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얀 마텔
저자 얀 마텔(Yann Martel)은1963년 스페인에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캐나다 트렌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스물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하며 데뷔했고, 이후 『셀프』와 『파이 이야기』 『20세기의 셔츠』를 썼다.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파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2013년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개봉해 수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차례
박근혜 대통령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드립니다.
서문
Book 1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Book 2 『동물농장』 조지 오웰
Book 3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Book 4 『나는 그랜드센트럴역 옆에 주저앉아 울었다』 엘리자베스 스마트
Book 5 『바가바드 기타』
Book 6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Book 7 『캉디드』 볼테르
Book 8 『짧지만 즐겁게: 101편의 매우 짧은 시』 사이먼 아미티지 편집
Book 9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Book 10 『줄리 아씨』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Book 11 『왓슨가 사람들』 제인 오스틴
Book 12 『쥐』 아트 슈피겔만
Book 13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Book 14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Book 15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닛 윈터슨
Book 16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Book 17 『섬은 미나고를 뜻한다』 밀턴 에이콘
Book 18 『변신』 프란츠 카프카
Book 19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상 속의 하루』 사라 L. 톰슨, 롭 곤살베스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크리스 반 알스버그
Book 20 『문학의 구조와 상상력』 노드롭 프라이
Book 21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Book 22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Book 23 『예술가와 모델』 아나이스 닌
Book 24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Book 25 『시쿠티미의 잠자리』 라리 트랑블레
Book 26 『생일편지』 테드 휴즈
Book 27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Book 28 『그것에 관련된 모든 것을 읽어라!』 로라 부시, 제나 부시
Book 29 『드라운』 주노 디아스
Book 30 『크로이체르 소나타』 레프 톨스토이
Book 31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조라 닐 허스턴
Book 32 『레즈 시스터즈』 톰슨 하이웨이
Book 33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
Book 34 『가장 푸른 눈』 토니 모리슨
Book 35 『밀크우드 아래에서』 딜런 토머스
Book 36 『오르다 보면 모든 것은 한 곳에 모이게 마련』 플래너리 오코너
Book 37 『겸손한 제안』 조너선 스위프트
Book 38 『성가』 에인 랜드
Book 39 『미스터 핍』 로이드 존스
Book 40 『시계태엽 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Book 41 『길가메시』 스티븐 미첼의 번역판
Book 42 『길가메시』 데릭 하인스의 번역판
Book 43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Book 44 『대지』 펄 S. 벅
Book 45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Book 46 『노래하는 검은 새: 시와 노랫말 1965-1999』 폴 매카트니
Book 47 『덜 악한 것: 테러 시대의 정치 윤리』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Book 48 『길리아드』 마릴린 로빈슨
Book 49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Book 50 『제인 오스틴: 그녀의 삶』 캐롤 쉴즈
Book 51 『줄리어스 시저』 윌리엄 셰익스피어
Book 52 『불타는 얼음: 예술과 기후변화』 데이비드 버클랜드와 케이프 페어웰 재단
Book 53, 54 『루이 리엘』 체스터 브라운
『오후의 예항』 미시마 유키오
Book 55 『선물』 루이스 하이드
Book 56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Book 57 『히로시마 내 사랑』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리고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Book 58, 59 『떠남』 앨리스 먼로
『문』 마거릿 애트우드
Book 60 『싸구려 행복』 가브리엘 루아
Book 61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모리스 샌닥
Book 62 『에브리맨』 필립 로스
Book 63 『플로베르의 앵무새』 줄리언 반스
Book 64 『사내 연애』 캐롤 모티머
Book 65 『타타르의 사막』 디노 부차티
Book 66 『스티븐 하퍼는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수십 명의 위대한 작가들
Book 67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Book 68 『A 세대』 더글러스 코플런드
Book 69 『재산』 발레리 마틴
Book 70 『아이스하키를 찾아서』 데이브 비디니
Book 71 『금융 전문가』 R. K. 나라얀
Book 72 『책들: 회고록』 래리 맥머트리
Book 73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Book 74 『아름다운 생각』 크리스티안 북
Book 75 『저지대』 헤르타 뮐러
Book 76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Book 77 『킹 리어리』 폴 쿼링턴
Book 78 『센추리』 레이 스미스
Book 79 『샬롯의 거미줄』 엘윈 브룩스 화이트
Book 80 『부상자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데이비드 애덤스 리처즈
Book 81 『광인일기』 루쉰
Book 82 『그레이 군도』 존 스테플러
Book 83 『칼리굴라』 알베르 카뮈
Book 84 『니콜스키』 니콜라 디크네
Book 85 『내가 사는 이유』 멕 로소프
Book 86 『사랑의 아픔: 시와 단편』 사포 (애런 푸치기언 번역)
Book 87 『정다운 고향 시카고』 애슈턴 그레이
Book 88 『레드의 자서전』 앤 카슨
Book 89 『팔로마 씨』 이탈로 칼비노
Book 89 『세 사람의 생애』 커트루드 스타인
Book 90 『시 선집』 앨 퍼디
Book 91 『니벨룽겐의 노래』 중세 독일의 장편 영웅 서사시 (시릴 에드워즈 번역)
Book 92 『체스 이야기』 슈테판 츠바이크
Book 93 『시 선집』 예브게니 옙투셴코
Book 94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셔먼 알렉시
Book 95 『과자와 맥주』 W. 서머싯 몸
Book 96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루이지 피란델로
Book 97 『실수 대장』 앙드레 프랑캥
『땡땡의 모험 5:푸른 연꽃』 에르제
『퀘벡의 폴』 미셸 라바글리아티
Book 98 『가윈 경과 녹색 기사』 (제임스 위니 편찬과 번역)
Book 99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Book 100 『그을린 사랑』 와즈디 무아와드
Book 10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옮긴이의 글
참고 도서
출판사 서평
얀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수록!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이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문학의 정치학
“문학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입니다.”
책소개
“문학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입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돌아왔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를 알 권리가 내게는 있다’로 시작된『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이 편지에서 얀 마텔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일관되게 상기시키면서 때로는 반짝거리는 새 책을, 때로는 누군가의 악필이 남겨진 중고책을 함께 보냈다.
얀 마텔은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가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서 이 일방적인 북클럽을 시작했다. 이 편지들에는 얀 마텔 특유의 예리하고도 지적인 위트가 가득하고, 그의 문학인으로서의 자긍과 책임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단 한 명의 독자를 두고 시작된 이 외로운 북클럽은 점차 규모가 커졌고 나중에는 캐나다를 넘어서 세계 전역의 독자들이 제안해온 책, 다른 작가들이 제안한 책들도 추가되었다. 얀 마텔이 거의 사 년 동안 읽고 사색한 뒤 보낸 책들은 지금 캐나다 오타와의 수상 집무실 혹은 문서보관실 어딘가에 있을 테지만, 그 편지들은 지금 우리 손에 있다. 또 이 모든 과정은 얀 마텔의 웹사이트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공개되어 있다.
한 번에 읽어 치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얀 마텔의 짧은 편지 한 통을 읽고는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수정하거나 당장 그가 말하는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수도 있다. 마치 시를 읽듯이, 편지 한 통 한 통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 책은 캐나다의 수상이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들의 문학 읽기도 나무줄기처럼 넓게, 그러나 강물처럼 깊어지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스티븐 하퍼 수상처럼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꿈이 자칫하면 나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얀 마텔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에 앞서 얀 마텔은,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먼저 편지를 보냈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편지였다. 게다가 그냥 편지만 보낸 것도 아니었다. 매번 신중하게 문학 작품을 골라 읽고 사색한 뒤, 그 책을 동봉해 보냈다.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편지와 함께 반짝거리는 새 책이, 때로는 누군가의 악필이 남겨진 중고책이 격주로 수상에게 전해졌다. 얀 마텔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이 외로운 북클럽은 단 한 명의 독자, 스티븐 하퍼 수상을 위한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그가 소통을 원했던 수상에게서는 한마디의 답도 얻을 수 없었다. 사 년 동안 수상에게 보낸 책들은 캐나다 오타와의 수상 집무실 혹은 문서 보관실 어딘가에 놓여 있을 테지만, 그래도 그 편지들은 지금 우리의 손에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 얀 마텔은 대체 왜 이 고독한 북클럽을 시작한 것일까? 왜 수상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어쩌다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일까?
2007년 3월 말, 얀 마텔은 캐나다 예술인 자격으로 ‘캐나다 예술위원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았다. 동료 예술가들과 하원의사당 방청인석에 자리 잡은 얀 마텔은 들뜬 마음으로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마침내 캐나다 국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양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해온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문화유산부 장관이 시작했지만, 그 연설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났다. 캐나다가 50년 동안 일궈온 다양한 문화예술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리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묵묵히 앉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던 남자가 있었다. 바로 스티븐 하퍼 수상이었다. 자신이 캐나다 수상이라는 걸 단 한순간도 잊지 않는 듯 바빠 보이던 그 남자에게, 얀 마텔은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좋은 책을 편지와 함께 전달한다는, 가장 작가적이고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화예술의 중요함과 고요한 사색의 필요성을 수상에게 전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어판을 발간하면서 얀 마텔은 한국의 대통령에게도 문학 작품이 주는 고요함을 전하고자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서 그는, ‘대통령님이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하자면,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마십시오’라는 말로 시작해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라는 말로 문학 작품 읽기의 중요성을 짧고 강하게 전달한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고요한 성찰을 얻는 것이야말로 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능력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한 출발점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느껴보지 못했거나, 사회적 핍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보지 않았거나, 상대적 박탈감과 유리천장 같은 이겨내기 힘든 장애물을 겪어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정치인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안에서라도 다른 이의 삶에, 다른 이의 고통에 푹 빠져보아야 한다. 문학의 늪에 발을 담가보기라도 한 정치인이 그리는 미래와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 그리는 미래에는 자연히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어려운 책도 쉬운 책도, 훌륭한 책도 실망스러운 책도
모든 문학 작품은 지도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사색의 기회를 준다
세계적인 작가인 얀 마텔이 고른 책들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얀 마텔이 책을 고른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장 우선시되는 기준은 바로 픽션 작품이 먼저라는 것이다. 픽션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얀 마텔은 어떤 장르도 배제하지 않았다. 스릴러 소설이든 풍자 소설이든, 분명한 것은 그 책을 읽고 나면 더 현명해졌다는 기분, 적어도 뭔가를 얻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좋은 책’을 고르려 했다는 것이 얀 마텔의 설명이다. 그 밖에 고려하는 사항은 더 간단하다. 첫째, 이백 쪽 이하의 짧은 책일 것. 둘째, 가능한 평이하고 간결하게 쓰인 책일 것. 하루 스물네 시간을 독서보다는 다른 바쁘고 중요한 일로 채우려 하는 스티븐 하퍼 수상이 복잡하게 뒤얽힌 이야기에 몇 시간이나 골머리 썩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십오 분만에도 훑어볼 수 있는 책을 선택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다양한 주제의 책을 섞어서 보내자는 것인데, 얀 마텔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상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편지 한 통에 한 권의 책, 많게는 세 권의 책이 보내졌으니 꽤 많은 책이 들어 있다. 책 목록만 언뜻 봐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동물농장』『캉디드』『문학의 구조와 상상력』『광인일기』 등 쉽지는 않을 듯한 책들이 보인다. 게다가 발신인은 세계적인 작가, 수신인은 캐나다 수상?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목록의 책들을 다 읽고 알아야 이 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편지 속에 등장하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더라도, 얀 마텔의 편지를 읽고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애당초 이 편지는 책 읽기를 권유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비단 지도자뿐 아니라 묵묵히, 그러나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문학 읽기는 중요하다. 가끔 우리는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착각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 그래서 일하고 또 일한다. 우리는 삶이 너무 정신없이 흐른다고 투덜대지만, 삶은 늘 고요하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것은 우리뿐이다. 우리 삶에는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이것은 왜 이렇고, 저것은 왜 저럴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얀 마텔의 표현을 또 한 번 빌리자면 ‘책과 고요함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고요한 시간을 되찾아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아홉 번의 생을 산다는 고양이조차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을 부러워한단다. 그들은 이미 수백 번의 삶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인간성을 각성하게 해준다.
당신의 삶이 깊은 숲속처럼 고요하기를
그러나 강물처럼 깊어지기를 바라는 소설가의 북클럽
이 책은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은 세상 모든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얀 마텔적 충언(忠言)’이자, 더 나아가 모든 독자들에게 전하는 문학 편지다. 짧은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술술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읽어 치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편지 한 통을 읽고는,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수정하거나 당장 얀 마텔이 말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 안달이 날 수도 있다. 하루에 편지 한 통, 아니면 일주일에 편지 한 통도 좋다.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읽느냐보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마치 시를 읽듯이, 편지 한 통 한 통을 곱씹어 읽으며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더 현명해졌다는 기분, 적어도 뭔가를 얻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책이라는 얀 마텔의 기준에 따른다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도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캐나다의 수상, 대한민국의 대통령 그리고 수많은 정치인들, 또 수많은 독자들의 삶이 깊은 숲속처럼 고요하기를 그러나 강물처럼 깊어지기를 바라는 한 소설가의 바람이 담긴 한 권의 책이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 피곤에 잠긴 몸으로 잠자리에 누워 잠시나마 책을 편다. 겨우 몇 단락을 읽었을 뿐이지만 아주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든 단락을 곱씹으며 눈을 감고 조용히 사색하며 잠이 든다면 그야말로 얀 마텔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삶 속의 고요한 시간’을 얻는 데 성공한 독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