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막심 고리키와 그의 삶의 철학을 읽는 즐거움!
「러시아 고전산책」 제6권 『마부』.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집요한 추적을 보여주는 10편의 단편을 모아 엮음 책이다.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막심 고리키의 초기 단편소설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하층민에 대한 연민과 포용의 반대편에서 부르주아에 대한 비판과 삶의 윤리와 실천을 부르짖었고 악취 나는 현실을 덮어줄 이상향으로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던 저자의 성찰과 해답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소개
저자 막심 고리키(Максим Горький 1868~1936)의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쉬코프. 1868년 러시아 볼가 강 연안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졌다. 고리키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열한 살 때부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스스로 생계를 꾸렸다. ‘극한의 고통’이라는 뜻을 가진 고리키의 필명은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잘 보여준다. 1892년 《카프카스》 신문에 필명으로 첫 단편소설 「마카르 추드라」를 발표했다. 1898년 단편 스무 편과 수필을 모은 『수필 및 단편집』두 권을 발표하여 러시아 및 유럽에서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됐다. 초기 작품에서는 주로 자유롭고 당당한 부랑자들을 묘사했다. 1905년 사회민주노동당에 가입하며 혁명 활동을 지지했다. 그러나 고리키가 꿈꾸었던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1905년 1차 혁명을 목격하고 차르 정부를 비난해 유형당한 고리키는 1913년까지 망명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어머니』(1906), 『필요 없는 인간의 삶』(1908), 『여름』(1909), 『마트베이 코제먀킨의 삶』(1910), 『어린 시절』(1913)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 이후 드러난 모순과 부조리에 실망한 고리키는 《새생활》지를 통해 혁명의 지도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즉각적인 문화교육 운동의 실천을 주장했다. 기고된 글들은 1918년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에 대한 소고』,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 1917년 소고』로 발행됐다. 1925년부터 1930년까지 마지막 유작이자 미완의 장편소설『클림 삼긴의 생애』(1~3권)를 발표했다. 1931년 소연방으로 귀국한 고리키는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 경찰의 감시 속에서 살다, 1936년 6월 모스크바 근교의 별장에서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 서평
“낡아 빠진 사람들에게 왜 새로운 해가 필요한가?
생각과 감정을 쇄신하지 않은 한 새로운 해는 없다.”
이성은 쇠약하고 무기력해졌다. 사랑은 열정적인 말도 잊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렸다. 믿음은 이리저리 깨지고 완전히 망가졌다. 진리는 학대받고 외면당했다. 독창성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다. 이 모든 감정을 상실한 사람들은 왜 사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고리키의「마부」의 파벨, 「환영」의 포마 ,「종」의 안티프 등 거짓과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공허하게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통해 공허하고 지루한 시간의 늪에 빠져 거짓과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허우적대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돈, 명예, 탐욕, 아름다움, 희생, 오만함, 자유분방한 삶 등 다양한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고리키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과연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원작의 사실성과 깊이, 그리고 섬세한 필체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뛰어난 원전 번역을 통해 우리는 고리키의 삶이 갖는 영향력과 러시아문학을 새롭게 창출한 그의 문학적 위상을 발견하게 된다.
고리키의 초기 단편 속에서 오늘을 읽다
한 작가가 이룩한 문학 세계가 어디서 어떻게 발아하였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그의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러시아 고전 산책’ 시리즈 제6권 『마부』는 러시아 민중의 아들이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의 초기 단편들 10편을 묶어놓은 책으로, 「이제르길 노파」 외에 9편은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들이다. 러시아 문학과 고리키를 좋아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에게도 고리키의 초기 작품들은 신선한 재미와 의미 있는 무게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러시아 고전문학의 명맥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를 지나 체호프에게서 방점을 찍을 무렵, 막심 고리키는 러시아 문학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만든 작가로서 러시아 문학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1905년과 1917년의 혁명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러시아의 정세 속에서 고리키는 시대적 필연으로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창시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험한 하층민의 삶은 혁명에 대한 그의 의지와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갈망과 결합해 그의 문학 정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극한의 고통’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의 이름처럼 그의 소설 속에 그려진 러시아 민중과 그 삶의 비애를 살펴본다면, 당대의 사회적 배경을 떠나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삶의 방향에 대해 고찰하는 고리키의 시선
20세기 초, 소비에트 연방이 결성되던 당시에는 가난한 하층민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혁명에 직접 참여하면서 러시아 인민들을 옹호하는 데 주력했던 고리키의 희망과도 같았으며, 그 시선은 그의 문학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른바 서발턴, 혹은 이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도 이름도 갖지 못한 ‘몫이 없는 자’들이 「아쿨리나 할머니」와 「푸른 눈의 여인」에 등장한다. 그날그날 먹을 것을 구걸하는 아쿨리나 할머니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이 거두고 있는 부랑자들의 한 끼를 염려한다. 실패한 변호사와 그의 애인, 도둑과 그의 선생, 주인의 돈을 횡령한 전과자 등 ‘사회의 쓰레기 집합소’는 당시 러시아의 밑바닥이자 인간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남편을 잃고 홀로 어린 자식들을 키우게 된 ‘푸른 눈의 여인’ 또한 핍진한 생활에 쫓기다가 몸을 팔아 가족의 생계와 앞길을 책임져야 하는 삶을 담담히 살아나간다.
하층민에 대한 연민과 포용의 반대편에서 고리키는 부르주아에 대한 비판과 삶의 윤리와 실천 역시 부르짖는다. 「마부」「환영」「종」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살인을 통해 부를 축척하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부유하지만 무의미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삶을 살거나, 자신의 아집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왜곡된 인간상을 가진 자들이다. 그들을 통해 고리키는 다양한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양심의 고백과 회심으로 구원을 얻거나, 끝내 타인과 신을 탓하며 자기방어적인 삶을 살거나, 아니면 그 중간에서 고민을 한다. 이를 통해 고리키는 실천적 삶과 대안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하류층과 상류층, 두 세계는 양극단에 있으면서도 동일하게 현실의 추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악취 나는 현실을 덮어줄 이상향으로서 고리키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 「로맨스」에서 음울한 술꾼이 되어 살아가는 한 남자에게 소년 시절에 다정한 여인에 대한 첫 사랑의 기억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의미가 된다. 「아름다움」에서 어느 집 테라스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는 일은 두 남자에게 쓰레기 냄새도 잊을 만큼 강렬한 체험이 되며, 이후에도 삶에 의미를 주는 기억으로 남는다. 삶의 의미를 좇는 고리키의 시선은 따뜻한 모성과 신비로운 미(美)로서 형상화되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거장의 성찰과 해답
어떻게 살 것인가. 고리키가 던지는 이 화두는 그의 소설 전반을 꿰는 주제 의식이다. 10편의 단편들을 통해 고리키는 궁극적으로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집요한 추적을 보여준다. 「지난해」를 통해 진리가 도외시되는 세태를 비꼬면서도, 「시간」을 통해서는 인생 전반에 대한 통찰과 삶의 실천 방향에 대해 시간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고리키는 이 작품에서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의 이성과 열정을 삶에 바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삶에 자신을 완전히 바치라고 말한다. 벽돌처럼, 건물의 부속품이 되어 가만히 놓여 있는 삶을 살지 말라고, 이성과 영혼을 통해 감성과 사고로 가득 찬 격동의 시간을 경험하라고 권한다.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정을 갖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제시한다. 진실, 정의, 아름다움에 봉사하는 강인한 영혼 속에 온갖 아픔과 사람들의 고통을 지니고서 빛을 비추는 삶, 이것이 진정 용감한 사람들의 삶인 것이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가 있는 곳에 위대함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고리키는 공허하고 지루한 삶을 타개하고 강렬한 열망으로 생을 채워나가는 의지를 가진 거장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진 소년이 러시아의 문호가 되기까지 그를 지켜주었을 그 단단한 의지는, 그의 작품 속에서 세상을 두드리고 인간을 발견하며 삶을 여는 힘으로 발산되고 있다. 고리키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동시에 고리키와 그의 삶의 철학을 읽는 기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