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간절한 마음으로 불러낸 오래된 미래, 마당!
한국인의 오랜 생활공간인 '마당'에 대해 소개한 책. 옛부터 주요한 생활공간이었던 마당은 현대화와 핵가족 추세에 밀려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마당의 너른 품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일상의 고단함을 쉬어가기도 했다. 마당은 그 품에 기대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무한의 균형 있는 세계를 아낌없이 선서했다.
이 책에서는 야생의 놀이터인 마당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드넓은 마당의 꿈을 선사하고자 한다.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왔던 마당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마당 위에서 생겨나는 평범해보이는 일상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다루고 있다.
빌딩이나 아파트 속의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치열한 경쟁 속에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마당에 얽힌 사라진 기억을 일깨워준다. 도시인으로 살아가면서 몸도 마음도 과열되어 열기에 갇혀 허덕이는 모든 이들이, 마당을 꿈꾸며 이전의 환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을 전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1958년 출생.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시와 젊음><현대시와 기호학><광야의 시학><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우주공동체와 문학의 길><20세기 한국시의 정신과 방법><백석>(편저) <20세기 한국시와 비평정신><몽상의 시학 : 90년대 시인들><한국현대시와 자연탐구><시읽는 기쁨><한국현대시와 문명의 전환><시읽는 기쁨2><재미한인문학연구>(공저) <정진규의 시와 시론 연구><시읽는 기쁨3><한국현대시와 평인의 사상><마당 이야기>가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마당 이야기』는 깊이 있고 다감한 시 해설집 『시 읽는 기쁨 1, 2, 3』으로 독자들에게 시의 아름다운 세계를 알려주었던 정효구 교수가 한국인의 오랜 생활공간인 ‘마당’에 대해 써내려간 책이다.
튼실하고 정갈한 마당에서 한국인은 삼라만상의 자연 변화를 느끼며 살았다. 제비가 찾아들고 병아리가 아장거리는 봄의 마당, 뜨거운 태양에 푸석거리며 말라가는 여름의 마당, 곡식을 널어 말리던 넉넉한 가을의 마당, 소담스럽게 눈이 쌓인 겨울의 마당에 이르기까지 마당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호흡했고, 또 그 마당에서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달을 보면서 날마다 꿈을 꾸었다.
현대인의 생활 편리에 밀려 어느 순간 급속히 자취를 감추어버린 주거 공간으로서의 마당을 화두로 꺼내 든 저자는 마당을 감상적인 옛 추억의 공간이 아닌 우리 마음에서 다시 만들어 가꾸고 지켜가야 할 오롯한 심상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며(下心) 맨얼굴로 일상의 노래를 들려주던 한국인의 마당을 ‘마당을 모르는 세대’와 ‘마당을 잃어버린 지금의 우리’에게 일깨우기 위해 불교 철학과 도의 사상을 넘나들며 그것이 품은 우주성과 영성을 이야기한다. 또 서정주와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정일근 등이 노래한 마당의 정취와 의미를 들려주고, 그것이 품은 철학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이 긴 탐구의 여정 속에 만난 마당의 형이상학적 존재가 바로 불성의 세계였음을 고백하면서, 마당처럼 평평하고 둥글게 살아가고자 자신을 다독인다.
이 책은 수직 아닌 수평으로 누워 묵묵히 우리의 생활을 떠받치고, 무한의 여백을 지닌 ‘空의 터, 共의 터’로 삶을 다독이던 마당을 지나가버린 유산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하고 앞으로도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오래된 미래’로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인간,
천지인이 조화롭게 상생하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세계
마당에 대한 빛나는 성찰, 사색과 몽상
『마당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마당에서 이뤄지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생활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다룬 책이기도 하다. 차례를 살펴보면 ‘마당을 쓸다’, ‘마당에 빨래를 널다’, ‘마당 위로 잠자리가 날다’처럼 마당에서 우리가 직접 겪는 소소하고 사사롭게 보이는 일상들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제목들이 이끌어내는 세상을 관통하는 사색의 깊이는 흔들림 없이 누워 있는 마당처럼 진중하고 옹골지다.
저자는 마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와 같은 다양한 장면들을 들추면서 세계를 향해 항상 열려 있는 마당 같은 마음을 지녀보자고 말한다. 또한 이를 통해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조급증과 스트레스, 과도한 경쟁과 반목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인으로서 우리의 삶과 내면을 가꾸고 돌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안에 여유로움과 비워 있기에 가득 찰 수 있는 마당 같은 세계를 들일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한결 풍요롭고 넉넉해질 것이다. 새 직장인 산골 마당에서 새로운 직장 동료인 풀꽃과 바람과 구름과 함께 시를 쓰기 위해 마당으로 출근한다는 정일근 시인의 시처럼 우리에게도 온갖 복잡한 생활의 번뇌를 잊고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는 새로운 마당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마당을 직접 찾아가, 마당에 발을 들여 놓아야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보다 크고 넓게, 멀리 바라보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며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만 해도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음속에 저마다 자신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왔던, 우리 자신만의 ‘마음마당’을 만들고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본문의 깊이와 여운을 전달해주는 사진작가 주명덕의 흑백사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명덕은 지금까지 선보인 여러 차례의 전시회와 작품집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진작가로 알려져 있다. 본문의 사진은 우리의 고유한 정서가 응축된 마당의 본모습을 가장 온전한 형태로 전달해주는데, 독자들은 글과 함께 사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마당의 넉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