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잃지 않는,
십대들의 ‘굉장한’ 현재와 ‘투명한’ 내일을 그린
이시다 이라의 감각적인 거리소설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4teen』은 십대들의 삶에 드리워진 빛과 그늘을 촘촘히 그려낸, 일본 차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이시다 이라의 맑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신선한 문체에 복고풍의 인정이 넘치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심사평에서 보듯, 이 작품은 생명력 넘치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십대의 시점에서 치밀하게 묘사해, 인간성을 체념한 듯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어른들의 세계를 향해 유쾌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따뜻한 서정으로 충만한 『4teen』은 열네 살짜리 소년 사인조를 둘러싼 일 년간의 이야기다. 조로증에 걸린 백발의 소년, 섭식장애를 겪는 소녀, 허황된 꿈을 꾸는 연예인 지망생, 원조교제 여고생, 동성연애자, 죽음을 앞둔 노인, 아버지를 죽인 소년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십대의 성과 사랑, 상처와 좌절, 죽음 등 현실적인 사회문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자칫 비극으로 빠지기 쉬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은 결코 어둡거나 체념적이지 않다. 소년소설의 일인자답게 작가는 경쾌한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주고, 한편으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4teen』의 아이들은 요즘 소설에서 보기 드문 ‘좋은 아이들’이다. 삐딱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세상에 무관심하거나 세상을 경멸하는 아이들이 아닌, 오히려 어른들의 세계로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서 대결하고 때로는 어른들을 능가하는 멋지고도 따뜻한 아이들이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다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어 그 아픔을 함께하는 아이들. 아름답고 용기 있는 십대들의 이야기이자,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는 14세 무렵의 날들을 떠올리며 새롭고도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 거야. 세상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시절을 무시해버릴지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였다고.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으면 오늘을 생각하자. 그때 정말 괜찮은 네 놈이 모여 있었다고. 인생의 최고 좋은 시절에는 자신도 그 그룹에 속했을 정도로 좋았다고.”
◉지은이 소개_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1960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세이케이 대학을 졸업했다. 광고제작회사에 근무하다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약했다. 1997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로 제36회 올요미모노 추리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연작 시리즈인 이 작품이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일본 차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과 아름다운 문체, 날카로운 사회의식으로 청춘소설뿐 아니라 추리소설 부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03년 발표한 『4teen』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년의 세계를 소년의 시점에서 치밀하고 경쾌하게 묘사한 거리소설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십대의 감성과 희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9년에는 후속작 『6teen』이 출간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엔젤』 『슬로 굿바이』 『날아라 로켓파크』 『1파운드의 슬픔』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_양억관
번역가. 옮긴 책으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중력 삐에로』 『69_sixty nine』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스텝파더 스텝』 『냉정과 열정 사이_Blu』 『모방범』 『용의자 X의 헌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등이 있다.
깜짝 선물
달이라도 나쁘진 않아
소년, 하늘을 날다
열네 살의 정사
불꽃놀이의 밤
우리가 섹스에 대해 하는 말
하늘색 자전거
열다섯 살로 가는 길
옮긴이의 말
“열네 살은 하늘이라도 날 수 있어!”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따뜻한 서정으로 충만한 십대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문체, 날카로운 사회의식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사랑받아온 작가 이시다 이라는 열네 살 보통 소년들을 둘러싼 이야기 『포틴』에서 그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소설의 표제 ‘포틴’은 ‘14’라는 나이와 ‘4명의 십대’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현대 사춘기 아이들의 감성을 리얼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14세 소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과 어른, 그리고 그들의 삶을 타고 흐르는 힙합 가사 같은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는 14세 무렵의 날들을 제대로 그려낸 것이 이 소설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화자인 ‘나’ 데쓰로는 도쿄의 매립지 쓰키시마에서 나고 자라 쓰키시마 중학교에 다니는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 언제나 같은 반의 준, 나오토, 다이와 함께 행동한다. 두꺼운 안경을 언제나 가운뎃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는 준은 공부 잘하는 수재. 나오토는 초고층 아파트의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평균 수명 서른이라는 조로증에 걸려 입퇴원을 반복한다. 벌써 머리는 반 백발. 그리고 다이는 대식가에 거구다. 집은 오래된 연립주택으로 아버지는 술주정뱅이고, 어머니가 힘들게 일해 먹고산다. 그들의 공통 아이콘은 휴대폰과 자전거, 포르노 잡지, 힙합이다. 네 명의 십대가 때론 협력자로, 때론 당사자가 되어 궤도를 벗어난 친구들과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외모도 환경도 제각각이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 사인조 중학 2년생의 일 년간을 여덟 개의 연작 단편으로 그린 것이 이 작품이다. 《소설신초》에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연재되었던 여섯 편에 신작 두 편을 묶었다.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
“보통의 사내아이들을 둘러싼 맑고 투명한, 그래서 기분 좋은 공기감.”
옮긴이(양억관)는 후기에서 14세를 “멍청하다”고 정의하면서, “이 아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멍해 보일 때가 많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의 음식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수혜자의 멍함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흙 상태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가능태의 진흙. 그래서 때로 그 나이의 아이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벌이면 무섭다.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4teen』에 등장하는 열네 살 소년들의 현재는 한마디로 ‘굉장하다’.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가 장 콕토는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에서 악마성으로 반짝이는 소년 소녀들의 상상의 세계를 그렸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세계에 집결된 문제였으며, 소설 전체가 냉혹함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4teen』에 나오는 아이들의 세계는 ‘갇힌 세계’가 아니라 ‘열린 세계’다. 열린 마음으로 어른의 세계로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서 대결하고, 때로는 어른들을 능가한다. 지적이고 어른스러운 ‘준’은 불륜 사이트에서 연상의 유부녀와 만난다. 그리고 그녀가 남편에게 상습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남편과 대결한다. 연약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상대하며, 그 상대의 폭력에 맞섬으로써, 폭력만으로는 어떠한 의지도 꺾을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어른의 세계와 대비되는 십대들의 열린 해법과 사고가 유쾌하다.
용기 있는 그들에게도 모두 무거운 짐 하나씩은 있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대식가 다이는 사실 가정 폭력의 희생자이며,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혐오하는 소녀, 연예인을 지망하고 늘 엉뚱한 사건만 꾸미다가 4층에서 뛰어내리는 소년도 있다. 그러나 십대는 십대에게서 구원받는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십대들에게서 어른들도 구원을 받는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보통 사내아이들을 둘러싼 ‘공기감’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어둡고 혼란스런 것이 아니라 맑고 투명해서 기분 좋은 십대의 ‘공기감’이었을 것이다. 소설 곳곳에 이슈가 되고 있는 굵직한 사회문제나 가정문제가 등장하지만, 자칫 비극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들이 결코 무겁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이 가진 큰 매력이다.
감각적인 거리소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궁핍과 풍요가 공존하는 마을, 쓰키시마
“몬자야키집이 가득 늘어선 오래된 골목길과 스카이라인을 가로지르는 초고층 맨션. 신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마을 ‘쓰키시마’. 이곳에서 우리는 사랑을 하고, 상처를 입고, 죽음과 만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이 작품은 14세라는 연령대를 다룬 소설일 뿐만 아니라, ‘쓰키시마’라는 거리를 무대로 한 ‘거리소설’적 성격을 띠고 있다. 쓰키시마는 도쿄의 매립지에 만들어진 새로운 거리로, 작가는 도심의 번화가에서 전철로 이삼십 분 거리인 쓰키시마라는 장소를 선택하여 그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성격도 환경도 제각각인 아이들이 융화하는 것처럼, 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거리는 작품의 배경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