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저자 톨스토이(Lev Nikolaevic Tolstoy)는 러시아의 소설가, 사상가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이자 문명비평가, 사상가로도 위대했다. 1852년 처녀작 '유년시대'를 익명으로 발표하여 네크라소프로부터 격찬을 받았고, '소년시대', '세바스토폴 이갸기' 등의 작품으로 청년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결혼 후 문학에 전념하여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를 발표하고, 이어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했다. 이 무렵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무상음으로 종교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사상을 ‘톨스토이주의’라고 부른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지 않는 성령 부정파 교도(聖靈否定派敎徒)들의 미국 이주 자금 조달을 위해 그 유명한 장편 '부활'을 발표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신부의 세르게이' 희곡 '산 송장' 단편 '무도회의 뒤', '병 속의 아료샤', '인생의 길',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등이 있다. 만년에는 가정생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방랑의 여행을 떠났다가 도중에 병을 얻어 1910년 10월29일 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두었다.
출판사 서평
톨스토이의 내면적 성장과정을 그린 자전소설 삼부작
자연과 문명, 이성과 감성, 선과 악의 문제와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했던 톨스토이는 ‘자전소설 삼부작’에서 주인공 니콜렌카의 회상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식과 자의식을 찾아가는 도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뚜렷한 사건이나, 서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놀라우리만치 세밀한 기억과 묘사를 통해 소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시련과 고통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톨스토이 문학의 발원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은 그의 전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소중하다. 당대 대시인이자 《소브레멘니크》의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이 네크라소프 역시 「소년 시절」의 뛰어난 사실적 묘사와 간결함에 매료되었고, 후속편으로 「청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출판을 희망하기도 했다.
톨스토이 자전소설 삼부작은 오늘날에도 신선하다. 때묻지 않은 어린 시절과 세상에 눈 뜨고 방황하는 청년 시절을 거치면서,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인간과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뛰어난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자전소설 삼부작을 시작으로 2009년 완간까지, 톨스토이 전 문학작품을 현대의 언어감각에 맞게 번역 ? 소개하는 이 문학전집은, 웅숭깊은 톨스토이 문학의 진면목을 만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여!”
소년 시절
니콜렌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소년 시절이다. 이때의 기억은 어머니로 가득하다. 니콜렌카에게 어머니는 소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추구했던 선과 정의, 진실과 사랑의 정신적 지향점이자 근원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어린 니콜렌카에게 큰 정신적 충격이었다. 이 때 니콜렌카는 어머니의 죽음을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찰하기도 한다. 즉, 어머니의 죽음에도 잠시 슬퍼했다가 말쑥한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와 할머니, 심지어 한순간 슬픔에 젖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소년 시절의 니콜렌카는 어린아이의 복잡미묘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독일인 가정교사 카를 이바느이치가 자신의 머리맡에서 파리를 잡는 것에 대해 불쾌한 사람이라고 욕하다가도, 몇 분 후 그가 침대로 찾아와 간질이며 깨우면 곧 유쾌한 사람이 되고 만다. 니콜렌카는 이처럼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분석하며 자신의 정신적 세계를 풍요롭게 살찌운다. 니콜렌카는 이 행복했던 시절을 이렇게 추억한다. “달콤하고도 행복했던,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여! 어찌 그 시간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시녀 사비슈나가 죽으면서 행복했던 소년 시절은 막을 내리는데, 니콜렌카는 사비슈나의 죽음을 어머니의 죽음과 동일시한다. 이는 그의 정신적 도적적 성숙을 총체적으로 이끌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절
소년 시절에 비해 청소년 시절은 음울하다. 이 근저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충돌이 자리한다. 그 충돌 사이에 니콜렌카가 서 있다. 니콜렌카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 즉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현실에 눈 뜨며 부조리함을 깨닫는다. 특히 가정교사의 딸 카테니카가 자신의 어머니는 가난하다는 말에 심한 충격을 받고, “왜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평등하게 나누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며,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에 무안해져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고 만다.
니콜렌카가 이 시기에 겪는 변화 중 하나는 높아만 보이던 아버지의 존재가 어느새 낮아 보이게 된 것이다. 구시대적이나 진취적이고, 상냥하지만 방탕했던 아버지에게 예전과 같은 애정과 존경심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인품에 회의를 품고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그의 형 볼로쟈가 하녀 마샤를 희롱하는 것을 목격하는데 니콜렌카는 오히려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이렇게 마샤에 대한 연정으로 성적인 상념에 젖는 등 사춘기의 징후를 보이며 니콜렌카는 자아 형성의 단계에 접어든다.
한편, 오랫동안 그의 곁에 있었던 가정교사 카를 이바느이치는 그의 집을 떠나게 된다. 니콜렌카는, 불행한 사람이지만 매우 선량했던 이바느이치를 보내면서 그의 운명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역시도 정신적으로 매우 고독했던 것이다.
니콜렌카는 새 가정교사 생제롬과의 불화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그리고 재능 있고 모범적인 형 볼로쟈에 대한 열등감으로 뒤엉켜 점점 더 소극적이고 예민하며, 의기소침한 사색의 나날을 보낸다.
청년 시절
청년 시절은 니콜렌카가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는 과정과 대학생활을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그 시절 니콜렌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상의 친구 드미트리 네흘류도프와 우정을 쌓으며 정신적으로 비약적으로 성숙한 것이다. 그는 드미트리와의 우정이 인생의 목적을 생각하게 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고 고백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소명인 ‘도덕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그는 그릇된 습관 하나를 갖게 되는데, 인간을 ‘예의바른 인간(comme il faut)’과 ‘예의바르지 못한 인간(comme il ne faut pas)’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예의바른 인간’에게는 존경과 친분을 중시하지만, ‘예의바르지 못한 인간’에게는 경멸과 증오를 퍼붓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준은 엉뚱하게도 프랑스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손톱은 얼마나 청결한지, 사교 매너와 춤 실력은 갖추었는지 등으로 판단함으로써, 아직은 미성숙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니콜렌카는 결국 자신의 발전과 도덕적 완성을 위한 계획과 규칙만 정해놓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무질서하고 나태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만, 개선하지 못한 채 대학에서 유급조치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