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피크닉 외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온 작가 김지원의 문학 인생의 총체!

  • 저자김지원
  • 출간일2014-01-30
  • 페이지368
  • 가격5,000원
  • 판형138*204mm
  • ISBN978-8972-885-30-6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온 작가 김지원의 문학 인생의 총체!
김지원 작가 타계 1주기를 기념하여 펴낸 「김지원 소설 선집」 제2권 『바닷가의 피크닉 외』. 김지원 작가가 40여 년에 걸쳐 일궈온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고 보전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각 권마다 초기, 중기, 후기의 중단편을 고르게 수록하여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황도경, 이남호의 해설을 담아 김지원 작품의 문학적 의의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김지원 작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우들의 글을 함께 수록하였다.

제2권은 정착을 갈망하는 떠도는 영혼들의 쓸쓸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방황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사막같이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생명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마술의 사랑》, 《잊혀진 전쟁》, 《내 노래가 꽃이면》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소외와 좌절, 갈등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객관적인 묘사와 유연한 문체로 그려내는 저자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지원

저자 김지원(1942~2013)은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여원》에 단편소설「늪 주변」이 당선되었으며, 1975년 단편소설「사랑의 기쁨」과 「어떤 시작」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폭설』(1979),『겨울나무 사이』(1986),『알마덴』(1988),『돌아온 날개』(1993),『꽃철에 보내는 팩스』(2002) 등이 있고, 중편소설『잠과 꿈』(1987), 연작소설『물이 물속으로 흐르듯』(1991), 자매소설집『먼 집 먼 바다』(1977),『집?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1996), 장편소설『모래시계』(1986),『꽃을 든 남자』(1989),『소금의 시간』(1996),『낭만의 집』(1998),『물빛 물소리』(2005) 등이 있다. 1997년 중편소설「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999년 마이클 뉴튼의『영혼들의 여행』을 공저로 번역했고, 2009년 아버지 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각색해 동명의 시극(詩劇) 극본으로 발표했다. 2013년 1월 30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뉴욕 맨해튼에서 타계했다.

 

차례

 

펴내는 말 김채원 깊은 골짜기 등불 향하는 마음으로
추모글 1 이제하 천품의 감성, 바다의 정한(情恨)
추모글 2 서영은 지나갈 어느 날
추모글 3 문정희 표류하는 섬에서 만난 우수의 여자

마술의 사랑
한밤 나그네
바닷가의 피크닉
잊혀진 전쟁
내 노래가 꽃이면
돌아온 날개
늪 주변
겨울나무 사이
지나갈 어느 날

작품 해설 황도경 데메테르 딸들의 노래
작가 연보

 

출판사 서평

 

“혼자 떠나는 것은
좀 더 후에, 힘이 좀 붙은 후에.”

이런저런 마음의 움직임들로 빚어내는 나른하고 아스라한 풍경, 

그 속에 싱싱하게 솟아오르는 삶의 생기(生起)!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지원은 우리에게 “조용하고 물기 어린 목소리”로 기억된다. 김지원의 작품은 넘칠 듯 넘치지 않는 낭만적 시선과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절제된 문체를 통해 인간 의식의 심연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김지원의 소설에서 드라마틱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심리적 갈등이나 균열, 혹은 인물들의 내면이 투영된 신비롭고 아스라한 풍경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녀의 소설은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 또는 현실과 환상을 어지럽게 뒤섞거나,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들며 어찌 보면 자질구레하고 소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저런 마음의 움직임들을 느슨하게 엮어나간다. 이것은 현실 혹은 사건과 인물들 내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지워져버리는 그녀 소설 특유의 나른하고도 흐릿한 분위기와 연관된다.
뚜렷한 서사보다는 분위기가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그녀의 소설들은 부부 혹은 연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내밀한 갈등이나, 이국 생활에서 작가가 경험하거나 관찰한 크고 작은 심리적 균열들을 작품의 소재로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담담하고 객관적인 묘사와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유연한 문체는 소외와 좌절, 갈등으로 점철된 소설 속 분위기에도 그의 소설이 언제나 맑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방황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사막같이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생명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비관 속에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아 있는 대신 그 내부에 싱싱하게 솟아오르는 묘한 활기를 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돌돌돌돌, 밟는 재봉틀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일상 속에서
‘이름’과 ‘집’을 찾아 떠도는 때론 쓸쓸하고, 때론 신비로운 영혼들의 여정

김지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평론가 황도경의 말대로 “부모도, 고향도, 분명한 직업도 잃어버린 채 떠도는 뿌리 뽑힌 자들”이다. 작가가 이주한 뉴욕이라는 이방에서의 삶은 그녀의 작품들 속에 ‘뉴욕’이라는 특정한 지명을 넘어, 삶 자체의 근원적인 낯섦이라는 독특한 문학적 형질을 부여하고 있다. 그녀가 즐겨 다루는 ‘집’이라는 소재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늘 아득한 거리감을 던져주는 ‘먼 집’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집’은 더 이상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 피로하고 혼돈한 상념의 공간에 머문다. 그리고 집 안의 그녀들은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여자’ 혹은 ‘아내’로만 명명될 뿐이며,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그녀들은 늘 일탈을 꿈꾸며 정처 없이 떠돈다. 작가는 그녀들에게 개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런 여성이 처한 상황의 핵심만을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대로 미국에 건너온 하옥(「한밤 나그네」), 친구 남편 한수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운희(「마술의 사랑」)는 누에고치 안에 갇힌 듯한 갑갑한 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꾼다. 작가는 이들의 입을 빌려 “불가능한 것을 사람들에게 믿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마술처럼 한순간의 속임수일지언정 우리를 다른 곳, 다른 삶으로 데려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김지원에게 있어 어쩌면 사랑은 자신의 진정한 이름과 집을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제해줄 유일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마술을 마술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듯, 사랑을 사랑이게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다. 사랑이 끝난 후에, 우리가 결국 외로운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사랑이 갖는 마술 같은 힘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죽음뿐인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움직여서 뭔가 다른 것, 우리가 언제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것, “위를 보고” 계속 움직여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불모의 땅에 가져오는 생명의 씨앗이다.
김지원의 소설들은 정착을 갈망하는 떠도는 영혼들의 쓸쓸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소설이 죽음과 생명, 쇠락과 부활을 모두 유기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말의 세계를 새로운 탄생에의 비전으로 끌어올리는 생명의 신비로움과 그로부터 발원하는 긍정적인 포용의 상상력, 아마도 이것이 그녀의 작품이 지닌 풍부한 여성성의 비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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