나름의 육체적, 정신적 훈련의 결과물이다.『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의 번역을 맡은 바 있는 이윤정의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동양방랑』은 이번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소설가이자 서평가인 장정일의 날카로운 혜안이 담긴 해설을 수록하였으며, 탁월한 문명 감식가로서의 면모를 조명하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원점이 되는 동양 여행기를 결산하면서, 그를 영원한 청춘의 구루로 자리매김한 ‘방랑’ 3부작의 대미를 완성한 책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서 깊은 문화 자원의 섬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가 아로새겨진 어제와 오늘의 삶을 잇는 땅, 강화도를 만나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서 깊은 문화 자원의 섬수천 년간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가 아로새겨진어제와 오늘의 삶을 잇는 땅, 강화도를 만나다 일 년 열두 달 마르지 않는 수로 안으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섬. 멸종 위기의 매화마름이 피는 섬. 전설과 역사가 하나의 고리로 엮여 있는 섬. 일몰의 풍광은 삶의 지난함을 어루만져주고 살아온 날들을 비장한 장엄함으로 수긍하게 만든다. 이것이 힐링이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쉬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_본문 중에서 한반도에서 네 번째로 크고,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아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섬, “문신처럼 역사를 새기고 화석처럼 문화를 남긴 섬”으로 불리우는 섬, 강화도.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화도는 산과 갯벌, 바다가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 풍광과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문화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는 이러한 강화도의 자연과 소중한 역사・문화적 가치 및 정신을 담은 책이다.『강화도 지오그래피』에는 시인 함민복, 소설가 성석제, 구효서, 고(故) 신영복 등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 작가를 비롯해, 천문학 저술가, 역사학자, 국문학자, 여행 작가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문장이 빛나는 17편의 강화도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강화에서 나고 자랐거나, 강화에서 학문 연구와 작품 집필, 사회 활동을 하는 등 강화를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기존의 강화도 관련 책들이 건조한 문체와 사실 위주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에서는 풍부한 지식과 정보마다 알토란처럼 딸려 나오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을 해학과 유머, 감동이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고, 강화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전경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강화의 문화사적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상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특별한 지역인 강화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저어새와 두루미, 탱자나무 등 천연기념물과 수많은 희귀종 식물들의 서식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를 보유한 강화도의 자연 생태 환경을 지켜내는 것은 지구적 관점에서 볼 때도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를 통해 자연, 역사, 사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강화도라는 지역이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다 풍요하고 건강한 삶의 토대를 이루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흔들린다
시인 함민복×그림책 작가 한성옥 시가 만난 그림책, 그림책에 들어온 시
우리 시대 가슴을 울리는 시인 함민복의 「흔들린다」와우리나라 1세대 그림책 작가 한성옥의 컬래버레이션 시그림책 『흔들린다』는 “시인은 삶을 옮기는 번역가”라고 말한 함민복의 시를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함민복은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에서 자본주의 시대에 소외된 개인의 삶을 육화해 가난을 일으켜 세우는 긍정의 힘을 노래했으며, 인간미 넘치는 따뜻하고 진솔한 산문으로 독자와 만나 왔다. 그런가 하면 시그림책 『흔들린다』를 탄생시킨 그림책 작가 한성옥은 우리나라 1세대 그림책 작가로, 『시인과 여우』로 이르마ㆍ제임스 블랙상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나의 사직동』과 『시인과 여우』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시공간 예술이자 소통의 예술인 그림책이 시와 만나 삶을 통찰하는 여유로운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이 책은 커다랗게 자란 참죽나무의 가지를 치는 과정에서 목도한 생(生)을 노래하는 질박한 시를 군더더기 없이 수수하고 간결한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경탄할 만큼 세련된 기교나 섬세한 묘사, 친절한 설명을 기대했다면 책장을 펼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이 책은 묵직하다. 조곤조곤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대신, 생각에 잠길 여유로운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후루룩 읽으면 그만큼, 꼼꼼하게 뜯어보면 또 그만큼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사는 것은 매 순간이 흔들림의 연속이다. 누구에게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낱낱이 헤아릴 수조차 없는 그 모든 사연은 책장 속 넉넉한 여백에 담아두어도 좋다. 시와 그림이 건네는 조용한 말소리에 잔잔한 위로를 얻기를 기대한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시 「흔들린다」 중에서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세상에나, 사랑 없이 사람이 어떻게 산단 말인가” 음악과 여행과 사랑과 추억의 감성충전 앙상블 소설가 박상의 ‘본격 뮤직 에쎄-이’
“세상에나, 사랑 없이 사람이 어떻게 산단 말인가”음악과 여행과 사랑과 추억의 감성충전 앙상블 소설가 박상의 ‘본격 뮤직 에쎄-이’ 작가정신의 ‘슬로북(slow book)’은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으로,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능동적인 삶의 방식이자 일상의 혁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에세이 시리즈다. 박상의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은 ‘슬로북’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문장과 서사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아온 소설가 박상은 문인 밴드 ‘말도 안 돼’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록 정신’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등 문학과 음악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음악에 대한 오랜 열정과 집념으로 다져진 탁월한 감식안이 돋보이는 이번 책은 ‘음악’과 ‘여행’을 주축으로 웃고, 울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짠하고 진한’ 인생 메들리를 들려준다. 그의 에세이는 잔잔하고 사색적이며 위로를 건네는 식의 기존 에세이와는 차별화된다. 문학계에서 보자면 ‘전위적’이라 할 만한 유머를 구사하는 그의 소설들처럼, ‘생활 밀착형’ 언어와 ‘병맛’ 혹은 ‘아재’ 개그가 어우러진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에세이가 이렇게 웃겨도 되나?’라는 생각을 할라치면, 깊이 있는 음악적 조예와 식견이 끼어들고, 거기 얽힌 일상다반사를 웹툰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썰’로 풀어낸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문화웹진 <채널예스>에 연재한 칼럼을 수정․보완하고, 일부 미발표 원고를 추가해 엮은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은 가요, 팝, 록, 클래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이 돋보인다.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과 대중 음악계를 이끈 고(故) 신해철, 90년대 모던록 듀오 유앤미 블루를 비롯해 대중적으로 유명한 제이슨 므라즈와 아바, 전설적인 록 그룹 롤링 스톤스를 거쳐 크리스 가르노, 데르디앙, 마릴린 맨슨까지, 올드팝과 최신 음악도 아우른다. 그 밖에도 보사노바를 대중화한 스탄 게츠와 스탠더드 캐롤송의 멜 토메, 베토벤까지, 박상의 선곡은 그야말로 다이내믹하고 전방위적이다. 다채로운 선곡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익살맞고 장난기 넘치는 일러스트. 한 장의 그림 안에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절묘한 상상력과 따스한 감성으로 포착하여, ‘한 컷 그림왕’으로도 불리는 김나훔의 작품은 작가의 글과 어우러져 신선한 ‘케미’를 선사한다. 책 말미의 ‘보너스 트랙’에는 ‘본격 여행기’ 네 편을 실었다. “여행에서나 소설에서나 낯선 것을 추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작가의 신조와 철칙대로, 사진 한 장 없지만 읽을거리 가득한 ‘색다른’ 여행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작가에게 삶은 ‘여행’이고, 삶을 버티는 필수 에너지원은 ‘웃음’이며, 아름답게 채색해주는 것은 ‘음악’이다. 그리고 사랑은 바로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그에게 사랑이란, 때론 비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일지언정 끝끝내 놓을 수 없는, 삶에 대한 끈끈한 애정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눈뜨게 해준 노래들을 짚어가며, 자신을 스쳐 간 사랑이라는 이름의 대상들을 하나씩 열거한다. ‘부디 누군가와 제발 썸 타게 해주세요’ 하고 절규하는 외로움도 있고,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풋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있으며, 옥탑방 아지트에 모인 친구들과 나누던 친밀함과 연대감도 있다. 박상 작가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은 “수준 낮고 공허한 단맛이 아니라 꿀맛”이라는 생의 비법 같은 사랑을 소리 높여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