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자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가 선보이는 유쾌찜찜 블랙코미디 『광신자들』.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대표 작가들의 신작 경장편을 소개하며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락」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 저자주원규
  • 출간일2012-06-20
  • 페이지216
  • 가격11,000원
  • 판형135*195mm
  • ISBN978-89-7288-416-3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폭탄 테러범이 된 세 친구가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가 선보이는 유쾌찜찜 블랙코미디 『광신자들』.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대표 작가들의 신작 경장편을 소개하며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락」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고교 중퇴생들이 벌이는 ‘한숨 나는’ 테러 사건을 통해 테러라는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시켜 혼란한 이 세계를 가볍게 뒤집는다. 수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고속터미널 화장실. 그곳에서 갑자기 폭발물이 터지고, 폭탄 테러 용의자로 십대 청소년들이 지목된다. 여자친구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야 한다는 투지에 일을 저지른 기, 왕따지만 무기 하나는 끝내주게 만드는 농, 이성적이고 침착한 듯하나 물불 안 가리는 똘끼의 소유자인 도.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세 아이는 테러 용의자로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는데….

 

저자 소개

저자: 주원규

 

저자 주원규는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공대에 진학했지만 4년 내내 평점 2점대를 넘지 못했다. 이후 신학에 뜻을 두었지만 그마저도 여러 부침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변두리 여인숙이나 도서관을 서재 삼아 글을 쓰며, 전기공으로도 짬짬이 일을 한다. 작품으로는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열외인종 잔혹사』와 장편소설 『반인간선언』『천 하무적 불량 야구단』 『망루』 등을 비롯해 평론집 『성역과 바벨』 『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 등이 있다. 

차례

 

작가의 말

광신자들

작품 해설

 

출판사 서평

 

한국의 대표 작가들로 시작된 소설락小說樂 시리즈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장을 마련해온'소설향'을 잇는 새로운 한국 소설 시리즈이다. 중견 작가의 웅숭깊은 신작에서 신진 작가의 재기발랄한 달작達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로 영상 매체의 화려하고 극적인 서사를 뛰어넘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힘과 진한 감동이 담겨 있으며 독자들에게는'소설 읽는 즐거움'을, 한국 문단에는'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금 삼백만 원에 눈이 멀어 가방 운반책을 자처한 불량 청소년 기. 그런데 꾸물거리다가 잠깐 들른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가방 속에 든 폭탄이 터져버렸다! 일이 좀 꼬여 돌아가게 됐지만, 세 아이는 저마다 다른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루의 가르침대로 위정자들을 심판해야 하고, 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삼백만 원을 받아서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해야 하고, 도는 엉뚱한 곳에 무기를 들고 가서 화풀이를 한다.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세 아이는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한 테러 용의자로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고, 기, 농, 도 세 아이의 비틀거리는 행보 속에 웃으며 울고 싶은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서울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졌는데,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열외인종 잔혹사』를 기억하는가? 날렵한 글놀림과 예상을 깨는 재치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주원규 작가가 신작 『광신자들』에서 또 한 번 신들린 입담과 혼을 빼놓는 상상력을 줄줄이 터뜨렸다. 『열외인종 잔혹사』에서'가치의 혼란의 혼란'을 보여 준 주 작가가, 이번엔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겨 둔 걸까?
하루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오고 가는 서울 고속터미널 화장실, 그곳에서 갑자기 폭발물이 터졌다. 폭발 사고 후 언론에서는 시시각각 이런 속보를 내놓았다.

“고속터미널 폭파사고. 인명피해 눈덩이처럼 늘어나.
단순 사고인가. 희대의 테러극인가
혹은 북한의 도발인가.'

그런데 폭탄테러 용의자가 의외다. 가미가제 특공대도 알 카에다도 그 비슷한 류도 아니다. 그저 생물학적으로 전두엽이 덜 발달되어 좀 충동적일 뿐인 10대 청소년들이다. 테러나 도발 같은'거국적이고 국제적인 대의'와는 거리가 멀고, 미심쩍은 점이라면 고등학교 자퇴생인 것, 그리고 아주 조금 삐딱하고 불량하다는 것 정도?
아이돌 뺨치는 미모의 여친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야 한다는 투지에 일을 저지른 기, 왕따에다가 남자친구가 들끓는 얼짱과는 전혀 상관없는 운명으로 태어났으나 수제 무기 하나는 끝내주게 만드는 농, 셋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침착한 듯하나 한번 돌면 물불 안 가리는 똘끼의 소유자 도. 이들이 어떻게 각종 채널의 뉴스 속보를 도배한 폭탄 테러범이 된 걸까.

◆ 혼란한 세계를 뒤집는 유쾌찜찜한 블랙코미디

사건의 발단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국회의사당을 폭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 농에게서 시작되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알던 세 친구는 농의 계획대로 각각의 임무에 착수한다. 하지만 명품 백을 사기 위해 일금 삼백만 원을 받으려고 가방에 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운반하던 기는 “조금만 내장기관의 자극을 받아도 배변욕에 견딜 수 없어하는 특이체질” 때문에 고속터미널 화장실에 갔다가 가방을 두고 나와 폭탄이 엉뚱한 곳에서 터지게 해 일을 그르치고 만다. 기와 달리 침착하고 용의주도한 도는 플랜 A가 실패할 경우 국회의사당에 침입해 발사해야 하는 수제 산탄총을 가지고 있지만,'플랜'따위에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을 무시했던 클럽 정크를 찾아가 손에 쥔 무기로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계획이 실패하자 농은'인류를 구원할 막중한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거룩한 종교심'에 직접 중무장을 하고 국회의사당 앞까지 간다. 그러나 이미 대기하고 있는 특공대원들과 경찰들은 차치하고, 사타구니의 가려움증이 재발해 스스로 철갑을 해제하고 만다. 한편 이러한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농을 부추긴 사이비 교주는 찜질방에서 한가롭게 삶은 달걀이나 까 먹고 있다.
뒤엉킨 세상에서 뒤엉킨 인물들이 펼치는 테러 범행, 싱겁거나 우습지도 않고 웃을 수도 없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달고 쓴 웃음을 입가에 달게 된다.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테러 해프닝으로 서울 시내가 들썩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라. 범행 동기는 참으로 단순하고 상식 이하인 반면, 그것에 임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비장하기 그지없다. 또한 주인공들의 폭탄테러 소동(?)에 대처하는 국가의 병력들은 주인공들과 어떠한 인격적, 감정적 교류 없이 그저 방탄조끼와 총을 들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며, 그들을 바라보는 시민들 역시 주인공들과 분리된 바깥의 존재들로 등장한다. 테러라는 무거운 단어를 희화화시켜 분열되고 혼란한 이 세계를 가볍게 뒤집는 작가의 블랙코미디가 주객이 전도되고 꼬리가 머리가 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 거룩한 것을 개에게,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라!

우리 사회에서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정치와 종교가 『광신자들』에서는 중심에 서지 못한다. 종교는 테러의 동기로, 정치는 테러의 목표물이 되면서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이 의미를 얻기 전에 배변 욕구나 사타구니의 가려움증, 사이비 교주의 변태적 성욕과 같은 신체 하부의 것들로 그 의미를 무화시키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독자의 시선이 옮겨 가게 한다. 폭탄이 계획대로 국회의사당에서 터졌다면 테러가 되었을 테지만, 기의 배변에 의해 고속터미널에서 터져 사고가 되었다. 농의 철갑 무장과 비장한 종교심도 사타구니를 벅벅 긁어대는 행위 앞에서 코미디의 한 장면이 되어 버렸다.
인간에 의해 인간이 죽음을 맞게 하는 살상 무기도 마찬가지다. 기가 농에게서 빼앗은 무기로 서울 시내를 동서분주 하는 것도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명품 백을 사기 위함이고, 도가 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것도 단지 자장라면 두 개를 계산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에게는 공포, 두려움, 경계 등 무기가 가진 기존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흔들리는 현대 사회에서 그 가치가 또 한 번 혼란해지는'가치의 혼란의 혼란'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부려놓은 것이다. 작가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복음 7장 6절)'는 성경의 내용을 멋지게 뒤집어 현대인들에게 결정타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