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은조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소설!

  • 저자이은조
  • 출간일2014-03-31
  • 페이지256
  • 가격12,800원
  • 판형128*188mm
  • ISBN978-89-7288-539-9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이은조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소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은조의 첫 소설집 『수박』. 인간 사이의 ‘관계’에 집중해 써내려간 9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저마다 가슴속에 멍울 같은 수박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엿볼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원하고 원하는 꿈을 이루지만 그 후에도 불행에 빠지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목표가 사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 소개

 

저자 : 이은조

저자 이은조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작인 단편소설「우리들의 한글 나라」를 통해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나를 생각해』가 있다. 『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기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차례

 

전원주택
바람은 알고 있지
수박
우리들의 한글 나라
비자림
가족사진
효녀 홀릭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수박씨는 그냥 뱉으면 돼. 툭, 툭……
마치 가슴에서 멍울이 터져 나가는 것처럼.

저마다 가슴속에 멍울 같은 수박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관계’로부터, 자신으로부터 홀연히 떠난 길에 툭, 툭 뱉어놓은 

비루하지만 찬란한 생의 비법!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은조는 등단작인 단편소설「우리들의 한글 나라」를 통해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우리들의 한글 나라」를 비롯해 이은조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는 등단작부터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특유의 개성과 디테일한 장치로 그려내 주목받았다. 또한 주제를 향해 나직하지만 집요하게 나아가는 문장은 그의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또 다른 축이 되어주었다. 이은조가 이번 소설집에서 집중하고 있는 문제도 인간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수박』에는 저마다 가슴속에 멍울 같은 수박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관계에서 오는 갖가지 피로가 타인을 향한 불만과 요구를 발설하지 않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자신의 습관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관계’로부터, 자신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마치 툭, 툭 뱉어놓은 수박씨처럼 무심결에 생의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생의 비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비루하지만 찬란한 우리네 삶의 모습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닮아 있다.

이은조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하고 관계의 심연까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인간만의 고유한 생의 의지와 마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그가 구사하는 단단한 문장과 독자들의 눈을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만나 진정성의 파장을 획득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관계란 일종의 착각, 

우리는 누군가의 친구나 연인, 가족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등단작부터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로 실력을 인정받은 이은조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완성도 높은 단편들로 자신의 필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2007년 동아일보 등단작인「우리들의 한글 나라」는 외국인 노동자 마샤가 한글을 배워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실현하려는 것과 주인공이 한글 폰트를 개발하여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려는 것을 대위적으로 배치해 안정적이고도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등단작임에도 작가의 개성과 세계관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이 작품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집약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명확하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회적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관계 속에서만 우리의 위치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불행은 ‘나’라는 존재의 규명 속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단작「우리들의 한글 나라」는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한글 폰트 디자이너이자, “균형미를 갖추되 개성을 담고 있으며 독창적인 이 세상 단 하나의 폰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폰트의 개발’이라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나의 갈등은 룸메이트 정연을 통해 드러난다. ‘서영’과 ‘정연’은 ‘친구’라는 이름이 민망해진 사이가 되버렸다. 비슷한 약력을 가진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 입사하면서 쉽게 친해졌고, 마음과 조건이 잘 맞아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에게 느꼈던 애초의 동질감은 경쟁 구도 안에서 동료로 두어 해를 보내는 동안 좁히기 힘든 거리감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 속살을 보이기도 꺼려하는 사이, 속마음을 감추기로 작정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정연이는 일 년에 한두 번쯤 내게 친구라고 부른다. 자기 생일이나 내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할 때. 올해는 그 소리를 다 들었으니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서영의 씁쓸한 혼잣말은 ‘친구’에서 멀찍이 떨어져버린 그들 관계의 실상을 응축해 보여주는 대목인 동시에, 관계의 한 유형으로서의 ‘친구’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만든다.

불구가 된 관계로 인해 일순간 삶이 암담해진 사람들,
그들이 폭로하는 관계의 허상과 실체

이 소설집은 불구가 된 관계로 인해 일순간 삶이 암담해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이 겪는 ‘불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이다. 그러나 그들은 원하는 꿈을 이루고 나서도 불행에 빠지게 된다. ‘전원주택’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그야말로 ‘불행’이라는 단어를 직시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전원주택은 현실의 시간과 섞일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이며, 보기에만 좋은 화려한 무늬에 지나지 않는다. 숨통 하나 없이 밀폐되고 유리된 공간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에 불과한 허상이다. 전원주택은 쇼윈도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꿈과 목표가 사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비판적인 통찰이 돋보인다.
「전원주택」에서 ‘전원주택’이라는 거대한 환상은 늘어나는 방문객들에 의해 서서히 부서지고 만다. 주인공 가족과 방문객의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수록 이 소설이 품고 있는 비극의 씨앗도 더욱더 커진다. 소통의 부재와 단절이 불러오는 비극이 어떻게 평범한 현실과 일상적인 생활 안에서 극명하게 표출되는지를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특히 전원주택의 주인이었던 노부부가 “방문객들을 조심하라”고 말한 주의사항은 이 소설의 핵심을 관통한다(아이러니컬하게도 전원주택에서 살았던 노부부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간다). 이 소설에서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방문객은 곧 “들쥐와 뱀” 같은 존재들로 비유된다. 전원주택이라는 이상적인 삶의 현실은 순식간에 비루하고 황폐한 텃밭으로 변모한다.

나는 등을 돌려 내가 지나온 자리들을 바라봤다.
저기, 바로 저기, 내가 일군 텃밭을 들쥐가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전원주택」중에서

「바람은 알고 있지」에서 혜리가 꿈꾸는 것 또한 안락한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소복하고 평범한 삶이다. 반면 상우의 꿈은 생존이다. 이 커플은 낯선 이국으로 내몰린 채 꿈을 향해 불안한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장소만 다를 뿐 이들에게 ‘전원주택’이라는 파라다이스는 곧 낯선 타국에서의 정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적 삶이라는 소박하고 평범한 꿈은 끝내 충족되지 않고 그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혜리는 신고 있던 12센티미터의 킬힐이 벗겨지는 순간은 상우의 죽음으로 환상에서 깨어난다.
『수박』은 무엇보다 관계의 배면에 깔린 환상을 폭로하면서 관계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한 호의와 배려에 기반하고 있다고 믿었던 관계의 틀이 개인적인 욕망들이 투쟁하는 아귀다툼의 공간이라는 것을 조금은 아프게 실감하게 된다.

관계에 서투르고, 삶에도 서투를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녀의 소설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

사람과 사람이 맺고 살아가는 어떤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려 할 때 ‘친구’, ‘연인’, ‘가족’, ‘부부’와 같은 간단명료한 이름들은 의외로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런 낡은 이름들을 무심히 수용할 때, 우리는 그 이름에 내포된 관계의 전형적 모습만을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은 무수한 갈등과 상시적인 피로를 감내하면서 우리가 기꺼이 유지해가는 관계의 실상을 특정한 모델로 축소해버린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뒤흔들거나 의미 있게 만드는 중요한 관계들은 그 어느 것도 손쉽게 설명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불가피하게도 관계를 정의하는 익숙한 이름들과 맞설 수밖에 없다.
이은조의 첫 소설집 『수박』은 바로 그 일을 결연하게 해낸다. 이은조는 관계의 다종다양한 생김새를 인정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세심하게 살피려는 작가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시시각각 자기를 주장하고, 그들이 부딪히고 얽히며 만든 관계가 종잡을 수 없이 변해간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따라 읽다 보면 차례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 명시된 관계의 이름을 단서로 그 관계의 실상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나 그 관계를 정확히 명명할 다른 이름을 우리가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 이런 생각을 거듭하면서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도대체 관계란 어떻게 맺어지고 지속돼야하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머릿속에 맺힌다. 『수박』은 소설이 관계의 본질을 탐문하기에 적합한 사유의 형식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해준다.

하나의 관계를 잃는 것은 그 관계에 복속된 타인 한 명을 잃는 게 아니다. 관계의 상실로 우리는 나 자신을, 미래를, 행복의 가능성을 전부 잃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삶을 지켜내기 위해 이은조는 관계의 생리를 묻는다. 어떤 그악한 상황에서라도 남은 인생을 함께 설계할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관계에 서투르기 때문에, 삶에도 서투를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녀의 소설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다. -신샛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