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질병과 사랑> 등을 통해 자유로운 형식과 독특한 문체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청호의 신작소설. 한곳에 얽매지 못하는 카사노바형 인물인 그와 혼자서 그를 독점하고 싶은 그녀의 엇갈린 욕망과 사랑의 형식을 독특한 서사와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나간다.
남녀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은 <상상들>, <사건들>, <행위들>이라는 독립적인 구성으로, 마치 세 편의 연작 단편을 읽는 듯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또한 작가는 남녀의 사랑을 메타적 시선에서 그려나간다. 즉, 사랑의 행위와 장면 같은 서사 중심이 아닌 그에 대한 그녀의 '고통과 집착의 언어'를 통해 성찰함으로써 남녀의 엇갈린 욕망을 생생하게 표출해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男과 女의 사랑, 유목민의 형식과 히스테리 환자의 형식
『단 한 편의 연애소설』『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등을 통해, 비루한 일상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꾸밈없이 재현해오며, 동시대의 아방가르드로,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독특한 문체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청호가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스물한 번째 작품 『사랑의 수사학』을 내놓았다. 소설은 ‘카사노바와 사랑의 행위에 관한 해석’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한곳에 얽매지 못하는 카사노바형 인물인 그와 혼자서 그를 독점하고 싶은 그녀의 엇갈린 욕망과 사랑의 형식을 독특한 서사와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나간다.
『사랑의 수사학』은 일단 ‘그’를 사랑하는 ‘그녀’의 이야기다. 그러나 방식은 단연 박청호만의 방식이다. ‘상상들’ ‘사건들’ ‘행위들’이라는 독립적이면서 유기적인 플롯으로, 마치 세 편의 연작 단편을 읽는 듯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사랑의 행위와 장면 같은 극적인 서사 중심이 아닌 단지 남녀의 사랑의 형식을 메타적 시선에서, 즉 그에 대한 그녀의 ‘고통과 집착의 언어’를 통해 성찰함으로써 그 흔한 사랑 이야기의 전통적 서사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
“나는 그를 사랑할수록 그의 텅 빈 마음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온종일 그를 상상한다.“
“나는 너무도 쉽게 이 사랑에 중독돼버렸다. 나는 차츰 미쳐갔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자신에게 없는 것도 주려는 안타까운 몸짓이다. 그래서 그녀는 왜 그가 그런 허황된 몸짓이라도 연출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그는 그녀가 자기가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므로 견디기 힘들다. 그녀는 그에게 전부를 달라고 말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부만을 건넬 뿐이다. 그는 그녀를 만나지 않는 날엔 다른 여자를 만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소설은 남녀의 이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을 그녀의 욕망과 질투의 언어를 빌려 발설하는 것을 시작으로(‘상상들’), 그가 뒤로 물러날수록 그녀가 다가설 수밖에 없는 ‘카사노바’와 ‘히스테리 환자’의 얽힌 욕망의 에피소드를 밀도 있게 그려나간다(‘사건들’). 마지막에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치며, 그녀가 또 다른 나와 합체되면서 ‘나나’로 타자화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남녀의 엇갈린 욕망의 극점을 묘출해낸다(‘행위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을 욕망’하는지 그 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랑의 수사학』은 그 틈이 서로를 매혹하고 그 틈 때문에 고통당하는 남녀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