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할매는 옥탑에 혼자 살지만 1년 365일 심심할 틈이 없어요. 봄에 심은 꽃씨며 모종이 자라는 것도 보고요. 놀이터처럼 드나드는 동네 꼬마들과 흙장난하고, 봉숭아꽃이 피면 다 같이 봉숭아물도 들여요. 잘 여문 채소들은 이 집 저 집 나눠 먹고 오순도순 김장도 함께해요. 그야말로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자 꼬마들의 놀이터이고,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이지요. 소소하지만 풍성하고 복닥복닥 활기 넘치는 봉숭아 할매네로 놀러 오세요. 사계절 내내 싱그럽고 넉넉한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봉숭아 할매』는 도심 어느 귀퉁이, 익숙한 풍경 속에서 유쾌한 우리의 이웃이자 누군가의 현재와 미래를 따뜻하게 묘사합니다. 초봄에서 한여름, 겨울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봄까지 할머니는 어린이와 동물,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내내 넉넉한 이야기가 가득 살아 숨 쉬는 『봉숭아 할매』의 이야기를 들어 봐요.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고 관심이 필요한 우리 이웃을 돌아보는 넓은 시야를 갖고, 가족만큼 끈끈하고 친근한 이웃들과 값진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ㆍ그림| 장준영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위안이 되는 따뜻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린 책으로 『고수머리 리케』 『덤벼!』 『메롱 박사』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사랑을 나눠 준 사탕 할배』 『괜찮아 너는 너야』 『반갑다 대왕 딱지』 『맑은 날』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무슨 소리지?』 『길이 있어』 『공룡알과 자동차』 『나무 모자』 『소풍 가요!』 『내 생일이에요』 『반짝이는 섬』이 있습니다.
상세 미리보기
봉숭아 할매네 옥탑 텃밭에는 사계절 내내
싱그럽고 넉넉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비슷비슷하게 생긴 주택이 잔뜩 늘어선 동네 어느 삼 층 건물 옥탑에 ‘봉숭아 할매’가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혼자 살지만, 혼자 사는 게 아니에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부르지 않아도 달려와 반겨 주는 고양이도 한 지붕 아래 함께예요. 할머니네 집은 크지는 않아도 있을 건 다 있고, 빈터 구석구석 꽃이며 텃밭 채소들을 심을 수 있으니 남부럽지 않답니다. 할머니가 심은 온갖 식물은 모두 햇살과 비바람을 맞으며 쑥쑥 자라 줘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할머니네 옥탑은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자 꼬마들의 놀이터이고,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이기도 해요. 누가 찾아오든 봉숭아 할매는 푸근한 웃음으로 맞아 주지요.
할머니는 별명도 많아요. 아이들에겐 ‘옥상 할머니’라고 불려요. 해마다 빼놓지 않고 봉숭아를 심고, 꽃이 피면 손에 봉숭아물을 들여서 ‘봉숭아 할매’이기도 하고요. 아마 같은 이유로 동네에선 ‘봉숭아댁’으로 불릴지도 모르죠. 불러 줄 이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할머니네 옥탑과 할머니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봉숭아 할매는 개나리가 활짝 피고 나무에 봄기운이 살포시 내려앉으면 특히 분주해집니다. 맨드라미며 봉숭아 같은 꽃과 상추, 수박, 토마토, 파까지 채소와 과일 모종을 심을 때거든요. 화분이 여의치 않으면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낡은 주전자도 이 나간 항아리도, 못 쓰는 냄비도 모두 화분이 된답니다. 아랫집에 사는 꼬마 은지도 거들겠다며 올라와 흙장난을 하고요.
이렇게 심어 놓은 꽃이며 채소와 과일은 자연이 무럭무럭 키워 줍니다. 햇살과 바람, 시원한 비까지 영양을 담뿍 주면서요. 물론 할머니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잡초도 솎아 주고, 달팽이도 잡지요. 수박이 무르익고 맨드라미가 활짝 꽃피우는 여름이면 ‘봉숭아 할매 풀장’이 열립니다. 매미 소리를 배경 삼아 옥탑 풀장에 몸을 담그고 먹는 수박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가을이 되어 잘 여문 채소는 수확하면 양이 제법 많아요. 그걸 또 어떻게 혼자 먹겠어요. 감나무집, 가겟집, 대추나무집…… 모두모두 나눠 먹어야지요. 겨울이 시작되는 김장철이면 동네 할머니들이 옥탑에서 오순도순 김장도 담그고요.
초봄에서 한여름, 겨울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봄까지 할머니는 어린이와 동물,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외롭고 무료하기보다는 계절 변화에 발맞추어 할 일을 찾아 즐기는 행복하고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계절에 따라 식물들을 심어 가꾸고, 아이들과도 놀아 주는 할머니는 옥탑에서 한 순간도 혼자가 아니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내내 넉넉한 이야기가 가득 살아 숨 쉬는 『봉숭아 할매』의 이야기를 들어 봐요.
“우리 동네에도 봉숭아 할매가 있으면 좋겠다”
초봄에서 한여름, 겨울을 지나 다시 봄까지
자연과 이웃, 동식물에 기대어
풍요롭게 오늘을 살아가는 이웃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없이 살아가는 독거노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인 1인 가구는 19.5퍼센트에 이르며,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 10명 중 6명은 독거 가구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노인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노화로 인한 안전 문제가 가장 우선이지만, 말벗 없는 외로움과 사회적으로 분리되는 심리적 문제도 점차 강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봉숭아 할매』에서 장준영 작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시각으로 혼자 걸어가는 삶의 끝자락을 따뜻하고 이상적으로 그렸습니다. ‘봉숭아 할매’는 지나간 시절을 아름답게 기억하며, 해마다 봄이 오면 봉숭아를 심습니다. 도심 한 귀퉁이에서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따뜻하고 마음까지 풍요롭습니다. “비가 오시는구먼!” 할머니의 간결한 말 한마디에는 사람과 자연, 삶에 대한 애정이 담뿍 느껴지지요. 『봉숭아 할매』를 쓰고 그리며 실제로 텃밭을 일구어 가꾼 작가는 옥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소재에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긴 설명이 없이도 충만한 이야기가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지요. 때로는 젊은 시절의 가족사진을 엿보며 추억에 젖기도, 풀장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는 모습에 웃음 짓다 보면 봉숭아 할매를 정말 이웃으로 들인 것만 같아집니다.
이렇게 『봉숭아 할매』는 도심 어느 귀퉁이, 익숙한 풍경 속에서 유쾌한 우리의 이웃이자 누군가의 현재와 미래를 따뜻하게 묘사합니다. 그 안에서 점차 고령화가 심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짐으로써 노년의 쓸쓸함을 이겨 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일은 너무도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초고령 사회는 아이들 세대에서는 결국 맞닥뜨리게 될 사회적 문제입니다. 『봉숭아 할매』로 우리 아이들이 ‘나이 듦’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의 문을 열고 관심이 필요한 우리 이웃을 돌아보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가족만큼 끈끈하고 친근한 이웃들과 값진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리즈 소개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시리즈
잠자리에 들어 호롱불 밑에서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호롱불은 전기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읽어 주는 그림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고 자라며 그림책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되어서까지 그림책과 함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고, 읽고, 느끼는 누구나 ‘도란도란’ 행복한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의 정서와 생각이 담긴 우리 창작 그림책을 엮었습니다.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은 다채로운 그림과 깊이 있는 글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함께 즐기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삶에 대한 성찰,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즐거움이 담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을 통해 티 없이 맑은 우리 어린이들은 너른 마음과 열린 눈을 갖게 해 주고, 동심을 간직하고자 꿈을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