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외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온 작가 김지원의 문학 인생의 총체!

  • 저자김지원
  • 출간일2014-01-30
  • 페이지298
  • 가격5,000원
  • 판형138*204mm
  • ISBN978-8972-885-29-0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온 작가 김지원의 문학 인생의 총체!

김지원 작가 타계 1주기를 기념하여 펴낸 「김지원 소설 선집」 제1권 『폭설 외』. 김지원 작가가 40여 년에 걸쳐 일궈온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고 보전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각 권마다 초기, 중기, 후기의 중단편을 고르게 수록하여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황도경, 이남호의 해설을 담아 김지원 작품의 문학적 의의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김지원 작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우들의 글을 함께 수록하였다.

제1권에서는 김지원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중편소설인 《폭설》과 《잠과 꿈》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이라는 낯선 땅을 배경으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사랑의 파탄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자의 인생과 문학 세계를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30여 점의 작가 사진을 수록하였다. 김채원 작가가 직접 설명을 달아 저자의 인생을 직접 들려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지원

저자 김지원(1942~2013)은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여원》에 단편소설「늪 주변」이 당선되었으며, 1975년 단편소설「사랑의 기쁨」과 「어떤 시작」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폭설』(1979),『겨울나무 사이』(1986),『알마덴』(1988),『돌아온 날개』(1993),『꽃철에 보내는 팩스』(2002) 등이 있고, 중편소설『잠과 꿈』(1987), 연작소설『물이 물속으로 흐르듯』(1991), 자매소설집『먼 집 먼 바다』(1977),『집?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1996), 장편소설『모래시계』(1986),『꽃을 든 남자』(1989),『소금의 시간』(1996),『낭만의 집』(1998),『물빛 물소리』(2005) 등이 있다. 1997년 중편소설「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999년 마이클 뉴튼의『영혼들의 여행』을 공저로 번역했고, 2009년 아버지 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각색해 동명의 시극(詩劇) 극본으로 발표했다. 2013년 1월 30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뉴욕 맨해튼에서 타계했다.

 

차례

 

펴내는 말 - 김채원 / 깊은 골짜기 등불 향하는 마음으로
추모글 1 - 이제하 / 천품의 감성, 바다의 정한
추모글 2 - 서영은 / 지나갈 어느 날
추모글 3 - 문정희 / 표류하는 섬에서 만난 우수의 여자

폭설
잠과 꿈

해설 - 권영민 / 부유하는 삶 또는 사랑
작가 사진
추모글 4 - 조인현 /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추모글 5 - 조인환 /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작가 연보

 

출판사 서평

 

김지원의 소설에는 늘 바람이 분다.
방향을 알 수 없이, 존재를 뒤흔드는 바람이.

부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결핍과 부재로서의 사랑에 대한 

김지원 작품 세계의 근원이자 뿌리가 담긴 작품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처절하게 표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한다면 단연 작가 김지원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원의 소설은 인간의 소외감, 함께 살고 있는, 혹은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의 단절, 채울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구에서 오는 공허함 등, 대도시에 살고 있으나 마치 광활한 들판에 홀로 버려져 있는 사람처럼 부유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폭설」과 「잠과 꿈」은 김지원은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중편소설이다. 미국 뉴욕이라는 낯선 땅을 배경으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두 소설은 사랑의 파탄이라는 주제에 닿아 있다. 「폭설」의 주인공 진주와 「잠과 꿈」의 주인공 혜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젊음을 지닌 여성으로, 여리고 소심해 보이지만 가슴속에 은밀한 욕망과 뜨거운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 진주와 혜기는 성에 관한 도덕적 관점이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분방하게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의 균열 속에서 불안하게 발아되고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랑에 대한 흔들리는 믿음과 깨어진 신뢰 안에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비롯되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부유하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유하는 사랑에 관한 소설은, 그러므로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남성들의 이야기이도 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떠도는 모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낯선 이국의 땅과 자기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자신의 내면과 외면에서 영원히 추방당하고 만 타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은 억압과 채울 수 없는 결핍, 끝닿는 곳 없는 욕망……
그리고 끝내 버릴 수 없는 ‘구원의 사랑’에 대한 믿음

『폭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그들은 완전한 사랑을 갈구할수록 자신의 사랑이 결핍되어 있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결핍은 다시 더 강렬한 욕망을 낳는다. 김지원은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욕망에만 사로잡힌 불균형한 사랑만으로는 사랑의 지속이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이때의 사랑은 말 그대로의 ‘사랑’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우연성과 복잡다단함은 예기치 않게 흘러가는 우리 인생의 운명과도 동일한 것으로 바라본다.
우리의 일상 속에 혼재되어 있는 사랑과 열정에는 환멸과 실의가 섞여 있고, 이는 사랑의 결핍과 부재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랑의 속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곧 인간의 삶과 운명에 관한 사유와 이어지면서 사랑과 인생에 관한 고찰의 새로운 층위를 이끈다. 그의 소설에는 방황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사막같이 건조한 일상 속에서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문체 또한 비판 속에 가라앉아 있는 대신 그 내부에 싱싱하게 솟아오르는 묘한 활기를 품고 있다. 작가가 추구해온 ‘구원의 사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아무 데도 없”지만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랑에 대한 희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주요 내용

폭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진주는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진주를 의지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진주에게 다른 연인이 생기면 소외될 것을 걱정하여 그녀를 매사에 묶어놓으려 한다. 어느 날 진주 앞에 기(起)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미스 오의 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기에게 진주는 까닭 모르게 이끌린다. 진주가 집에 혼자 있는 엄마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보고, 엄살 부리는 엄마를 그대로 놓아두라고 함부로 떠들어대는 이 거친 남성에게 진주는 묘한 매력을 느낀다. 결국 진주는 엄마를 한국으로 보낸다. 이렇게 진주는 남편과 엄마로부터 온전하게 혼자가 된다. 진주는 기와 정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렸지만 기는 가정이라는 틀을 거부하고 한 여성의 끈에 묶여 있기를 거부한다. 진주는 어머니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났고,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도 받았고, 그를 의식하지 않고 다른 사내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의 규율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진주와 기의 그 위태로운 사랑도 결국엔 기라는 남성의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잠과 꿈
혜기는 무역 회사 주재원인 남편 순구가 요즘 들어 출장이 더욱 잦아 외로워한다. 어느 날 혜기는 다섯 살 난 아이 완이를 데리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여고 동창이자 같은 직장동료였던 서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혜기와 서윤의 집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들은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 서윤은 동생의 대학시절 강사였던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혜기는 서윤의 집에 가서 그녀의 남편을 만난다. ‘선생님’은 서윤이 보는 앞에서도 거침없고 유혹적인 태도로 혜기에게 접근하고, 혜기는 서윤이 신경이 쓰이면서도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낀다.
한편 혜기의 남편 순구는 경옥이라는 젊은 여자와 불륜관계에 있다. 순구는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떠난 나이아가라 여행 중에 이 사실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참회라기보다는 자기 친구와 바람이 난 경옥에 대한 질투와 원망, 애정이 뒤섞인 것임을 혜기는 불길하게 감지한다. 결국 둘은 재회하고, 혜기 또한 무미건조한 순구와의 결혼 생활에서 벗어날 탈출구로서 선생님의 노골적인 구애를 기쁘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혜기는 순구와 헤어져 아들 완이를 데리고 서울로 귀국하고, 경옥은 바라던 대로 순구와 살림을 차리게 되지만 언제 자신도 혜기처럼 버림받을지 몰라 불안해한다.

작품 해설
김지원이 자신의 소설을 통해 그리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자기 문학의 세계를 설명하면서 남겨놓은 “나는 가끔 동그라미라는 생각을 한다. 그 동그라미는 커진다. 아니, 안 커지고는 배겨 낼 수가 없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읽힌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문학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일 수 도 있다. 어쩌면 무한한 포용력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기 욕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동그라미에서 김지원이 꿈꾸었던 ‘구원의 사랑’을 본다. 이 동그라미 속의 이야기를 김지원의 소설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문학과 인간, 삶과 사랑이 모두 하나가 된, 그녀가 그려낸 그녀만의 세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_ 권영민(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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