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첫 작품
2020년, 무민 탄생 75주년 스웨덴어 완역본으로 출간
사람들의 벽난로 뒤에 숨어 살던 무민 종족의 모습부터
무민과 스니프의 첫 만남 그리고
무민 가족이 새 보금자리를 찾기까지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모험,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2020년 탄생 75주년을 맞는 무민. 1945년에 발표한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의 어머니’ 얀손이 잉태한 첫 작품이며, 이 작품을 뿌리 삼아 얀손은 『혜성이 다가온다』부터 『늦가을 무민 골짜기』까지 26년에 걸쳐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6년에 걸친 코믹 스트립 연재와 그림책 네 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민의 세계’를 일구었다. 그렇기에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작품이다. 해티패티와 훌쩍 떠나 버린 무민파파를 찾는 과정을 그린 무민마마와 무민의 원정 이야기이며, 궁극적으로는 무민 가족이 무민 골짜기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원래 무민들은 사람들의 집에 숨어 살던 존재라는 점, 사실 사람들의 집에는 무민 말고도 숨어 사는 존재가 아주 많다는 사실, 눈사람처럼 몸은 하얗지만 추운 겨울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무민의 성향은 물론이거니와 무민과는 생김새도 전혀 다른 ‘스니프’가 어쩌다 무민 가족과 한집에 살게 되었는지까지.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세계’의 단초가 작품에 모두 담겨 있다.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시작 지점으로, 뒤이어 출간된 (국내에서는 이미 소개된) 작품들과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재미 또한 있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무민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일지 모르지만 편견 없는 마음,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를 갈망하는 무민의 본질은 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하게 응축되어 있다. 자, 이제 70여 년 전 무민을 만나러 가자.
글ㆍ그림| 토베 얀손
1914년, 조각가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5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무민’ 시리즈로 1966년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다. 2001년 6월 27일, 고향 헬싱키에서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림책과 동화, 코믹 스트립 등 무민 시리즈뿐만 아니라 소설과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무민 시리즈는 텔레비전 만화영화 및 뮤지컬로도 제작되었으며, 동화의 무대인 핀란드 난탈리에는 무민 테마파크가 세워져 해마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옮김| 이유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문화미학과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리비에라에 간 무민 가족』, 토베 얀손 원작 그림책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위험한 여행』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혜성이 다가온다』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 『보이지 않는 아이 : 아홉 가지 무민 골짜기 이야기』 등이 있다.
상세 미리보기
무민 골짜기 그리고 무민의 모험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1945년,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첫 작품
2020년 탄생 75주년을 맞는 무민. ‘무민 시리즈’의 창조자 토베 얀손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세계적인 작가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고 있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의 어머니’ 얀손이 잉태한 첫 작품이며, 이 작품을 뿌리 삼아 얀손은 『혜성이 다가온다』부터 『늦가을 무민 골짜기』까지 26년에 걸쳐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6년에 걸친 코믹 스트립 연재와 그림책 네 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민의 세계’를 일구었다. 그렇기에 1945년에 발표한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행복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시절에 탄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암담하고 고통스러운 전쟁 상황에서 싹텄다. 얀손은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초기, 소련의 핀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겨울 전쟁 때 집필을 시작했다. 독소불가침 조약을 통해 핀란드를 정복하려 했던 소련은 수도인 헬싱키를 폭격하면서 핀란드 침공을 개시했다. 얀손의 절친한 친구는 전쟁과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떠났고, 두 남동생은 전쟁에 징집되었다. 그럼에도 얀손은 전쟁의 참상을 화폭에 담는 대신, 공포와 우울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소재를 택했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두려운 세상 속에서 ‘무민’이 살아가는 세상은 얀손의 피난처라 할 수 있었다. 얀손이 나중에 “전쟁 중에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불안하고 괴로운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회상했던 것처럼, 얀손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침대 머리맡에서 들려주던 근심 없는 마음속 옛이야기 속으로 도피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곳, 핀란드의 스웨덴어 시사 풍자 잡지인 《가름(Garm)》의 삽화에는 통렬한 조롱과 해학 속 신랄한 비판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 잡지에서 ‘무민’의 원형이 된 ‘스노크’가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집필은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러다 1944년, 당시 연인이자 선도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아토스 비르따넨(Atos Wirtanen)이 출판을 제안하자, 수채 물감과 먹으로 삽화 50여 장면을 그려 원고를 완성했다. 책은 1945년 종전 직후에 스웨덴과 핀란드에 동시 출간되었으며, 1991년에 서문을 덧붙여 재출간되었다. 주요 이야기는 해티패티와 훌쩍 떠나 버린 무민파파를 찾는 과정을 그린 무민마마와 무민의 원정 과정이며, 궁극적으로는 무민 가족이 무민 골짜기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무민, 아빠를 찾아 머나먼 길을 나서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민은 귀여운 캐릭터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세계가 넓고, 내재된 이야깃거리가 너무도 많다. 원래 무민들은 사람들의 집에 숨어 살던 존재라는 점, 사실 사람들의 집에는 무민 말고도 숨어 사는 존재가 아주 많다는 사실, 눈사람처럼 몸은 하얗지만 추운 겨울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무민의 성향은 물론이거니와 무민과는 생김새도 전혀 다른 ‘스니프’가 어쩌다 무민 가족과 한집에 살게 되었는지, 무민 가족은 어떻게 무민 골짜기에 둥지를 틀게 되었는지 등은 작품을 읽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특히 무민 가족과 스니프의 만남부터 무민마마와 개미귀신의 악연, 방랑벽이 있는 무민파파의 일탈까지.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세계’의 단초가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에 모두 담겨 있다.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시작 지점인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뒤이어 출간된 (국내에서는 이미 소개된) 작품들과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중역 없이 스웨덴어 판 원문의 느낌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 책이 처음 출간되던 1945년에는 아직 전체적인 무민 세계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무민파파와 무민마마, 스니프는 ‘무민의 아빠’, ‘무민의 엄마’, ‘작은 동물’ 등으로만 묘사된 점을 작품에도 반영하였다.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아직 모험의 꿈을 모두 내려놓지 못한 무민파파, 누구든 따뜻하게 품어 줄 만큼 다정다감하면서도 목표지향적인 무민마마, 아직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용기를 내려 애쓰는 무민. 이들이 펼치는 장대한 이야기는 8월이 끝나 가는 어느 날 오후 무렵부터 시작된다. 그것도 무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랗고 어두침침해 괴괴하기까지 한 숲 속을 아빠도 없이 무민과 엄마 단둘이. 가족들과 안전하게 겨울을 날 양지바른 집을 구하고, 해티패티들과 떠나 버린 아빠도 찾기 위해. 하지만 상황은 눈곱만 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아빠를 만날 그 어떤 단서도 없고, 무민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고, 세상은 더없이 크고…… 그렇지만 무민도 엄마도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는다. 더구나 편견 없고 포용력 넘치는 무민 가족은 끔찍한 숲에서는 겁쟁이 작은 동물 스니프를, 왕뱀이 나오는 무시무시한 늪에서는 파란 머리카락에서 빛이 나는 툴리파를 만나 머나먼 여정을 함께 헤쳐 가게 된다.
작품 곳곳에서는 고전 문학의 향기 또한 느낄 수 있다. 얀손은 서문에서 쥘 베른의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과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슬픔에 젖은 무민 일행이 방문하게 되는 노신사의 신비한 마법 정원은 로알드 달의 1964년 작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를 연상케 하면서도 시대적으로 앞서 있다. 이후 해티패티들과 바다 저 멀리까지 나간 무민과 엄마. 새로운 이들을 만났다 헤어지고, 도움을 받기도 도움을 주기도 하며 머나먼 길을 헤맸는데도 아빠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더니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잠기고 만다. 작은 무민 가족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재난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들고, 전례 없는 홍수에 어마어마한 물난리를 피할 도리 없이 발이 묶여 오들오들 떨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힌 이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재난으로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러나 얀손은 이미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어쨌거나 저는 이 책에 처음으로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썼답니다!” 큰 홍수는 결국 무민 가족과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고 또 다른 이야기의 씨앗을 뿌린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무민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민과는 외형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편견 없는 마음,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를 갈망하는 무민의 본질은 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하게 응축되어 있다. 자, 이제 70여 년 전 무민을 만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