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발견된 사체,
파고들수록 들춰낼수록 수상쩍은 사람들
범인은 앞집? 뒷집? 옆집? ……아니면 나?
일본 문단에서 본격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호러, 패닉소설 등 다양한 작풍의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해온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그녀의 대표작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구간: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이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인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도 함께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하자키葉崎라는 가상의 해안도시를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로, 낭만적인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사건과 별난 캐릭터, 감칠맛 나는 전개가 어우러진 유쾌한 미스터리 삼부작이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각 권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무엇을 먼저 읽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평화로운 가을의 일요일 한낮, 고다마 부동산 사모님이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목련 빌라를 찾아온다. 바닷가의 언덕에 지어진 열 채의 이층집. 걸어서 삼십 초면 해변에 닿을 수 있고 전망도 끝내주는 데다가 하얀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것만 같은 이름. 그런데 비어 있던 3호를 구경하려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신원을 알 수 없게 얼굴과 손가락이 짓뭉개진 사체가 발견된다. 사건 당일에는 태풍이 불어서 외부 사람의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범인은 이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총 10호로 이루어진 빌라의 주민들과 이웃들이 각자 탐정 흉내를 내며 그럴듯한 추리를 해나가는 와중에 뒤이어 또 한 건의 살인이 벌어지고,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숨겨져 있던 비밀과 거짓말, 스캔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추궁하면서 갈등은 고조되고, 뜻밖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허를 찌르는 유머가 있고, 극적인 전개와 반전, 페이소스를 모두 갖춘 소설이다.
지은이
와카타케 나나미 若竹七海
1963년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학교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미스터리 클럽에 소속되어, ‘기치 미하루’라는 필명으로 소겐추리문고의 부록책자 『좀의 수첩』에서 「여대생은 수다쟁이」라는 신간소개 칼럼을 집필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5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91년 연작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했다. 이후 제38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였던 『여름의 끝』(후에 『닫힌 여름』으로 제목 변경), 청춘 미스터리 『스크램블』, 자연재해 패닉소설 『화천풍신火天風神』, 역사 추리물 『넵튠의 만찬』, 불운한 명탐정이 등장하는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다채로운 작풍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어두운 범람」으로 제6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단편 부문)을, 2017년 『조용한 무더위』로 SR 어워드와 팔콘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네 탓이야』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의뢰인은 죽었다』 『녹슨 도르래』 『이별의 수법』 『불온한 잠』 등이 있다.
1장 남자가 죽었다
2장 형사가 탐문하다
3장 모임이 수상하다
4장 탐정이 지명되다
5장 용의자가 너무 많다
6장 여자도 죽었다
7장 경사가 난처해하다
8장 작가가 기획하다
9장 형사반장이 추궁하다
10장 범인이 도주하다
11장 모든 것이 밝혀지다
옮긴이 후기
너도 나도 명탐정―,
독특한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추리와 반전의 묘미
빈집에서 신원 미상의 사체가 발견되자,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형사들은 목련 빌라의 다양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의 캐릭터는 본인의 진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설명에 의해 다층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문제의 3호 열쇠를 가지고 있던 고다마 부동산 사장 부부, 혼자서 쌍둥이 자매 아야와 마야를 키우는 공무원 후유, 남자 둘이 한 집에 산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로 오해받곤 하는 학원 강사 다쿠야와 아키라,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인 소심한 켄과 동네의 공식 밉상인 아케미 부부, 책에 미친 번역가 쇼코, 고서점 기토당의 주인인 노리코와 외동딸 노리코를 시집보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 도키코, 호텔 겸 레스토랑 남해장을 운영하는 친절한 세리나, 중고차 판매회사 사장인 의뭉스러운 와타루와 스튜어디스 출신 미인 아내 게이코, 맹렬 노부인 레쓰와 빌라 위쪽 근사한 저택에 사는 추리소설 작가 고다이와 야요이 부부, 세리나의 전 시어머니이자 남해장을 함께 꾸려가는 거대한 풍채의 사유리와 제과기술자 로바. 이처럼 개성 넘치는 주민들은 각자가 용의자이면서도 각자 탐정 흉내를 내면서 추리를 전개해나가는데, 그 와중에 사체가 하나 더 발견되고, 진실이 무엇인지는 점점 모호해져간다.
살인사건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코지 미스터리의 상쾌한 매력!
코지 미스터리란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는 저자의 정의대로, 이 소설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시종 편안하고 유쾌하다.
일상적이고 담담한 묘사도 소설의 분위기에 기여하고 있다. 살인사건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진 주민들의 모임도 맛있는 음식들이 미각을 자극하는 저녁식사로 묘사되고, 살인 용의자를 뒤쫓는 한밤중의 달리기 장면은 으스스해야 하건만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재치 있는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인물들도 마찬가지. 서장이 연설을 늘어놓든 말든 태평하게 코털을 뽑고 힘든 일은 언제나 부하에게 떠넘기는 고마지 형사반장과 늘 그에게 휘둘리는 신참내기 히토쓰바시 경사는 예리하게 사건을 추적하면서도 만담 콤비처럼 웃음을 유발한다(고마지 형사반장은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에서도 계속 활약한다). 또한 후유의 쌍둥이 딸인 못 말리는 말괄량이 꼬마들, 자칭 ‘하자키산 소녀탐정단’ 마야와 아야의 활약도 폭소를 자아낸다.
용의자가 늘어나고, 비밀이 늘어나고, 추적자도 늘어난다!
파고들수록 들춰낼수록 수상쩍은 그들의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는 인간의 내면에 내재한 악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데, 그 방식이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누구에게나 있는 악의와 질투, 이기심과 허영심을 포착함으로써 개연성과 정서적 공감을 얻는다. 그러한 방식은 이 소설에서도 역시 유효해서, 나중에 밝혀진 뜻밖의 살인자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한 등장인물의 말대로, 이 일련의 비극은 결국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모든 게 다 잘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도리어 사건이 일어나서 여러 가지 곪은 곳이 터졌으니 잘된 일인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