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톨스토이의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중단편들!
2010년 톨스토이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는「톨스토이 문학전집」시리즈 여덟 번째『중단편선 3』. 권위 있는 러시아어 원전을 바탕으로, 원서가 지닌 문체와 느낌을 충실히 반영한 전집이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인간적인 고뇌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이 담겨 있는 후반기의 중단편들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 중단편 중에서도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비롯하여 <홀스토메르>, <주인과 하인>,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 삶에 대한 회의와, 생과 사라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문학적인 성취와 명성을 얻은 후 삶에 대한 불신과 회의에 빠진 대작가의 고뇌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 소개
남러시아 툴라 근처에 있는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명문 백작가의 사남으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를 후견인으로 성장했다. 카잔대학에서 3년 동안 공부한 후 대학교육에 실망을 느껴 영지로 돌아가 농민생활 개선에 힘썼으나 실패하고, 잠시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던 톨스토이는 1851년 3월 「어제 이야기」를 썼으나 미완성으로 남겼다.
이해에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했으며 이듬해 《소브레멘니크》에 「소년 시절」을 발표하면서 전역하기까지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1862년 34세 때 궁정의사의 딸인 18세의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베르스와 결혼, 교육잡지를 발간하기도 하면서 문학에 전념하여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를 발표하였으며 이어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역작을 남겼다.
그러나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할 무렵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함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다. 1910년 10월 28일 가족들 몰래 가출하여 11월 7일 라잔 우랄 철도의 작은 간이역 아스타포보(현 톨스토이역) 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임종 때 아내를 보기를 거부한 톨스토이의 마지막 말은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 왜 사람들은……”이었다.
출판사 서평
『중단편선 Ⅲ』은 톨스토이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여 권위 있는 러시아어 원전을 바탕으로 원서가 지닌 문체와 느낌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기획, 발간 중인 톨스토이 문학전집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1870년대에 톨스토이는 자신의 3대 작품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한 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함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이번 중단편선에 실린 작품들은 이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로서 톨스토이의 이 같은 번뇌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 중단편 중에서도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비롯해 「홀스토메르―어느 말의 이야기」 「주인과 하인」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의 작품에는 하나같이 삶에 대한 회의가 담겨 있으며, 생(生)과 사(死)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작가의 깊은 모색과 성찰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품선에 실린 중단편들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로 대변되는 사실주의 문학의 전범으로서 자리매김했던 그의 문학 세계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부활』로 상징되는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형태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소러시아 전설」처럼 러시아적 향토색을 지닌 작품들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톨스토이의 관심을 보여주는 「카르마」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이 더욱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톨스토이가 삶과 죽음, 선과 악, 참과 거짓, 자연과 문명의 문제에 보다 천착하기 시작하면서 부인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불화, 위선적인 사회와의 갈등, 러시아정교회와의 견해차로 인한 반목 등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수라트의 찻집」 「지옥의 파괴와 복원」 같은 작품에는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교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과 풍자를 엿볼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에는 결혼제도에 대한 그의 회의적인 시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세 가지 잠언」에서는 그를 공격했던 위선적인 사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성격이 짙게 나타난다.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욕망과 번뇌, 죽음의 사슬을 끊고
영혼의 자유와 구원을 찾기 위한 대작가의 모색
사람들은 항상 많은 것을 소유하려 들고, 또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행복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유한한 삶에서 완전한 소유란 불가능하며, 이룰 수 없는 백일몽과도 같다.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를 절감한 톨스토이는 이 책에서 인간의 소유욕을 꼬집는 한편, 유한한 삶을 가치 있고 영원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색하고 있다. 톨스토이를 비롯해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모든 선구자들이 절감했듯이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무의미하다. 「주인과 하인」에서 바실리 안드레이치가 지녔던 부(富)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 일리치가 일생을 추구했던 안락한 가정생활과 사회적 지위도, 「홀스토메르―어느 말의 이야기」에서 세르푸호프스코이가 누렸던 젊음도 모두 죽음 앞에서는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헛된 꿈이었을 뿐이다.
톨스토이가 찾은 헛되지 않은 진정하고 영원한 삶은 기독교적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에게 복음서의 가르침은 죽음으로 인한 이 모든 난국의 타개책이었으며 정신적 고뇌를 해소시켜주는 진리였다. 인간이 지닌 소유욕이라는 허상을 꿰뚫어본 톨스토이는 공동소유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중단편선 Ⅲ』의 수록 작품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품선의 또 다른 특징은 결혼과 교회로 대변되는 불합리한 사회제도의 모순을 공격하는 한편, 과학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교만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보기에 결혼 제도는 사람들이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복음서에도 없는 가르침을 만들어서 끌어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그는 결혼생활에서 파생되는 고뇌와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한편, 복음서의 여러 대목들을 인용해 인간이 만든 결혼 제도의 허상과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아울러 타락한 교회가 권력 집단이 되어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을 비판하는 한편, 과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진정한 진리의 길 대신 헛되고 덧없는 것에만 열중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톨스토이는 별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얼마인지를 아는 것 이전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지옥의 파괴와 복원」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장편 못지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톨스토이의 중단편들 중에서도 그의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이번 작품들은 왜 톨스토이가 그저 평범한 일반 작가나 대문호라는 칭호를 넘어서서 사상가이자 철학가로 불리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표 수록 작품]
「홀스토메르―어느 말의 이야기」
말의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풍자한 독특한 소설이다. 귀족의 마구간에서 좋은 혈통으로 태어난 홀스토메르는 어느 말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얼룩빼기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한다. 결국 마부장의 소유물로 전락한 그는 여러 주인들을 전전하며 점점 더 혹사당하기만 한다.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한 예전 주인 세르푸호프스코이를 만난 홀스토메르는 기쁜 마음에 그를 불러보지만 이미 몰락한 그는 홀스토메르를 알아보지 못한다. 일평생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베푸는 삶을 살았던 홀스토메르는 죽어서까지 말가죽 장수와 늑대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의 주인 세르푸호프스코이는 죽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추장한 존재로 땅에 묻히게 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법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반 일리치는 판사로서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얻지만 불시에 닥친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나날을 보낸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안락함과 편안함, 그리고 체면을 중시하는 예절은 죽음 앞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사람들의 헛된 거짓말과 가식적인 태도로 인해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을 더 겪게 된 그는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삶이 혹시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이런 그를 위로해주는 존재는 꾸밈이 없는 순수한 마음 그대로를 내보이는 하인 게라심뿐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외면하고 저항하던 이반 일리치는 곧 자신의 삶이 거짓된 것임을 깨닫고 하인 게라심의 행동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
기차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 신사로부터 주인공은 질투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된 비극적인 가정사를 듣게 된다. 아내와의 반목과 불화로 평안할 날이 없었던 포즈드느이세프의 집에 어느 날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찾아오게 된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아내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도 사회적 체면과 위신 때문에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의 합주를 허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더욱더 강한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지방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어느 날 그는 급기야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가 부정한 관계를 맺은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늦은 밤 시간까지 함께 있는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게 된다. 칼을 든 그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도망가는 사이 그는 아내를 칼로 찌르고 살해 혐의로 구속된다. 그는 아내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행동을 참회하기에 이른다.
「세르기 신부」
세속적인 명예욕에 사로잡힌 스테판은 상류사회로 진입하려 하지만 자신의 약혼녀가 황제의 정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버린다. 종교적인 신념과 공명심이 혼재된 상황에서 스테판은 세르기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신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철저한 자기 수행으로 명성이 깊어질수록 그는 세속적인 명예욕에 더욱 사로잡히게 되고 어느 날 결국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는 자신의 구원을 위해 꿈에서 받은 계시를 따라 사촌 누이 파센카를 찾아간다. 사촌 누이를 만난 스테판은 자신은 하느님을 핑계로 인간을 위해 살았지만 파센카는 인간을 위해 산다면서도 결국 하느님을 위해 살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순례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지옥의 파괴와 복원」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악마의 왕 베엘제불은 지옥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땅속 깊은 곳으로 떨어져버린다. 하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지옥이 복원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베엘제불에게 땅 위에서 무수히 많은 신음과 흐느낌, 고함 소리 등이 들려온다. 그 순간 묶여 있던 사슬에서 풀려난 베엘제불은 자신의 수하 마귀들을 불러 모아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교회로 대변되는 종교의 타락과 과학을 향한 인간의 맹신 등으로 지옥이 다시 복원되었음을 알게 된 베엘제불과 마귀들은 크게 기뻐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의 머리 위로 무수히 많은 신음과 흐느낌, 고함 소리들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