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을 수상한 가와이 간지의 첫 번째 미스터리 소설 『데드맨』.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은 1981년에 일본의 국민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창조한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를 기리는 의미로 제정되었다. 종종 ‘수상작 없음’이란 결과를 내놓는 일본 정통의 신인추리문학상으로, 이 상의 수상작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바타 요시키, 야마다 무네키 같은 작가를 배출했으며, 스즈키 고지는 1990년(제10회)에 『링』으로 응모했지만 상을 받지는 못했다.
가와이 간지는 수상 당시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형사 추리물”,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품”, “예기치 못한 반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도쿄에서 일어난 여섯 번의 연속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데드맨』은 허를 찌르는 반전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단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
머리가 없는 시체, 몸통이 없는 시체……. 시체 일부가 사라진 여섯 구의 시체가 도쿄에서 발견된다. 일본 전역을 미궁 속에 빠뜨린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일명 아조트 연속살인사건으로 불리는데, 아조트란 한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단어로 이번 범행이 시체 일부를 모아 한 사람으로 살려내려는 소설 속 계획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붙여졌다. 그런데 시체를 모아 한 명의 사람으로 만든다고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발견된 시체는 모두 젊은 남성이었는데 여섯 번째 시체, 즉 마지막으로 도도로키에서 발견된 왼쪽 발이 없는 시체만은 여성이었던 것. 범인은 마치 사람들을 농락하듯 보란 듯이 시체 일부를 유기하지만, 가부라기가 이끄는 4인조 특별수사반은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형사인 가부라기는 한 통의 기묘한 메일을 받는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데드맨’. 그는 자신이 여섯 구의 시체 부분들을 연결해 되살아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누구도 상상 못했던 비밀은 치밀한 구성과 놀라운 트릭을 넘어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토막 연속살인사건이라는 소재 때문에 유혈이 낭자하는 잔혹한 엽기 호러를 기대했다면 낭패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데드맨』은 도쿄라는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숨 막힐 듯 몰아치는 두뇌게임의 레이스 안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수사 과정 속에서도 소소한 인간적 면모를 놓치지 않는 유머와 위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담아내는 휴머니즘, 사회 정의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은 이 소설을 여타의 차갑고 잔인한 스릴러물과 갈라지는 지점에 서게 한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짜릿한 박진감 너머에는 인간 실존에 대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를 흥미로운 통찰의 자리로 이끈다. 작가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라고 묻는다. 이 소설의 끝에서 우리는 각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게 될 것이다.
★ 지은이 소개
가와이 간지 Kanzi Kawai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나 도쿄 도에서 살고 있다.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이자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 수상작인 『데드맨』은 생동감 있는 묘사, 입체적인 캐릭터, 치밀하고 절묘한 플롯, 숨기고 드러내는 데에 능수능란한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단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졌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는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정면으로 끌어들여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로 작품을 잘 마무리했다. 그 명작에 도전하는 기개가 훌륭하다.”라고 평하면서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 소설은 토막 연속살인사건이라는 섬뜩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 실존에 관한 탐구와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옮긴이 소개
권일영
서울 출생.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뒤, 지금은 전업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유정천 가족』, 마키메 마나부의 『사슴남자』,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로관의 살인』과 『암흑관의 살인』,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비롯한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과 『탐정영화』, 기리노 나쓰오의 『다크』와 『IN』 등이 있다. 또 미야베 미유키,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과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존 딕슨 카가 함께 지은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 여섯 구의 시체, 한 사람의 생존자
어느 날, 죽은 남자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도쿄에서 연속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여섯 번의 살인, 여섯 구의 시체. 특이한 점은 각 사건마다 사라진 신체 부위가 다르다는 것. 고급 아파트 욕조 안에서는 머리 없는 시체가, 호텔에서는 몸통 없는 시체가, 그 뒤 오른팔, 왼팔, 오른다리, 왼다리가 없는 시체가 각각 발견된다. 각 부위는 메스로 그은 듯 깨끗하게 잘려 있다. 유일한 단서는 중년 남성의 머리카락 몇 올과 희미한 발자국, 그리고 라텍스 장갑의 흔적.
엉뚱한 발상과 뛰어난 직관으로 사건의 수사 대행을 맡게 된 형사 가부라기를 필두로 젊은 엘리트 형사 히메노와 오랜 동료 마사키, 과학수사 전문 프로파일러 사와다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한 팀을 이루어 범행을 파헤친다. 그러나 치밀하고 정교한 완전범죄 앞에서 수사가 점점 미궁으로 빠지던 중, 어느 날 가부라기 앞으로 충격적인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의 이름은 ‘데드맨’.
데드맨이라고 합니다. 저는 죽은 사람입니다.
……왜 우리 여섯 명이 살해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여섯 구의 시체 부분들을 연결해 되살아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데드맨’이 보낸 이메일에는 연속살인사건에 관한 중요한 단서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가부라기 수사팀은 이메일의 내용을 토대로 숨 가쁘게 뒤쫓으며 사건의 전말을 하나씩 밝혀나가고, 그런 그들 앞에 40년 전에 은폐되었던 엄청난 진실이 드러난다!
★ 인간 실존에 관한 서늘한 통찰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첫 페이지를 넘길 차례!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단언컨대 이 소설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데드맨』은 단지 숨 막히게 짜릿한 미스터리물에 그치지 않고, 인간 실존에 대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를 흥미로운 통찰의 자리로 이끈다.
작가 가와이 간지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 머리가 툭 떨어졌어요. 당신은 죽었죠. 그리고 당신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유족은 당신의 머리를 찾아내지 못한 채로 장례식을 마쳤어요. 사망신고가 되어 호적도 없어지고 남은 몸도 화장되었고 뼈는 묘에 모셔졌죠. 이렇게 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당신의 머리를 손에 넣어 소생을 시도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머리만 남은 상태로 되살아났죠.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살해된 후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들로 구성된 새로운 개체로 다시 태어났다면, 당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당신은 당신인가? 아니면 그 몸을 이룬 사람들인가? 아니, 이제 더 이상 당신은 ‘나’가 아닌 ‘우리’인가? 『데드맨』에서 던지는 이 물음은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대된다. 실존의 문제가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행위에 더 방점이 찍히는 것이라면, 어쩌면 이 소설의 끝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마지막 문장까지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과 긴장감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가와이 간지, 그를 누가 신인이라 하는가?
과연 『데드맨』을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이자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 기수이자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대상’의 심사위원이었던 아야츠지 유키토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 도전하는 기개가 훌륭하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가와이 간지는 거침없고 대담하면서도 치밀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특기할 점은 도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숨 막힐 듯 몰아치는 두뇌 게임의 레이스 안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 치열한 수사 과정 속에서도 소소한 인간적 면모를 놓치지 않는 유머와 위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담아내는 휴머니즘, 사회문제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해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가적 태도는 이 소설을 잔인하고 차가운 스릴러물과 갈라지는 지점에 서게 한다.
『데드맨』은 재미와 감동, 철학적 성찰을 한 이야기에 담아낸 수작이다. 생동감 있는 묘사, 입체적인 캐릭터, 치밀하고 절묘한 플롯, 숨기고 드러내는 데에 능수능란한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단번에 읽게 만드는 속도감을 가진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마다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그려낸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피해자와 가해자, 선과 악의 고전적인 대립 구도를 깨고, 섬뜩할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안타까울 정도로 처연한 인물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과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시선을 동시에 던진다. 이 점은 『데드맨』이 재미를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넘어서서 본격 소설의 작품성에까지 가 닿는 새로운 층위의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