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러시아 3대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
아름다운 시적 문체로 시대의 그늘과 세계의 베일을 들추다

* 이반 투르게네프 대표작 「세 번의 만남」 「파우스트」 「이상한 이야기」 수록

  • 저자이반 투르게네프
  • 출간일2019-10-22
  • 페이지216
  • 가격12,000원
  • 판형148*210mm
  • ISBN979-11-6026-149-3
  • 분야소설 > 러시아소설
책 소개

 

결혼한 여인을 사랑한 한 남자와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욕망을 통해

욕망과 희생, 사랑의 본질을 섬뜩하리만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세 번의 만남」 「파우스트」 「이상한 이야기수록

 

결혼한 여인에 대한 한 남자의 사랑과 파멸을 예술적으로 그려낸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파우스트. 러시아 대문호의 작품들 중에서 중단편을 엄선해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러시아 고전산책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섬세한 심리묘사, 탁월한 성격 묘사, 예술적 구성의 완성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파우스트는 욕망과 희생, 사랑에 관한 예리한 관찰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문제를 심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파벨은 9년 만에 영지로 돌아온다. 어느 날 대학 시절 동창인 프리임코프가 이웃에 살고 있으며 그의 아내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베라 니콜라예브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는 베라는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베라의 어머니는 시(예술)에 의한 강렬한 정열의 각성을 두려워하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베라 역시 모든 예술 작품과는 담을 쌓은 채 살아간다. 그런 베라에게 파벨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어준다. 베라는 파우스트적 세계에 눈뜨게 되고 결국 그녀 스스로가 억제해왔던 삶의 욕망, 자유의 열정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파우스트외에도 주인공의 심리와 여인의 사랑, 절망을 환상적인 필치로 섬세하게 서술한 세 번째 만남, 종교적 믿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상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 최고의 러시아 고전과 최상의 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세기의 수작, 작가정신 <러시아 고전산책> 시리즈.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도스토옙스키부터 러시아의 대표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 근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재적 작가 체호프, 러시아의 3대 문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불리는 투르게네프 등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한 삶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저자 소개

 

이반 투르게네프 Иван С. Тургенев(1818~1883)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 투르게네프는 1818년 러시아의 오룔에서 부유한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외국인 가정교사에게 영어·프랑스어·독일어·라틴어를 배웠다. 1833년 모스크바대학 문학부에 입학하고, 다음 해 페테르부르크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로 옮겼다. 1836년 대학을 졸업한 후 1838년부터 1841년까지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철학·고대어·역사를 배우고, 베를린에서 바쿠닌 등 진보적인 러시아 지식인들과 친교를 맺게 되어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1841년 러시아로 돌아와 비평가 벨린스키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847동시대인지 제1호에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연작 사냥꾼의 수기중 제1작이 발표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1861년 파리로 떠난 이후 생애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조르주 상드,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 등 많은 문인을 만나 가깝게 지냈으며, 특히나 돈독한 사이였던 플로베르를 통해 에밀 졸라, 알퐁스 도데, 모파상 등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모파상은 투르게네프를 가리켜 플로베르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적 색채가 짙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1840~1870년대의 사회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서정미 넘치는 섬세한 문체, 아름다운 자연 묘사, 정확한 작품 구성, 줄거리와 인물 배치상의 균형, 높은 양식과 교양은 널리 알려져 있다.

투르게네프는 시, 희곡, 산문 등 모든 장르에 걸쳐 광범위한 창작 활동을 했는데, 대표작으로는 사냥꾼의 수기」 『루진』 『귀족의 보금자리』 『전날 밤』 「첫사랑」 『아버지와 아들』 『연기』 『처녀지등이 있다. 188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척추암으로 죽었고, 유언에 따라 페테르부르크 묘지의 벨린스키 곁에 안장되었다.

 

옮긴이 김영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건국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러시아의 이해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푸시킨』 『파우스트등이 있다.

 

차례

 

세 번의 만남 007

파우스트 065

이상한 이야기 155

 

옮긴이 후기 205

투르게네프 연보 215

 

출판사 서평

 

유럽이 가장 사랑한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

아름다운 시적 문체로 시대의 그늘과 세계의 베일을 들추다

러시아 고전 하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보다 앞선 러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는 바로 이반 투르게네프였다. 특히 러시아 작가 가운데 예술과 문학의 중심이었던 유럽에서 가장 먼저 큰 명성을 얻었던 러시아 작가였다. 조르주 상드,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의 친구였고, 파리 문학 모임의 유명 인사였다. 모파상은 투르게네프를 가리켜 플로베르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적인 작가였다.

많은 독자들은 그의 시적이고 투명한 문장에 매료되었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은 빛을 바래지 않아 현대인의 가슴에도 아련한 잔상을 남긴다. 서정미 넘치는 맑은 문체와 자연 묘사, 정확한 작품 구성, 균형 잡힌 인물 구도, 수준 높은 양식과 교양으로 시대와 지역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렇지만 그의 문장이 정말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 문장이 담아내는 시선 때문이다. 그는 1840년에서 1870년에 이르는 러시아 사회를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면서 당대 러시아인들의 삶을 그의 작품 속에 투영했다. 농노제도의 폐단과 러시아 농도들의 삶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낸 사냥꾼의 수기가 특히 그러하다. 투르게네프의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처럼 주(主義)나 주장을 꾀하거나 톨스토이처럼 교화(敎化)를 도모하지는 않는다. 그는 인간과 사회의 진정한 탐구자이기를 원했다. 투르게네프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화와 사건, 현실의 참모습을 솔직하게 제시할 뿐이었으며 특정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질 않았다. 이것이 바로 투르게네프 문학의 진정한 가치이다.

그렇다면 그의 단편은 어떠한가. 장편소설이 영화와 같다면 단편소설은 사진과 같다. 순간적인 찰나를 포착해 생의 단면을 그려내고 정문일침으로 독자의 뺨을 때리는 것이 단편소설의 맛이다. 영리한 소설가는 긴 인생을 짧은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안다. 우리는 이 명제를 투르게네프의 세 번의 만남, 파우스트, 이상한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작품 아니던가?

파우스트는 괴테 거 아니야?”라고 질문할 수 있겠다. “제목이 잘못된 건 아니고?”라고 따질 수도 있겠다. ‘파우스트는 고유명사이니 첫사랑같은 일반명사로 된 동명의 작품이 또 있기 힘들다. 그런데 투르게네프는 괴테의 대작을 버젓이 제목에 올려놓고 러시아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알렉산드로비치는 9년 만에 고향집에 들렀다.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단 하나 그의 옛사랑 벨라만은 예전의 앳된 모습 그대로이다. 그녀는 프리임코프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지만, 9년 전처럼 엄격한 어머니의 법에 순종하여 소설이나 시 등 상상력의 산물인 문학류는 읽지 않고 있다. 왜 그런 걸까?

간단하게 말하면 이 작품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파벨 알렉산드로비치는 고향집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파우스트를 발견한다. 그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파우스트를 다시 만난 감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잠들 수가 없었어. 내 청춘이 다시금 되살아나 환영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더군. 마치 불길처럼, 독약처럼 나의 혈관을 뛰어다니고, 심장은 터져버릴 듯이 파도치고 있었어. 온갖 욕망이 끓어오르는 거야.” 문학이 주는 정서적 격동, 이 리비도(혹은 융이 말하는 그림자)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일깨우는 사람에게 창조적 원동력이 되지만, 그것을 억누르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폭풍우가 되어 그를 집어삼킨다. 알렉산드로비치는 전자에 해당하지만, 벨라는 아마도 후자였을 것이다. 알렉산드로비치는 벨라가 억눌러놓은 이 욕망의 영역을 조심스레 일깨우기 위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모아놓고 파우스트를 낭독해 주지만, 결국 너무 늦게 감정의 격동을 경험한 벨라는 폭풍우에 떠내려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악마로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벨라는 그녀의 초자아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우려대로 되고 만다.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메피스토펠레스를 따라가게 된 것이다.

소설의 끝에서 독자들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투르게네프가 왜 괴테의 작품과 같은 제목을 이 단편소설에 붙였는지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파우스트라는 단어가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통과하면서 고유명사를 넘어 일반명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이상한 이야기세 번의 만남

투르게네프의 단편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남자 주인공이 사모하는 여자 주인공들의 특성이다. 소설에 등장한 여인들은 어딘가 신비롭고 무표정하다. 영리하고 진실하며 조금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여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 신비로움은 소설 속에서 일종의 기묘함으로 나타나며, 그 기묘함은 사건 발생의 전제가 된다.

이상한 이야기에서 는 어느 지주의 딸인 소피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는 소피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서술한다. “전체적으로 그녀에게서 받은 인상은 뭔가 아픔이라기보다는 기묘함이었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단순히 수줍음 많은 시골 아가씨가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닌 독특한 존재였다. 이 존재는 나를 끌어당기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물론 나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이보다 더 진실한 영혼을 지금껏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 영민하고 줏대 있는 소녀는 독실하지만 왜곡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 소피는 믿음이 기적을 일으키는데, 그 믿음은 자기희생과 자기비하에서 시작한다고 굳게 믿는다.

2년 뒤, ‘는 우연히 소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때 소피는 가출한 지 석 달째였고, 바실리라는 남자와 함께 있었다. 실리는 죽은 사람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소문이 난 남자였다. 소피는 바실리가 매우 독실한 사람이며, 그런 사람은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바실리와 함께 순례의 길을 떠났던 것이다. 결국 소피는 순수함과 진실함, 굳건한 믿음이라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길을 선택했고, 소설 밖에 있는 우리에게 소피의 삶은 신비주의와 맹신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로 남는다.

세 번의 만남에 나오는 여인은 좀 더 평범하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밀회를 위해 신비로울 수밖에 없었던 여인이다. 러시아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는 이탈리아 여행 때 본 묘령의 여인을 이웃 마을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된다. 그녀는 이탈리아에서처럼 자신의 연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료된 나는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문지기에게 그 집에는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아닌 나이 많은 두 자매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는다. 1년 뒤, 그는 어느 가면무도회에서 연인과 헤어진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 앞에 그녀의 옛 연인이 다른 여자와 함께 나타나는 바람에 그녀는 무도회장을 떠나고, ‘는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꿈처럼 사라져가는 여인을 바라만 본다.

투르게네프는 여인과 사랑이라는 단순한 원형 위에 성격을 부여하고 어딘지 이상한 상황을 부여한다. 플롯은 간결하지만 독자에게 어떤 잔상을 남긴다. 인화지 위에 나타나는 피사체의 형태처럼 삶의 실루엣을 가슴속에 그려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지금 투르게네프를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