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리즈는 남자친구 ‘미셸’과 그의 지인들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영화 <록키3>를 관람한다. 그녀는 이 영화로 인해, 그리고 주인공인 실베스터 스탤론으로 인해 깊은 감명을 받은 후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붙잡게 되고 비록 먼저 만나던 ‘미셸’과는 헤어지지만, 곧 ‘장’을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져든다. ‘리즈’는 그와 같은 삶의 모든 순간순간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모든 출연작, <록키> 시리즈를 챙겨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 결과 의사가 되는 동시에 ‘장’과 결혼하기에 이른다. ‘리즈’는 ‘장’과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데, 그 와중에 실베스터 스탤론을 떠올린다. 그가 없었더라면 ‘리즈’는 절대로 의사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장’을 만나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그녀를 스쳐 지나간다. ‘리즈’는 곧바로 계좌를 하나 만들고, 매달 저축한 돈을 모아 언젠가 스탤론이 배우로서 어려워졌을 때 그를 위해 그 돈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러한 결심 때문인지 머지않아 ‘리즈’는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되고, 가족들의 응원과 끈질긴 투병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을 마감한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 ‘두 번째 삶을 내 뜻대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라는 상상을 현생에 실현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 _이다혜(《씨네21》 기자)
★★★★★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강한 의지가 잠재되어 있던 여자와 그 여자의 계기가 되어준 청춘스타 록키. _이종산(소설가)
★★★★★ 실베스터 스탤론이 한 소설의 히어로가 되다. _《르 파리지앵》
★★★★★ 엠마뉘엘 베르네임, <록키3>에서 ‘호랑이의 눈’을 발견하고 소설의 영감을 얻다. 짧지만 완벽하고, 이지적이다. _《렉스프레스》
지은이 엠마뉘엘 베르네임 Emmanuèle Bernheim
1955년 12월 13일 파리에서 태어나 일어학을 전공했고, 《영화 평론》지에서 4년간 사진자료실 책임자로 근무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이며, 2010년부터 메디치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2017년 5월 10일 6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베르네임은 20년 동안 100쪽 남짓한 소설 다섯 편만 발표했다. 1985년 발표한 첫 작품 『잭나이프』로 이미 화제가 된 그녀는 『커플』(1987), 『그의 여자』(1993), 『금요일 저녁』(1998), 『나의 마지막 히어로』(2002)를 내놓았다. 특히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그의 여자』에서 감각적인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으며, 『다 잘된 거야』(2013)는 자전적 소설로 아버지의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수작이다. 영화 <록키3>에 영감을 받아 쓴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라고 밝힌 자전소설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한 여성의 용기 있는 결단과 행보를 특유의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로 그려내고 있다.
옮긴이 이원희
프랑스 아미앵 대학에서 「장 지오노의 작품 세계에 나타난 감각적 공간에 관한 문체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장 지오노의 『영원한 기쁨』 『세상의 노래』, 아민 말루프의 『사마르칸드』 『타니오스의 바위』, 블라디미르 바르톨의 『알라무트』, 도미니크 페르낭데즈의 『사랑』,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붉은 브라질』 『아담의 향기』,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그의 여자』 『금요일 저녁』 『커플』 『잭나이프』 『다 잘된 거야』,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타라 덩컨』 시리즈, 카트린 클레망의 『테오의 여행』 『세상의 피』, 마린 카르테롱의 『분서자들』(전 3권) 등 다수가 있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
옮긴이의 말
대담 이다혜 기자 ✕ 이종산 소설가
“네 꿈을 놓지 마. 너의 열정을 영광으로 바꿔!”
‘100페이지의 미학’ 메디치상 수상 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 신작
이다혜 기자 × 이종산 소설가 대담 수록!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1985년 첫 작품 『잭나이프』를 출간할 당시부터 너무 짧고, 너무 간결하고, 너무나 건조한 문체의 독특한 작품으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치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골격만 남기는 건축 기법 ‘브루탈리즘(brutalism)’을 연상케 하는 베르네임의 작품은 ‘100페이지의 미학’으로 불린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프랑스 문학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한 엠마뉘엘 베르네임이 20년 동안 발표한 100쪽 남짓한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것으로, 실제로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앞서 출간된 바 있는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세트’의 연장이자, 100쪽 남짓한 짧은 소설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짧은 글 속에 녹아든 문학적 힘, 시퀀스처럼 효과적으로 정렬된 단락, 행간의 여백이 만들어내는 미학, 베르네임이 초점을 맞추는 줌렌즈에 따라 주인공의 눈에 비치는 작은 세계가 더욱 특별한 매력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미니멀리스트로서 그녀의 재능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이 책의 말미에는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와 『코끼리는 안녕,』의 이종산 소설가가 작품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나눈 대담이 수록되어 있어 보다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에 대하여 “상황들을 나열하듯 보여주면서도 중간 중간 포인트가 있어 인물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을 감각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는 작가 같다”, “간결하다고 해서 어떤 요소가 빠진 게 아니라 모두 풍부하게 응축되어 살아 있다”라고 평한 두 사람은 『나의 마지막 히어로 외에도 베르네임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며 폭넓고 다양한 시각에서 흥미진진한 논의를 들려준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1983년 1월,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친구들과 함께 우연히 영화 <록키3>를 보러 갔다가 40도에 이르는 고열로 몸져누웠고,이후 첫 소설 『잭나이프』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하게 된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그런 작가 자신과 쌍둥이처럼 닮은 주인공 ‘리즈’를 내세운 자전적 소설이자,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바치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리즈 역시 어느 날 우연히 영화 <록키3>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날 40도가 넘는 고열에 쓰러진다. <록키3>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쓴 영화로, 밑바닥 인생에 주저앉지 않겠다는 스탤론의 각오가 형상화된 작품이다. 리즈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는 세계 챔피언 록키의 몰락을 바라보며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리즈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버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록키3>의 배우 스탤론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이종산 소설가의 말대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강한 의지가 잠재되어 있던 여자와 그 여자의 계기가 되어준 청춘스타 록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마침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한 여자의 강한 의지에 관한 이야기
마르샬 박사의 병원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리즈는 어느 날 우연히 영화 <록키3>를 보게 된다. <록키3>의 주인공 록키는 뒷골목 출신의 건달로, 세계 권투 챔피언이 되었지만 나태한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클러버 랭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뺏기고 만다. 이에 록키는 초심으로 돌아가 혹독한 훈련을 재개했고, 다시 클러버 랭과 싸워 잃어버렸던 챔피언 타이틀과 ‘호랑이의 눈’을 되찾는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리즈는 깨닫는다.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던’ 록키와 자신의 처지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40도가 넘는 열병을 앓은 뒤,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꿈을 떠올린다. 그녀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나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다시없는 기회’라고 말하며, 중단했던 의과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의학 공부를 마치고 마침내 의사가 된 리즈. 그리고 그녀는 록키를 따라서 권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 스포츠클럽에서 거울 제조업자 장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장과 결혼한 리즈는 두 아들, 토마스와 앙투안을 낳고 전에 없던 달콤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리즈는 자신의 인생이 변화한 것이 모두 ‘스탤론’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스탤론은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로, <록키3>는 그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고, 주인공 ‘록키 발보아’ 역을 맡아 연기한 영화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뀌게 해준 스탤론이 출연하는 영화는 모두 영화관에서 표를 사서 보리라 맹세한다. 뿐만 아니라 만일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여 스탤론이 가난해지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그녀가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저금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내 인생을 바꿔준 히어로에게 바치는 감동적인 자전소설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애정은 이처럼 때 묻지 않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때론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녀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처럼 스탤론은 분명, 마르샬 박사의 병원 비서에 지나지 않았던 리즈의 인생을 바뀌게 해준 결정적인 계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스탤론은 단지 하나의 계기였을 뿐 진정으로 그녀의 삶과 인생을 변화시킨 건 바로 다름 아닌, 일상을 지배하고 있던 권태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부단히도 애쓴 그녀 자신의 ‘강한 의지’였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들이 반복되고 나열되는 일상 속에서 권태는 우리의 삶을 은근하지만 지속적으로 침범하려 든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를 바라지만 마땅한 탈출구를 찾기란 어렵다. 작가는 동경의 대상인 ‘스타’ 스탤론과 자신이 설정한 우상을 욕망하여 마침내 그를 닮아간 ‘팬’ 리즈의 관계를 통해 누구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리고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힘과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자신의 인생을 바꿀 잠재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결국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누구도 아닌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 또한.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하는 모습을 미니멀리즘의 방식으로 탁월하게 빚어낸 이 소설은, 소설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특별한 변화의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