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과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일까. 그것이 안락사라면, 만약 아버지가 반신불수가 되어 안락사를 간절히 원한다면. 가족은 그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 금기를 깨뜨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돕는 딸이 있다. 『다 잘된 거야』는 메디치상 수상 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이 자신과 아버지의 내밀한 이야기를 쓴 자전소설로,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지금 갈게!” 뉘엘은 동생 파스칼로부터 아버지 앙드레가 응급실에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간다. 뇌혈관 사고로 반신마비가 온 아버지는 뉘엘에게 이 모든 것을 ‘끝내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스위스에서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뉘엘은 아버지의 확고한 뜻을 꺾지 못해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단체에 연락하고 서류를 준비해나간다. 뉘엘은 계속해서 아버지를 돕지만 지속적인 불면증과 메스꺼움에 시달리고, 변호사와 공증인은 아버지의 안락사를 돕는 뉘엘과 파스칼에게 법적인 위험을 예고한다.
아버지가 구급차를 타고 스위스로 떠나는 날,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가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떠날 거라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뉘엘과 파스칼은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고 혼란에 빠진다. 뉘엘과 파스칼은 아버지를 끝까지 도울 수 있을까. 아버지는 무사히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지은이 - 엠마뉘엘 베르네임 Emmanuèle Bernheim
예리한 필치로 현대 여성의 ‘괴벽’을 그리는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1955년 12월 13일 파리에서 태어나 일어학을 전공했고, 『영화 평론』에서 4년간 사진자료실 책임자로 근무했다. 시나리오작가이자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이며, 2010년부터 메디치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베르네임은 12년 동안 100쪽 남짓한 소설 네 편만 발표했다. 1985년 발표한 첫 작품 『잭 나이프』로 이미 화제가 된 그녀는 『커플』(1988년) 『그의 여자』(1993년) 『금요일 저녁』(1998년)을 내놓았다. 특히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쓴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그의 여자』에서 작가는 감각적인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스탤론』(2002년) 이후 10년이 넘는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신작 『다 잘된 거야』는 죽음을 향해 떠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여정을 기리는 자전소설이다.
옮긴이 - 이원희
프랑스 아미앵 대학에서 「장 지오노의 작품 세계에 나타난 감각적 공간에 관한 문체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장 지오노의 『영원한 기쁨』 『세상의 노래』, 아민 말루프의 『사마르칸드』 『타니오스의 바위』, 블라디미르 바르톨의 『알라무트』, 도미니크 페르낭데즈의 『사랑』,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붉은 브라질』 『아담의 향기』,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그의 여자』 『금요일 저녁』 『커플』 『잭나이프』,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타라 덩컨』 시리즈, 카트린 클레망의 『테오의 여행』 『세상의 피』 등 다수가 있다.
다 잘된 거야 9
옮긴이의 말 277
“나는 절대로 아버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아요, 절대로”
2014년 프랑스 ‘엘르 독자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다 잘된 거야』
메디치상 수상작인 『그의 여자』를 비롯해 『커플』 『잭 나이프』 『금요일 저녁』까지, 3인칭시점과 감각적인 문체로 쓴 독특한 소설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엠마뉘엘 베르네임. 작가의 최근작이자 자전적 소설인 『다 잘된 거야』는 독자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주인공이 병원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기다려야 하는 엘리베이터, 택시 정류장의 긴 줄, 지하철, 불안, 진하게 풍기는 커피 향기……. 병원에 이르기까지 길게 묘사되는 이동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이미 첫 장에서부터 공황 상태에 빠진 주인공의 현재로 빠져든다.
지금까지 죽음은 대개 인간이 어찌할 수 없고, 무방비하게 겪어내야 하는 무엇으로 상징되어왔다. 특히 부모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절망과 슬픔이었다. 하지만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금기를 깨고, 아버지의 죽음을 돕는다. 『다 잘된 거야』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거대한 벽이 아니라 주인공이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갈등 상황에 가깝다. 아버지는 안락사를 원하고, 주인공은 내면적 고통을 감내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돕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지 않다.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사고가 난 뒤로 아버지는 이렇게 똑똑히 말한 적이 없었다
금기를 깨뜨리고 펼쳐지는, 내밀하고 담담한 자전소설
‘나(뉘엘)’는 아버지 앙드레가 응급실에 갔다는 소식을 동생 파스칼에게서 전해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간다. 아버지는 뇌혈관 사고로 오른쪽 전신에 마비가 왔다. 그는 제대로 보지도,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을 느낀다. 아버지는 뉘엘에게 이 모든 것을 ‘끝내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뉘엘은 그것이 자살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미임을 안다. 아버지는 자신의 존엄성이 무너진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죽음을 원했다. 뉘엘은 비통함과 절망을 숨기고 아버지의 말에 따른다.
참을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 따르지 않는데도 자살(적극적 안락사)을 선택하려는 아버지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스위스에서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뉘엘은 아버지의 확고한 뜻을 꺾지 못해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단체에 연락하고 서류를 준비해나간다. 뉘엘은 지속적인 불면증과 메스꺼움에 시달리고, 변호사와 공증인은 아버지의 안락사를 돕는 뉘엘과 파스칼에게 법적인 위험을 예고한다.
아버지가 구급차를 타고 스위스로 떠나는 날,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가 스위스로 떠날 거라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뉘엘과 파스칼은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고 혼란에 빠진다. 결국 아버지는 스위스로 떠나지만, 목적지에 다다랐을 즈음 뉘엘은 파스칼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구급차 기사들이 아버지가 스위스에 무엇을 하러 가는지 알았다. 그들은 무슬림이고, 자살은 그들 종교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파스칼은 뉘엘에게 그들이 아버지를 다시 프랑스로 데리고 오기로 했다고 전한다. 뉘엘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린다. 뉘엘과 동생 파스칼, 아버지 앙드레. 이들은 어떻게 될까.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도둑맞았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이야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견디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쓴 베르네임의 첫 1인칭소설
『다 잘된 거야』에서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지금까지 발표한 다섯 권의 소설에서 사용한 3인칭시점을 버리고 1인칭으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썼다.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시점과 현재적 상황에서 기술한다. 독자 역시 주인공의 이야기를 자신의 현재 이야기처럼 읽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떠올려보게 된다. 뉘엘은 과거의 아버지가 아닌 현재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죽음을(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을,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와 함께 현재를 살아낸다. 뉘엘은 내면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아버지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애쓴다. 안락사는 아버지의 문제인 동시에 주인공 자신의 문제이다.
작가는 아버지의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려냈다. 아버지의 안락사를 앞두고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고통과 슬픔을 절제미로 구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한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그 제재가 부모의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독자와의 공감대가 증폭되며, 안락사라는 소재의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로 범주가 확장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죽음을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를 제시한다. 이 소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언젠가 죽음을 맞아야 할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