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도시를 알고 있나요? 그래요, 당연히 모르겠죠. 모자 도시는 바람이 달빛을 스칠 때 낡은 입체경으로 봐야 하거든요. 이곳 모자 도시는 ‘바람’이 가득한 곳이에요. 아니, 없는 걸 바라는 마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바람이 많이 부는 바람의 도시라는 뜻이에요. 자, 이제 모자 도시의 이야기를 들어 봐요.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협회의 2019 출판 부문 동상을 수상한 작품인 『모자 도시』는 이탈리아 작가인 안토니오 보난노의 그림책입니다. 현실에서 벗어난 낯설고 환상적인 ‘모자 도시’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세상 가장 특이하고 신비로운 모자 도시, 그곳에는 어떤 수수께끼가 숨어 있을까요?
글ㆍ그림| 안토니오 보난노
1970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항구도시, 카타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이 책 작가이자 삽화가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출판사에서 작품을 출간했고, 여러 나라에서 삽화 전시회도 가졌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베르가모에 살면서 밀라노 카스텔로 스포르제스코 응용미술학교에서 삽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페로네 씨의 밀실』 『시계』 『헤어스타일』 『가발』 『콧수염』 등이 있습니다.
옮김| 이정주
서울여자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방송과 출판 분야에서 전문 번역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프랑스 책들을 직접 찾기도 합니다. 옮긴 책으로는 『사자는 사료를 먹지 않아』 『늑대는 간식을 먹지 않아』 『드르렁 드르렁, 아빠는 왜 코를 골지?』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 『선생님은 세 번 울었다』 『엄마가 늦게 오는 날』 『엄마 아빠 때문에 힘들어!』 『마주 보면 무섭지 않아』 『아빠를 보내는 일주일』 『마르셀에게 이가 생겼어요!』 『여동생 클럽』 등이 있습니다.
모자 도시를 알고 있나요?
지금부터 세상 가장 낯설고 마법 같은 도시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모자 도시를 알고 있나요? 그래요, 당연히 모르겠죠. 모자 도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가 아니에요. 그러니 모자 도시를 본 적이 없겠지요. 아마 그런 도시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모자 도시를 보려면, 조건이 몇 가지 갖추어져야 해요. 달빛을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낡은 입체경을 들여다보아야 하거든요. 그러면 모습을 드러낸답니다. 시간은 멈춘 듯하고, 사람들은 공중을 날아다니고, 세찬 바람이 구석구석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그곳.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웅장하지만 위아래가 바뀐 듯 거꾸로 솟아 위태로워 보이는 모자 도시가 말이에요.
맞아요, 이곳 모자 도시는 바람이 많이 부는 바람의 도시예요. 바람이 어떤 기억이든 훨훨 날려 보내고, 생각을 얼키설키 헝클어뜨리고, 추억마저 남김없이 쓸어가 버리지요. 세찬 바람이 모든 것을 앗아 가도 모자 도시 사람들은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바람에 소중한 편지를 맡기고, 심지어는 몸까지 내맡기고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옮겨 다닐 정도예요. 바람에 모든 걸 맡기는 모자 도시 사람들이지만,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게 딱 하나 있어요. 그건 당연히 모자예요. 여긴 모자 도시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몰라요.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리기 가장 좋은 모자를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한다니요.
이탈리아 작가인 안토니오 보난노의 그림책 『모자 도시』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공간인 ‘모자 도시’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협회의 2019 출판 부문 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의상과 장식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현실에서 벗어난 낯선 도시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치 입체경으로 유럽의 과거 사진을 보는 듯 고풍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그림은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마치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거리를 여행하는 듯 느끼게 합니다. 세상 가장 특이하고 신비로운 모자 도시,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무엇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모자 도시
잃어버린 모자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그림책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지배하는 낯설고 신비로운 모자 도시. 그곳에서는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는 물건이 워낙 많으니 하늘에 큼지막한 그물을 걸어 놓았어요. 그 덕에 모자 도시의 분실물 보관소가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찻잔이며 시계, 우산에 코끼리까지, 그물에 걸려들지 않는 게 없거든요. 하지만 거기에도 모자는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아요. 잃어버린 모자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무리 갖은 수를 써 봐도 한번 바람에 쓸려간 모자는 두 번 다시 찾을 수도 없고요. 그 많은 모자는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모자 도시에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발명가가 있었어요. 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서 모자가 모여 있는 장소를 찾아내겠다고 나섰지요. 모자 도시 사람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발명가를 배웅해 주었어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발명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바람은 참 심술궂기도 하지. 모자처럼 발명가도 바람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바람은 모자 도시 사람들의 기억을 모조리 앗아가 버렸으니까요. 누구 하나 발명가에 관해 이야기하지도, 그의 이름을 기억에 남기지도 않게 되었지요.
아득한 상상 속 세계를 현실처럼 정교하게 보여 주는 『모자 도시』는 정말 어딘가, 지구 반대편에 눈길이 닿지 않는 바다 한복판에 모자 도시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럼에도 우아하고 세련된 모자 도시 사람들이 부럽다거나, 모자 도시가 정말 존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추억도 기억도 생각도 모두 바람에 날려 보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자 도시 사람들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추억과 기억, 생각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결코 가질 수 없는 모자만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다니 말이에요.
모자 도시 자체가 감정과 생각, 추억이라고는 없는 한낱 입체경 속 낡은 사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요. 진짜 입체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시차를 이용한 눈속임 같은 입체경처럼요. 그렇지 않다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모자가 단순히 머리에 쓰는 사물을 뜻하는 게 아니라 기억과 추억, 사람의 삶 자체일 수도 있어요. 혹은 모자가 바람 그 자체인지도 몰라요. 거세게 부는 바람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간직한 어떤 희망, 소원 말이에요. 진짜 원하는 것은 결코 가질 수 없거나,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상상력에 한계가 없는 것처럼 여기에도 정답은 없어요.
모자 도시 사람들은 영영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라진 모자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모자 도시를 기억하고, 모자 도시에서 사라진 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지 수수께끼를 풀어 봐요. 모자 도시처럼 엄청나 보이지만 실은 별것 아닌 비밀을 가진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시리즈 소개
<물구나무 세상보기> 시리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나, 우리 집, 우리 가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웃, 지역사회, 나라, 지구촌까지 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렌즈에 따라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새로운 시각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물구나무 세상보기>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자의식과 논리력이 발달하며 감정 또한 점차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책을 읽고 열린 마음으로 책 속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작가들의 풍부한 감성이 담긴 이야기와 빼어난 삽화로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물구나무 세상보기> 시리즈는 물구나무를 서며 노는 듯이 쉽게 보다 넓은 시각과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