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7년』7권에서 왕명 거역 죄로 의금부에 하옥돼 고문을 받던 이순신은 백의종군의 특별사면을 받고 권율 진영으로 내려가는 중에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고, 부친에 이어 모친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회한에 젖는다. 한편 통제사가 된 원균은 선조에게 군사 삼십만 명을 원하는 장계를 올리고 절영도 싸움에서 전선 스무 척과 수군 수백 명을 잃고는 칠천량으로 패퇴하지만, 왜군의 기습 공격으로 전라 우수사 이억기와 충청 수사 최호가 전사하고 원균 자신은 도망치다가 왜군의 칼에 죽는다. 한산도를 잃고 조선 수군은 궤멸 상태에 놓이게 되고, 남은 것은 달아난 배설의 전선 열두 척뿐이다. 왜적이 호남으로 몰아칠 것을 예상한 이순신은 하동의 노량부터 진주까지 살펴보고 조류가 급하고 소용돌이치는 좁은 노량 울돌목을 결전지로 정해둔다. 그사이 선조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하고는 또다시 육군에 합류하라는 교지를 내리므로, 이순신은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이순신 자신이 있으니 수군을 재건하여 왜적을 물리치겠다는 장계를 올리고 명량에서 승리를 거둔다. 노량해전에서 죽음으로 바다를 지켜내니 7년에 걸친 왜란이 끝난다.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임진왜란은 그만큼 역사적으로 외침의 피해가 막대한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순신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찬주의 이순신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에 주목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이게 한 당시의 선비, 장수, 승려, 천민들의 의기와 충절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 군사 문화, 의식주 문화, 여러 지방 특히 호남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 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10여 년의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으며,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를 마치고 2018년 2월 전 7권으로 완간되었다.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냈다.
정찬주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왔다. 법정 스님은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현재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단군의 아들
이순신, 왜군을 물리치고
7년 전쟁을 종식시키다
압송 7
하옥 21
추국 33
구명 45
출옥 57
짧은 하루 69
백성의 마음 81
아! 어머니시여 92
모친상 104
유정의 예감 116
도원수를 찾아 128
권율과 이원익 141
취할 때 부르는 노래 153
초계에서 듣는 비보 165
삼도수군통제사 재임명 177
조양창 군량미 189
아직 열두 척이 있사옵니다 201
명량으로 향하다 214
명량 해전 1 227
명량 해전 2 242
통곡 255
보화도(고하도) 수군 재건 267
고금도 조명연합 수군 282
절이도(거금도) 해전 294
광양만 노량해전 310
작품 해설
역사소설의 재현과 방언 343
홍기삼(문학평론가, 전 동국대 총장)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찬 이순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 이면의 불안과 두려움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순신, 군사의 목숨을 책임진 장군으로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이순신, 전쟁에 쫓기고 굶주린 양민의 생계까지도 근심하는 이순신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여덟 살부터 서른두 살에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서울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것은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호남의 의병군들이 당연히 호남 사투리를 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 역사소설에서 주인공이 권력과 신분의 상징인 계급 언어 대신 어떤 백성과도 어울릴 수 있는 고향 사투리로 시종일관 살아가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언어 관습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권력 언어를 탐탁해하지 않거나 적어도 주류 권력 사회에 대한 동경 따위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다. 임금의 신하가 아니라 백성의 신하로 살기를 결심한 이순신이 그들의 언어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
“바람이 강할수록 파도는 더욱 살아난다.”
『이순신의 7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전운을 감지하고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대비하는 이순신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만을 향해 치닫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이순신은 지인에게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며, 이 점에 주목하여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있게 한 선비, 장수, 승려, 천민 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시대를 떠받들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잠식한 패배주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임진왜란, 특히 정유재란은 이순신의 수군과 왜군 사이의 전쟁, 또는 호남과 왜의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과 함께 승전의 역사를 이룬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고 장졸들을 지원한 벼슬아치나 백성들도 호남인들이다. 왜군이 승승장구하며 영남, 경기, 충청, 황해, 관서, 관북을 휩쓸고 있을 때 오직 이순신의 호남만이 그 거센 풍랑을 막고 있었다. 왜군은 이순신에게 연전연패하면서 오직 호남 정벌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화전 양면으로 호남을 흔들었다. 정유재란을 기획한 히데요시의 전투 명령은 호남 정벌과 이순신 제거에 집약되었다. 호남인들의 용기, 단결, 이순신에 대한 존경과 복종심은 호남이라도 지켜 나라를 회복해야겠다는 이순신의 결의와 잘 부합했으며 연달아 왜군을 격파하는 전과를 거둘 수 있었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남도 백성들의 역할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의병장들은 물론이고, 관군과 의병장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도 역사 뒤편에 묻히어진 느낌이다.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화엄사, 흥국사 승려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義僧水軍의 호국 의식이나, 대부분이 남도 출신인 이순신 휘하 장수들의 피 끓는 충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색할 뿐이다. 성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光輝로 말미암아 그들의 진면이 퇴색해버린 것은 아닐까.” _<작가의 말> 중에서
10여 년의 취재와 철저한 고증!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이순신의 7년』은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설이다.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군 체계 및 병사들이 사용하는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무기나 장비들, 적의 조총과 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화포를 쏠 수 있는 돌격용 전선인 거북선 건조 과정, 물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전술 변화,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및 명나라와의 역학관계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이 생생한 지역 사투리로 말하고 닭장떡국, 퉁퉁장, 서대회 무침, 갓김치, 고들빼기, 벌떡게장 등 특히 호남의 음식 문화 및 풍속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빼어난 특장이다. 전 7권으로 2018년 2월 완간되었다.
호남과 영남의 음식이며 복식, 수군 부대 내의 세세한 생활상, 피난민들과 농민들의 의식주에 대한 세밀한 서술, 세시 풍속과 통과의례 등 16세기 호남의 풍물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