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윤기(1947~2010) 8주기 추모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이윤기 다시 읽기
“내가 건너는 강의 여울목은
물살이 어찌 이리도 험한가?”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고(故) 이윤기 작가. 작가정신에서는 이윤기 작가 타계 8주기를 추모하여, 그가 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소설, 에세이, 인문(신화)의 세 분야의 대표작 3종(『진홍글씨』, 『이윤기가 건너는 강』,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을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각 작품에 실린 의미를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되, 이윤기 작가의 전방위적 사유와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긴 표지와 판형으로 재단장했다.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을 담은 『이윤기가 건너는 강』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37편의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 이윤기가 건너는 인생의 강에 다름없는 이 책에는 말과 글과 사람의 향기에서부터 신화와 문학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체취가 같이 흐른다.
1부 ‘말의 강, 글의 강’에서는 말의 쓰임새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청소년기부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일에 나서면서까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자아낸다. 2부 ‘풍속의 강, 세월의 강’에서는 인간과 삶의 강물에 부유하는 슬픔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마지막 ‘신화의 강, 문학의 강’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삶과 역사의 원형을 이루는 신화의 세계가 작가 이윤기에게 영원한 생명의 노래로 펼쳐지며, ‘지극한 것은 같다. 지극하지 않은 것만 다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궁극의 진리처럼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윤기(1947~2010)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 1947년 5월 3일 경상북도 군위에서 출생하여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성결교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종교학·문화인류학 초빙연구원과 객원교수를 지냈다. 번역과 문학에 헌신해온 이력을 인정받아 2005년 5월에는 순천향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장편소설 『하늘의 문』 『햇빛과 달빛』 『뿌리와 날개』 『나무가 기도하는 집』 『그리운 흔적』 『내 시대의 초상』, 중편 『진홍글씨』, 소설집 『나비넥타이』 『두물머리』 『노래의 날개』를 발표했으며, 그 밖에도 신화교양서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꽃아 꽃아 문 열어라』와 역사교양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산문집 『이윤기가 건너는 강』 『어른의 학교』 『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는다』 『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 『무지개와 프리즘』 『위대한 침묵』 『시간의 눈금』 『내려올 때 보았네』 등 다양한 책들을 저술했다. 또한 그리스 신화를 해석해 소설화한 『뮈토스』를 펴내기도 했다.
번역가로서 왕성히 활동하여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돌의 정원』 『미할리스 대장』,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로마의 여자』,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 보리슬라프 페키치의 『기적의 시대』,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지프 캠벨 · 빌 모이어스의 『신화의 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 칼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상징』, 진 쿠퍼의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샤마니즘』 등 소설에서 연구서까지 250여 권에 이르는 다방면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동인문학상(1998)·한국번역가상(2000)·대산문학상(2000)을 받았으며,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1 말의 강, 글의 강
사람의 향기
잘 익은 말을 찾아서
‘속닥하게’ 술 한잔합시다
얼굴 보고 이름 짓기
너무 익숙한 풍경
금제禁制와 범제犯制
2 풍속의 강, 세월의 강
뚬벙이 이야기
경마장 오가는 길
입은 거지와 벗은 거지
보기보다 큰 자동차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면
내가 기도하지 않는 까닭
손가락의 인류학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패자부활, 혹은 ‘불량 인간’의 ‘위대한 탄생’
아내의 자리
여성 시대에 대한 예감
무엇을 좇다가 전과자가 되었는데?
소리의 목적은 침묵이지요
나는 눈물을 믿는다
데일리 씨, 현명한 시민은요……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면
일리노이주에 있니더
꿈에 본 신발 로터리에서
굳은살 이야기
3 신화의 강, 문학의 강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오늘은 여생의 첫날
이코노스타시온
나무에 귀의할지어다
하마드리아데스
신화, 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
테이블 마운틴
전설과 진실
‘지금, 여기’에 있는 조르바
니코스, 터키를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지금의 작가는 옛날 작가와 똑같지요
에필로그 수혜와 시혜에 대하여
말과 글, 사람과 삶, 신화와 문학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여정
우리 안을 흐르던,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던 강을 건너다
『이윤기가 건너는 강』은 작가 이윤기가 건너는 인생의 강이다. 그가 건너는 강에는 말과 글과 사람의 향기에서부터 신화와 문학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작가의 길을 걸은 사람이 품어내는 질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체취가 같이 흐른다. 그는 잘 익은 말을 찾아서 강을 건너는 사람이다. 그는 강아지 뚬벙이를 생각하며 술의 강을 건너기도 하고 ‘불량 인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을 지켜보면서는 연애의 강을 건넜다. 신화에 천착하면서는 전설과 진실의 강을 건너고 있는 그는 그가 좋아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필경 다 건너지 못할 인간과 문학의 강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 건너지 못할 강은 인간이라는 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저마다의 강을 건너는 이들에게 잠시 생각하는 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