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찬주 작가의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이순신의 7년 5권은 청허대사의 격문으로 오천 명 승려들이 의승군으로 나서는 대목으로 시작된다. 사명대사는 삼천 의승군을 이끌고 군사훈련을 하지만 명의 심유경이 왜적과 화의를 도모하느라 평양성 공격은 미루어진다. 드디어 이여송이 오만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오고 조명연합군은 의승군의 모란봉 점령에 힘입어 평양성을 수복하지만 명군의 노략질이 왜적 못지않다. 선조는 이순신에게 왜군의 퇴로를 끊어 섬멸하라는 유서를 내린다. 이순신은 의승군을 불러, 웅천 왜성과 포구의 왜선들을 한꺼번에 치는 수륙병진 작전을 편다. 원균은 전공에 집착하고 명군은 왜와의 강화를 위해 조선 수군의 작전권까지 통제한다. 한편, 진주성 성주의 목을 가져오라는 히데요시의 명으로 십만여 왜군이 진주성에 집결하니 김천일, 최경회의 의병군과 관민 육만여 명이 죽기를 각오한다.
작가는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으며,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이다.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나가고 있다.
정찬주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왔다. 법정 스님은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현재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 『단군의 아들』,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다산의 사랑』,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가야산 정진불 1, 2』, 『다불』, 『만행』, 『대백제왕』,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암자로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정찬주의 다인기행』, 『뜰 앞의 잣나무』, 『불국기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 동자』 등이 있다. 1996년 행원문
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 2011년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찬 이순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 이면의 불안과 두려움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순신, 군사의 목숨을 책임진 장군으로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이순신, 전쟁에 쫓기고 굶주린 양민의 생계까지도 근심하는 이순신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여덟 살부터 서른두 살에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서울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것은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호남의 의병군들이 당연히 호남 사투리를 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나는 신격화된 이순신이 아니라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말하는 인간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다. 임금과 대신들은 부끄럽게도 의주로 도망쳤지만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당시 백성들의 분투를 복원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소설이 되게 하고 싶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
“바람이 강할수록 파도는 더욱 살아난다.”
『이순신의 7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전운을 감지하고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대비하는 이순신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만을 향해 치닫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이순신은 지인에게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며, 이 점에 주목하여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있게 한 선비, 장수, 승려, 천민 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시대를 떠받들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잠식한 패배주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남도 백성들의 역할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의병장들은 물론이고, 관군과 의병장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도 역사 뒤편에 묻히어진 느낌이다.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화엄사, 흥국사 승려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義僧水軍의 호국 의식이나, 대부분이 남도 출신인 이순신 휘하 장수들의 피 끓는 충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색할 뿐이다. 성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光輝로 말미암아 그들의 진면이 퇴색해버린 것은 아닐까.” _작가의 말 중에서
10여 년의 취재와 철저한 고증!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이순신의 7년』은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설이다.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군 체계 및 병사들이 사용하는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무기나 장비들, 적의 조총과 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화포를 쏠 수 있는 돌격용 전선인 거북선 건조 과정, 물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전술 변화,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및 명나라와의 역학관계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이 생생한 지역 사투리로 말하고 닭장떡국, 퉁퉁장, 서대회 무침, 갓김치, 고들빼기, 벌떡게장 등 특히 호남의 음식 문화 및 풍속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빼어난 특장이다. 전 7권으로 2018년 2월 완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