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방랑

티베트라는 새로운 감상공간을 만나다!

  • 저자후지와라 신야
  • 출간일2010-05-10
  • 페이지372
  • 가격16,000원
  • 판형140*210mm
  • ISBN978-89-7288-368-5
  • 분야에세이 > 일본에세이
책 소개

티베트라는 새로운 감상공간을 만나다!

일본 태생의 행동하는 사색가 후지와라 신야가 새파란 천국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티베트방랑』. <인도방랑>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인도로 이끌어간 저자의 티베트방랑기다. 여행을 통해 묵묵히 자신을 해체시키고 성장시켜온 저자가, 30대 시절에 진흙 속 연꽃으로 불리는 히말라야를 품은 티베트를 방랑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8년간 인도를 여행하면서 얻은 깨달음 안은 채, 천공에 가장 가까워 정토를 연상케하는 티베트로 건너가 발견한 그곳만의 숙연함, 청한함, 무구함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티베트에 깃든 인간의 생과 사를 그대로 담아낸 압도적 진실성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불교, 승려, 자연, 그리고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에 대한 신랄한 통찰이 돋보인다.

 

저자 소개

저자 후지와라 신야 藤原新也는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현 모지 시(현재 기타큐슈 시 모지 구)의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여관이 파산하자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명문인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회화과에 입학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예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 1969년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도로 떠난다. 이후 서른아홉 살 때까지 인도, 티베트, 중근동, 유럽과 미국 등을 방랑한다. 1972년에 펴낸 처녀작 『인도방랑』은 당시 청년층에게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8년의 인도방랑 후 떠난 티베트에서의 여정을 기록한 『티베트방랑』은 라마교 사회의 삼라만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독자를 투명한 감상공간으로 이끌어주었으며『인도방랑』과 더불어 저자의 원점이 되는 대표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1977년 『소요유기』로 제3회 기무라 이헤에 사진상, 1982년 『동양기행』으로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는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 『아메리카 기행』『도쿄 표류』 『메멘토 모리』 『침사방황』 『시부야』 『바람의 플루트』 『황천의 개』, 소설 『딩글의 후미』, 자전소설 『기차바퀴』 등이 있다. 

차례

 

타임 슬립

01 - 조간산 넘어
연꽃 아래
가릉빈가
하늘에 상냥한 지옥
먼 곳의 색채
승려
내 안에서 태어난 들개가 산 너머에서 울었다

02 - 하늘의 향연
구름 그림자
환조
경을 먹는 개
서로 닮은 산
물속의 달을 닮은 자

후기

 

출판사 서평

 

8년의 인도방랑을 마치고 진흙 속 연꽃―히말라야로 떠난 후지와라 신야의 새파란 천국 티베트 방랑기
"이 글은 인간으로서 퇴화한 지금을 살아가는 한 청년이 과거를 향해, 인간으로서 보다 진보적인 그들의 지금의 바다 속에 자신을 투입한 작은 기록입니다."

『티베트방랑』은 자연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제 몸에 베껴 적으면서 전 존재로 삶의 진정성을 찾으려 했던 어느 조용한 여행자가 아대륙을 떠도는 긴 방랑길에 남긴 종언의 기록이다.
8년 동안 인도를 방랑하고 이제 삼십대가 된 청년 후지와라는 새파란 천국―티베트에서 담담한 시선으로 라마교 사회의 삼라만상을 지켜보면서 우리를 또 다른 감상 공간으로 안내한다.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의 땅, 수만 명의 승려가 하늘 가까이에서 신을 향해 노래하는 땅. 그는 과학은 진화하고 인간적인 것은 퇴화한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서 인간으로서 보다 진보적인 그들의 ‘지금’을 분명히 보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는 책에서 인도를 “땅이 끌어당기는” 곳, 티베트를 “하늘이 잡아당기”는 곳이라 표현하고, “인도에서 티베트에 가면 물방개처럼 늪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른 듯한, 두 개의 영역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불운한 사람들의 수많은 삶이 들끓는 진창 인도 옆에 너무도 숙연하고 청한하고 순백 무구한, 천공에 가장 가까운, 정토를 연상시키는 땅 티베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죽음을 목격하고 공포를 느꼈고, 비인간적인 자연 앞에서 그저 풍경의 한 점에 불과한 제 존재의 위치도 고스란히 보았다. 자연과 삶의 순리를 카메라에 담으며 인도 곳곳을 누비던 어느 날, 그는 인간의 시체를 뜯어먹는 들개 떼를 보고 매일 것 없이 자유롭게 해방된 인간 존재의 끝까지도 분명하게 목도한 뒤, 이제 드디어 ‘비상(飛上)’이라는 꿈을 꾸어보기로 한다.
그는 인도 북부 카슈미르에서 히말라야 산맥 서쪽 끝자락을 타고 4500미터가 넘는 티베트 고지로 향한다. 막연하지만 어떤 성스러운 예감에 차서 달려간다. 그렇게 무인의 풍경, 극한의 황야, 붉은 산괴 앞에 선다. 바람 한 점 일지 않고 침묵한 땅 앞에서, 굴절 없는 햇빛에 직사되며 찬연히 말라붙은 그 땅에서 후지와라 신야가 만난 것은 “옴마니반메훔”을 끝없이 외며 다시 태어날 생을 위해 지금의 생을 온전히 바치려고 수미산을 오르는 사람들이었다. 홍의(紅衣)를 휘날리며 불모의 들판을 달려가던 붉은 뺨의 어린 스님이었다. 속세와 격절된 고지에서 명랑하게 떠들며 살아가는 승려들이었다. 다시 찾을 수 없는 조국에 대한 사모심에 말도 안 되는 시(詩)를 지어대던 거짓말쟁이 남자였다. 현세보다는 공덕이라는 내세의 재산을 쌓는 데에만 몰두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무 이름을 갖지 않고도 위세 당당한 땅들이었다. “여행은 난생처음 꾸는 현실 같은 꿈이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내 꿈은 길었다.”
티베트와 티베트인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천국이라는 말과는 동떨어지게 너무도 가파르고 메말라 있다. 그 모습들이 선명하고 강렬하게, 때로는 꿈의 풍경처럼 어두운 배경 속에서 떠오른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들, 자갈투성이의 끝없는 평지, 그 평지에 흐린 보랏빛으로 피어 바람에 나부끼는 들꽃 무리, 이 세상이 아닌 듯한 풀밭에서 풀을 뜯는 소, 어두운 승방, 불경을 외는 승려들, 자나 깨나 “옴마니반메훔”을 외치며 진언을 저축하는 자들…… 그렇게 신들의 언덕 히말라야 티베트 고지에서 시작된 그의 걸음은 온갖 사람들이 온갖 표정으로 모여 사는 부락과 부락으로 이어지고, 그는 그들의 삶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자신만의 낙토에서 평화로운 꿈을 꾸는 108인의 티베트인
이 책에는 75점의 풍경 사진 외에도 티베트인 108명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증명사진풍의 사진 108점이 실려 있다. 그 108인의 얼굴 사진 밑에는 이름, 연령도 함께 실려 있다. 그 수가 108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108가지, 갖가지 번뇌를 안고 힘겹게 생을 이어가는 이자들은 모두 다른 108가지 낯빛을 반짝이며 어딘가를 즐겁게 응시하고 있다.
행운, 부자, 장수, 고가(高價), 금, 은, 보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그 좋은 이름을 전혀 보답 받지 못하는 가난뱅이들,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고 인간의 사유에서 너무도 동떨어진 불가사의한 눈빛을 가진 남자, 철학자 같은 얼굴을 한 잡동사니 수집가에 사이비 약사, 언제나 서글픈 미소를 지은 채 사람들과 거의 말을 나누지 않는 고독한 남자, 고차원에 무해한 허풍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을 신의 발밑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장님, ‘만물행복집합론’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설법광, 싸구려 공물을 목에 걸고 매일 부락 전체의 경사를 찾아다니는 자, 한 톨의 보리에도 진위(眞僞)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며 생활의 도덕을 과시하는 자, 변두리의 다 쓰러져가는 간이 사원 벽에 그려진 나신의 부처상 앞에서 언제나 묘하게 요염한 자태로 기도를 드리는 늙은 여자, 눈이 주름에 파묻혀 장님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노파, 알 없는 노란색 남자용 투명 안경을 거꾸로 쓴, 아이처럼 키 작은 노파…….
그 밖에 생명의 환희를 완전무결한 웃음으로 표현하는 자가 몇 명. 그리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단순한 멍청이가 몇 명......
이방인이 만난 그들은 저마다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신성한 산책로를 거닐며 황홀경에 빠져 볕을 쬐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신앙이 없는, 내세니 신비니 하는 것을 믿지 않던 젊은 이방인의 눈에도 그들이 신앙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삭막한 인간 세상의, 그 심히 추레하고 익살맞고 어리석으면서도 신성해 보이는 사람들의 늙은 머리 위로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고, 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드리운 지복(至福)의 색채를 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내세는 저기 먼 곳 피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천국……지옥”을 읊조리고 꿈을 꾸며 잠을 자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보금자리에 이미 펼쳐져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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