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땅, 우리 장소가 탄생시킨 질박한 우리시 탐구
<장소의 탄생>은 '문화지리학'의 새로운 프리즘으로 한국의 시 100년을 살펴보는 책이다. 문학평론가 장석주가 문학과 지리가 경계를 넘어 만나는 개념인 문화지리학을 들고 한국 현대시 100년을 통찰하였다. 문학지리학이란 문학작품 속에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의식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를 살피는 '지리학적 현상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이 책은 고향으로 크게 상징되는 우리의 '장소'가 탄생시킨 한국의 시편들을 역사와 향토지리의 문맥 속에서 풀어낸다. 특히 우리 자연지리에 깃든 인문적 정체성을 밝히는 길잡이가 되었던 뛰어난 옛 인문지리지들을 두루 살펴, 우리의 향토 지리를 풀어내는 준거로 삼았다. 또한 고지도와 옛 예술작품들 속에 나타난 장소애와 그것이 구현한 장소의 미학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 소개
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1979), '완전주의자의 꿈'(1981), '그리운 나라'(1984), '어둠에 바친다'(1985), '새들은 황홀 속에 집을 짓는다'(1987), '어떤 길에 관한 기억'(1989),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 때'(1991),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1996),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1998),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2001),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02), '붉디붉은 호랑이'(2005), '절벽'(2007), '몽해항로'(2010) 등이 있다.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술 마시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산길과 들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말하기보다 침묵을 더 좋아하고, 운동보다 명상을 더 자주 한다. 재즈와 고전음악을 즐겨 듣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한 해에 일만 쪽 이상의 책을 읽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서른 해 넘게 쉬지 않고 글을 쓰며 살아왔다. 써낸 책을 합하면 50여 권에 이른다. 아홉 해 전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수졸재’라는 집을 짓고 살며, 국악방송(FM 99.1Mhz)의 데일리 프로그램인 '장석주의 문화사랑방'을 진행하였다.
차례
글을 열며: 장소는 場所다―지리산에 들다
1장 문학지리학 서설
문학지리학의 범주|장소의 뜻과 본질
2장 땅과 시와 산수화
―직소포, 전주, 도산구곡 그리고 김억의 목판화
3장 장소애의 시학―백석과 ‘평북 정주’
장소들, 또는 지도의 꿈|문학지리학을 위하여 |왜 고향인가?|장소애는 운명애다|장소애의 본질
4장 질마재, 세속과 형이상의 어우러짐―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개’와 ‘뱀’의 시간|하늘, 그 영원과 형이상의 발견|천문지리의 상상세계의 계보학|똥오줌 통 속의 맑은 ‘하늘’|소문의 고현학
5장 중부 내륙의 문학지리학―목계·문의·옥천
장소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목계, 피세 욕망의 자리|문의,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옥천, 고향의 생태학
6장 충청남도, 청풍명월의 땅
―박용래의 ‘강경’, 나태주의 ‘공주’, 김관식의 ‘논산’
장소상실에 관하여|청풍명월의 땅에 숨은 내력과 지리|강경, 옛 장시의 영화는 스러지고|공주, 맑은 기운이 충만한 땅|놀뫼, 그 누런 땅을 적시고 흐른 피
7장 산과 강원도
산의 지리학|설악산|강원도, 높고 깊은 땅|태백문화의 발흥지
8장 따돌림과 억누름의 땅에서 성지로―전라도와 광주
한의 심미성|전라도의 문학지리학|무등의 땅, 화엄광주
9장 서울, 그 욕망의 지리학
병든 서울, 그 우파니샤드|이미 서울은 만원이다|외래인의 눈에 비친 서울|메가 메트로폴리스, 욕망을 균질화하는 곳|나의 오아시스, 서울|산책자 ‘구보’들의 도시
10장 경기도의 문학지리
경기도, 서울의 울타리|1번 국도가 관통하는 곳|경기말의 언어지리학|장소와 비장소
11장 섬의 지리학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울릉도와 독도는 국토의 막내다|제주도, 시련으로 얼룩진 팍팍한 삶의 땅
12장 경상도의 지리학
경상도, 조선 인재의 반을 낸 곳|박목월과 천년고도 경주|유치환과 박재삼과 백석―통영과 한려수도
13장 자연 속에서: 수련과 우포늪―장소들의 경이에 대하여
결국은 자연이다|감각과 세계|수련 예찬―모네, 바슐라르, 채호기|우포늪―황동규와 배한봉의 시
글을 닫으며
이 책에 소개된 우리시의 배경 지도
참고문헌
장석주의 책들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김소월에서 황병승까지 우리 땅, 우리 장소가 탄생시킨 웅숭깊고 질박한 우리시 탐구
―‘문학지리학’의 새로운 프리즘으로 한국의 시 100년을 읽는다
늘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 문학비평의 외연을 넓혀온 문학평론가 장석주가 문학과 지리가 경계를 넘어 만나는 개념, ‘문학지리학’이라는 프리즘을 들고 한국 현대시 백 년을 통찰하였다.
문학지리학이란 문학작품 속에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의식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를 살피는 “지리학적 현상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땅’, ‘장소’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아키타스는 “모든 육체는 장소를 점유하며, 장소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장소’는 몸과 그 실존을 품고 그것이 피어나게 하는 자리이며, 모든 원초적 경험의 토대이다.
태를 묻은 ‘고향’, 잠시 머물던 ‘거처’, 역사의 ‘현장’ 또는 잊을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장소들’. 시인들의 상상력은 때로 저 ‘우주’, 천상의 공간으로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다소 생소한 이 ‘문학지리학’이란 프리즘을 통해 ‘고향’으로 크게 상징되는 우리의 ‘장소’가 탄생시킨 웅숭깊고 질박한 한국의 시편들을 역사와 향토지리의 문맥 속에서 차분히 녹여낸다. 특히 우리 자연지리에 깃든 인문적 정체성을 밝혀내는 길잡이가 되었던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택리지』와 같은 뛰어난 옛 인문지리지들을 두루 살펴 이 책들을 우리의 향토 지리를 풀어내는 준거로 삼았으며, 이와 더불어 「대동여지도」 「동국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의 고지도와, 우리 땅과 자연이 탄생시킨 「금강전도」 「몽유도원도」와 같은 옛 예술작품들 속에 나타난 장소애와 그것이 구현한 장소의 미학까지 빠트리지 않고 살피는 등 문학과 지리와 예술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적인 글쓰기의 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여준다.
황해도에서 독도까지 우리 땅에 새겨진 선인들의 인문지리학적 위업을 살피는 동시에 시인들이 남긴 주옥같은 문학지리의 축적물들을 오롯이 재발견해내고 있는 이 책은 이중환의 『택리지』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영감을 받아 집필되었다. 그 탐구는 김소월과 백석의 정주, 서정주의 질마재, 오장환과 김수영과 김혜순의 서울, 정지용의 옥천, 박용래의 강경, 고은의 문의마을, 김광섭의 성북동, 박목월의 경주, 신경림의 목계나루, 이성복의 남해 금산, 김지하의 목포, 황지우와 김준태와 임동확의 광주, 김영랑과 한하운과 이성부의 전라도, 유하의 청계천 세운상가, 함민복의 강화도, 고형렬의 설악산, 고정희의 지리산, 문충성의 제주도, 유치환의 울릉도, 박정대의 독도, 그리고 황병승의 상상의 지리까지를 아우르며 펼쳐진다. 100여 명의 시인과 그들이 노래한 100여 편의 시를 싣고, 우리시와 지리의 만남은 한반도의 산계와 수계를 타고 갈래를 지으며 힘차게 내달려간다.
장소와 연고를 맺고 살면서 그 장소에 새로운 정체성을 입히는 시인들, 제 삶의 기원이자 정체감을 부여한 장소들을 상상력 속에서 발효시켜 아득하고 현묘한 언어로 새롭게 빚어내는 그들의 작품을 읽는 일은 우리가 사는 지역과 경관들을 더 의미 있고 풍요롭게 바라보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