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위기에 스스로 떨쳐 일어난 의병들,
시대를 지탱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다!
‘인간 이순신’의 삶과 조선 백성의 민족혼을 재조명한 『이순신의 7년』이 1, 2권에 이어 3권이 출간되었다. 3권에서는 나라의 위기에 분연히 일어섰던 의병들에 주목하여 그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그중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도 있지만 의로운 마음만으로 일어나 싸운 의병,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의승군, 전쟁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나간 민초 등 이름 없이 제몫을 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시대를 지탱해온 조선 백성들이 있었기에 전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이순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순신의 7년』 1권에서는 변방 백성들의 신하가 되기로 맹세한 이순신이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후 비밀리에 거북선을 건조하는 등 전란에 대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2권에서는 조선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이순신 함대가 옥포 해전, 사천해전, 당포해전 등 연전연승으로 남해 바다를 지켜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3권에서 이순신은 당항포 해전, 율포 해전에서 잇단 승리를 거두며 일본군의 남해 바다를 통한 호남 점령을 차단한다. 그러나 조선 육군은 연전연패하고 선조는 백성들의 원성을 뒤로한 채 또다시 의주로 피난길에 나선다. 평양성이 맥없이 함락되고 이광의 삼도 근왕군이 용인 전투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참패를 당하는 등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가족과 나라를 지키겠다며 여기저기에서 의병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난다. 죽음을 각오하면 도리어 살길이 열릴 것이라는 각오로 싸운 의병들 덕분에 고경명의 담양 의병군이 운암 전투에서 승리하고, 김천일이 이끄는 나주 의병군은 독성산 전투에서 승리한다.
호남 점령을 목표로 하는 왜군 제6군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호남의 보루인 전주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왜군 제6군 본부는 금산에서, 담양 의병군은 진산에서 십여 리를 두고 대치하고, 그 소식을 접한 승려 출신 왜장 안코쿠지는 곰티재에서 퇴각한다. 호남을 점령하려는 왜군의 공격로가 남원 쪽 공격로는 경상도 의령에서 곽재우 의병군에게 막히고, 전주 모후산으로 진출하려는 공격로는 임신 운암천에서 고경명 휘하 양대박 의병군에게 막히면서 대둔산 산자락 배티재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전투를 치르게 되고 조선군 권율이 압승한다. 비록 담양 의병군을 이끄는 고경명이 1차 금산 전투에서 순절하고, 옥천 의병군을 이끄는 조헌, 의승군을 이끄는 영규 등이 순절하지만 바람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들풀처럼 또 다른 의병들이 이 고을 저 고을에서 거병하는 계기가 되고, 이순신은 차분히 3차 출진을 준비한다.
『이순신의 7년』 3권에서는 양반, 상민, 노비, 백정 등 관직이나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나라의 진짜 백성이 되어 싸워준 의병들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을 되살리고 있다.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이며 전 7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정찬주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왔다. 법정 스님은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현재 전남 화순 쌍봉사 옆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다산의 사랑』,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다불』, 『만행』, 『대백제왕』,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암자로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정찬주의 다인기행』, 『뜰 앞의 잣나무』, 『불국기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 『마음을 담는 그릇』 등이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 2011년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등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온 작가 정찬주가 펴낸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군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한 인간의 입체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등장인물이 그 지방의 토박이말을 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많은 역사소설에서 이순신은 표준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팔 세부터 삼십이 세로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표준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사람은 언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고,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게다가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그 당시의 문화 및 생활상을 반영한다. 사투리로 말하는 이순신을 그려냈다는 것은 인물의 진짜 모습, 진짜 생각을 꾸밈없이 표현해내겠다는 정찬주 작가의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영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에 가려져온 ‘진짜 이순신’을 재현해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나는 신격화된 이순신이 아니라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말하는 인간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다. 임금과 대신들은 부끄럽게도 의주로 도망쳤지만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당시 백성들의 분투를 복원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소설이 되게 하고 싶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
“바람이 강할수록 파도는 더욱 살아난다.”
『이순신의 7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전운을 감지하고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차곡차곡 대비하는 이순신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만을 향해 치닫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이순신은 지인에게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들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며, 『이순신의 7년』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있게 한 선비, 장수, 승려, 천민 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 성철 스님, 다산 정약용과 같이 고승이나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소설로 다뤄 호평을 받아온 작가로, 16년 전 서울에서 남도 땅으로 낙향한 뒤 곳곳에서 임진왜란 때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들의 충절과 애환을 마주하면서, 안타까움과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시대를 떠받들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릿속에 자리한 패배주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자,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을 소설 속에서 되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남도 백성들의 역할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의병장들은 물론이고, 관군과 의병장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도 역사 뒤편에 묻히어진 느낌이다.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화엄사, 흥국사 승려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義僧水軍의 호국 의식이나, 대부분이 남도 출신인 이순신 휘하 장수들의 피 끓는 충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색할 뿐이다. 성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光輝로 말미암아 그들의 진면이 퇴색해버린 것은 아닐까.” _작가의 말 중에서
10여 년의 취재와 철저한 고증!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이순신의 7년』은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설이다.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데, 군 체계 및 병사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들, 적의 조총과 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화포를 쏠 수 있는 돌격용 전선인 거북선 건조 과정, 물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전술 변화,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및 다른 나라와의 역학관계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닭장떡국, 퉁퉁장, 서대회 무침, 갓김치, 고들빼기, 벌떡게장 등 각 지역의 음식 문화 및 풍속마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음식은 단순히 먹을거리가 아니라 그 시대의 인물들이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땅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는 방대한 역사적 지식이 뒷받침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으며, 읽는 이들에게 마치 그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들은 소설로서의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작가로서의 주제 의식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풍부한 상상력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엮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