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알레르기

문학계 막강 이야기꾼 고은규 작가의 첫 소설집

어둡고 깊은 곳에 방치되었던,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애틋하고 뭉클한 위로

  • 저자고은규
  • 출간일2016-07-15
  • 페이지304
  • 가격12,800원
  • 판형128*188mm
  • ISBN978-89-7288-598-6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흔들리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야

출구 없는 삶 속에서도 바깥세상을 더듬는 일곱 편의 이야기

 

문학계의 막강 이야기꾼 고은규 작가의 첫 소설집 오빠 알레르기가 출간되었다.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음직한 사람들의 특별하고 뼈아픈 사연이 소개된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오빠 알레르기를 비롯하여 등단작 급류 타기, 미발표작 딸기, 명화등 총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오빠 알레르기에선 출구를 찾진 못했지만 삶의 긍정까지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하는 아슬아슬한 일곱 명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등단작 급류 타기를 제외한 여섯 편의 작품에는 애인이나 남편이 없는 이십 대에서 사십 대까지의 싱글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동료 간, 가족 간, 이웃 간의 관계망 속에서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비참하게 사건이 묘사되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뒤로도 물러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의 어둡고 깊은 곳에 방치되었던 고통의 기억을 끄집어내 고은규식의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는 영혼 없는 파이팅도 아니고, 대책 없는 희망도 아니다. 막막한 어둠 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 발버둥 치는 당신을, 휘청거리면서도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당신을 알아봐주는 것이다.

 

오빠 알레르기는 시대가 직면한 출구 없는 참혹함을 과거와의 시간 대비 속에서 반추하고 그렇게 되비춰진 시공간 속에서 우리가 출구 없는 난국을 살고 있음을, 여전히 세상살이는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밀려오는 끝나지 않는 급류 타기에 다르지 않음을 전한다. 그렇게 시대와의 정직한 호흡을 아프게 기록한다. 오빠 알레르기에 실린 소설이 보여주는 출구 없는 현실의 면모는 그간 작가가 시대의 아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한 개성적 응답을 마련하면서 작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왔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한다. _소영현(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고은규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2007급류 타기로 문학수첩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트렁커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2012년 장편소설 데스케어 주식회사,

2015년 장편소설 알바 패밀리를 발표했다. 오빠 알레르기는 고은규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등단작 급류 타기와 미발표작 딸기, 명화가 수록되어 있다.

 

차례

오빠 알레르기 7

차고 어두운 상자 41

맥스웰의 은빛 망치 73

엔진룸 105

급류 타기 139

딸기 171

명화 243

 

작품 해설 277

작가의 말 297

 

출판사 서평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픈 기록

어딘가에서 누군가 서글프게 울고 있다

 

고은규 작가는 그동안 풍자적 유머로 개인의 심리적 외상을 웃프게그려내는가 하면 세속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대의 비극을 이야기해왔다. 매일 밤 집을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트렁커들의 내밀한 상처를 따뜻한 시선과 재기발랄한 유머로 그려낸 첫 번째 장편소설 트렁커(2010)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고, 죽음을 관리해주는 회사인 데스케어를 배경으로 고독사와 죽음 이후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 들추어낸 두 번째 장편소설 데스케어 주식회사, 인간이 상품처럼 소비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온 가족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전전해야 하는 무참한 우리 시대의 초상을 통렬한 풍자로 그려낸 알바 패밀리(2015) 등의 작품으로 문학계에 입지를 굳혔다. 이번에 펴낸 작가의 첫 소설집 오빠 알레르기는 이전 작품들과 결을 조금은 달리하면서도 고통과 슬픔의 세계를 다루는 작가의 또 다른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집이다.

 

출구 없는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 차고 어두운 상자의 주인공은 어느 날, 차고 어두운 상자에 갇히게 된다. 주인공이 애타게 기다린 것은 소원해진 예전의 연인이었지만 주인공을 찾아낸 것은 그간 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이었다. 죽음도 피할 수 없는 그 에 의해 상자가 열리며 참혹함이 배가 된다. 오빠 알레르기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아픔은 맥스웰의 은빛 망치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실연의 고통일 때도 있고, 오빠 알레르기에서 오빠를 혈연관계에 근거하여, 오빠 아닌 오빠들에게 오빠라고 쓰는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강박 같은 관념에서 오는 불편함, 엔진룸에서 평생을 쉬지 않고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궁핍함과 한 직장에서 십여 년을 일해도 원하는 집을 마련할 수 없을 때의 열패감처럼 가난에서 오는 고통, 급류 타기에서 마치 세상살이가 위험과 장애가 널려 있는 급류 타기와 같아서 전복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일 때도 있다.

이러한 고통은 특히 가족 관계에서 그 극함을 드러내는데, 오빠 알레르기속에서 보여지는 가족들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가깝다. 명화에서 주인공 명화는 가족들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틀니와 목발과 반짇고리를 구덩이 안에 던져 넣으면서도 그 안에서 가족들의 웅얼거림을 들을 수밖에 없고, 엔진룸에서 주인공은 버려도 될 짐으로 가득 채워진 집을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 부동산을 전전하지만 원하는 집을 구한다는 게 헛된 열망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 주인공들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집은, 자주 정전이 되는 집, 금이 가서 금세라도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낡은 집으로 표현되며, 가족은 짊어지기엔 벅차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지긋지긋한 짐일 뿐이다.

개인의 고통, 가족의 비극은 시대적 아픔과 맞물리기도 하는데, 딸기에서 최루가스가 쏟아지는 대학가에서 오빠가 실종되고 나서부터 시작된 가족의 불행이나, 육성회비를 안 냈다고 다그치고 부잣집 반장 아이와 싸웠다고 종아리를 때리고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로 상처를 주는 폭력적인 시대에서 오는 아픔들이다. 게다가 실연, 가난, 불안, 분노, 폭력 등은 따로따로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닥친다. 특히 그게 가족들에게 들이닥칠 때는 일말의 자비도 없어 가족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드러난다. 비극적인 현실에서 오는 비참함과 참혹함은 어찌할 도리 없는 삶의 무게로 내려앉는다.

 

네가 알아?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너같이 예쁜 손톱을 가진 여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건 누구의 잘못 때문도 아니야. 어쩌다 그렇게 됐단 말야. 어쩌다 보니…….

_본문 엔진룸중에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을 지닌 고은규식 위로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그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을 게 분명해요.”

 

오빠 알레르기에는 울음기 묻은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목 놓아 엉엉 우는 울음이 아니라 안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흘러넘치는 울음이다. 때론 삶에서 충족되지 않은 결핍을 어쩌지 못해 위악적이 되기도 하지만 출구 없는 참혹함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밥을 같이 먹고 싶다는 주인공의 바람은 배반당하기 일쑤고, 급류 타기에서 그의 몸이 휘청 꺾이며 바닥에 쓰러질 듯했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그는 몸을 곧추세웠지만 그래도 자꾸만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는 영훈의 고백처럼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를 상황 앞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의 어둡고 깊은 곳에 방치되었던 고통의 기억을 끄집어내 고은규식의 위로를 건넨다. 위로라고 해서 이러한 고통이 모두 해소되고 해피엔딩을 맞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가능성의 여지를 찾기 어렵다. 어쩌면 이렇게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이, 이렇게 무겁고 절망스러운 것이 삶이라고 원초적인 슬픔을 얘기하는 것도 같다. 이런 현실 앞에서 고은규가 건네는 위로는 무섭다고 울먹이는 주인공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아픔을 고백해나가는 주인공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막막한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발버둥 치는 당신을, 휘청거리면서도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당신을 알아봐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낡을 대로 낡은 집을 부수는 장면을 목도하는 때에, 깊은 구덩이에 인물들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아니 인물들이 붙잡고 놓지 못한 기억을 묻는 때에, 자신들의 과거이자 현재인 자신들의 얼굴과 대면하는 그때에, 자신을 가둔 혹은 자신이 갇힌 그곳 바깥에 대한 상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말해도 좋지 않을까. 밝은 미래를 꿈꾸었던 십 대 혹은 이십 대 청춘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지난날 꾸었던 희망들이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 되어버렸음을 확인하면서 그 삶의 실체 앞에서 고은규의 인물들은 거짓과 과장 없이 자신의 맨얼굴을 들여다본다. 이 종결의 매듭 이후 무엇이 시작될지 기다려진다.

_소영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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