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틴6teen
단단한 유대와 싱거운 농담으로 맺어진
철벽의 사인방이 돌아왔다!
“왜 사람들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좋아하는 척해야 하는 거죠?”
“그야 당연히 주위 사람들 시선이 두려우니까 그렇지.
……어느 시대에나 진실이라는 건 폭탄처럼 위험한 거야.”
위선적인 세상의 벽을 유유히 돌파하는
십대들의 ‘아슬아슬한’ 일상과 ‘해맑은’ 일탈을 그린
이시다 이라의 낭만적인 거리소설
일본 거리소설의 1인자인 이시다 이라의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4teen』에 이어 후속편 『6teen』이 출간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십대들의 시점에서 특유의 투명한 감수성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어른들과는 다른, 열여섯 살의 편견 없는 시선이 맑게 빛난다.
『4teen』에서 열네 살 중학생이었던 주인공들은, 2년 후를 그린 『6teen』에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들은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 조금씩 달라진 생활을 하며 어른의 세계에 조금 더 다가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거구의 ‘다이’, 머리는 백발로 뒤덮이고 얼굴 주름도 더욱 늘어난 채 부잣집 도련님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한 조로증 ‘나오토’, 도쿄대 진학률 최고를 자랑하는 명문고에 다니는 수재이자 연상녀 킬러인 ‘준’, 그리고 여전히 스스로를 평범하다고만 생각하는 ‘데쓰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네 소년은 연애와 실연을 겪고 미래와 죽음을 대면하며,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그러나 여전히 당당하고 재기 넘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이전과 달라진 환경에서 각자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전과 같은 ‘사인방’이다. 작가는 한 뼘 더 자란 그들의 이야기 속에 십대의 성과 사랑, 불안과 방황, 죽음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볍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다루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열여섯 살 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십대의 감수성을 대변하고 있는 이 책은 위태로우면서도 설렘이 있는 열여섯 청춘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오늘 날씨 좋군요’라든지 ‘날이 제법 선선해졌군요’라는 대화가 최고의 호사라는 세계도 의외로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풍요나 종신연금이나 경제성장률 같은 것에 평생 매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주위에는 준과 나오토, 다이 같은 친구도 있고, 도쿠 아저씨 같은 재미있는 어른도 있다. 신중하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꼭 날씨 얘기를 하자고 말이다.
◉지은이 소개_이시다 이라石田衣良
1960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세이케이 대학을 졸업했다. 광고제작회사에 근무하다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약했다. 1997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로 제36회 올요미모노 추리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연작 시리즈인 이 작품이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일본 차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과 아름다운 문체, 날카로운 사회의식으로 청춘소설뿐 아니라 추리소설 부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03년 발표한 『4teen』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년의 세계를 소년의 시점에서 치밀하고 경쾌하게 묘사한 거리소설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십대의 감성과 희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9년에는 후속작 『6teen』이 출간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엔젤』 『슬로 굿바이』 『날아라 로켓파크』 『1파운드의 슬픔』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_이규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과학․인문․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했다. 옮긴 책으로는 『괴수전』 『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이유』 『진상(상)(하)』 『얼간이』 『피리술사』 『하루살이(상)(하)』 『미인』 『범죄자의 탄생』 『어느 포수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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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의 이별
옮긴이의 말
열여섯 살의 편견 없는 시선과 투명한 감수성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십대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고민과 갈등의 순간들
네 사람은 일상이 따분하다고 투덜거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일상은 오히려 다양한 문제로 가득한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작가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기를 낳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 리틀 맘 유나, 가족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상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리나와 마호, 친구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준, 유전자 질환으로 남성과 여성 염색체를 함께 갖게 된 마사아키, 연금 생활을 하는 홈리스 철학자, 그리고 열여섯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난치병에 걸려 죽음과 싸우는 유즈루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십대의 성과 사랑, 불안과 방황, 죽음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열네 살 때 보던 성인 비디오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재하는 여자애들을 만나 사귀고, 매사 자신만만했던 열네 살 때와는 달리 조금 무거워진 고민과 불안을 짊어진 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열여섯. 그럼에도 어떤 위선이나 편견 없이, 어떤 위태로운 상황도 천진하게 돌파하는 열여섯 살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 바로 『6teen』이다.
단단한 유대와 싱거운 농담으로 맺어진
철벽의 사인방이 돌아왔다!
작품의 배경인 쓰키시마는 일본 도쿄 도 주오 구에 있는 작은 인공 섬이다. 몬자야키(각종 야채나 고기 등 취향에 맞는 재료들을 철판 위에 볶다가 밀가루 국물을 끼얹어서 물컹한 빈대떡처럼 익혀서 먹는 요리)의 본고장으로 몬자야키 가게만 백 개가 넘고 고층 아파트 붐이 한창인, 옛 시절의 운치를 간직한 공간과 모던하고 으리으리한 공간이 공존하는 곳. 이곳 거리 구석구석을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네 소년이 있다.
낮에는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어머니는 물론 동거녀와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까지 먹여 살리는 거구의 ‘다이’,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어쩌면 삶의 전환점을 이미 넘어서버렸는지도 모르는 조로증 ‘나오토’,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미래에 대해 냉소적인 ‘준’, 모든 면에서 평균치인 평범한 나 ‘데쓰로’. 쓰키시마 중학교 동창인 넷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 각자 다른 고민거리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철벽의 사인방’이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시시한 농담을 날리고, 늘 배가 고프다며 몬자야키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귀여운 여자애를 보면 전화번호를 받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딱 열여섯 살다운 이 소년들은 꾸밈없는 십대들의 감수성을 그대로 대변한다.
“열여섯 살이라는 나이는 살아 있는 불활성기체 같은 거야.
매년 식스틴 한 명 한 명에게서 따분함이 수천 톤은 나올 테지.”
이 소설의 문체는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지은 지 삼십 년이나 된 서민 아파트와 호화찬란한 고층 아파트, 명품 브랜드 옷과 세일 상품으로 계층이 나뉘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빈부 격차를 실감하고, 오래 지속된 불황 때문에 벌써부터 취직 걱정에 시달린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 교실에서 떠도는 루머와 그로 인한 따돌림, 열여섯 살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또한 십대들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연애일 텐데, 삼각관계에 휘말린 친구 사이의 고민과 섹스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이른바 동정 상실담까지 그려냈다.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이런 주제들을 통해 작가는 열여섯이라는 나이,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나서는 갈림길에 선, 아슬아슬하고도 빛나는 순간을 선명하게 묘사했다. “어른들은 진정한 친구니 일생의 꿈이니 삶의 보람이니 하는 말을 쉽게 하지. 그런 게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 먹을 게 더 중요한 거야”라는 준의 말은 십대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소설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끌어들이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정서만큼은 언제나 맑다. 어떤 문제를 대하든 선입견 없는 아이들은 남들이 약점이라고 말하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보기도 하고,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위선을 단번에 파악해내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 속에서 특히 주인공 데쓰로의 평범함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그 편견 없는 평범함의 미덕 때문일 것이다. “남들한테 말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아주 괜찮은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서 누군가와 나누는 거. 뭐, 평범한 사람들한테는 그 정도면 충분한지도 모르지. 산다는 것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