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엠브리오 기담』 ‘천재’ 호러 작가의 귀환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 저자야마시로 아사코
  • 출간일2019-12-03
  • 페이지264
  • 가격13,000원
  • 판형128*188mm
  • ISBN979-11-6026-142-4
  • 분야소설 > 일본소설
책 소개

 

×백이 완벽하게 조화된 오쓰 이치신작

이번 그의 페르소나는 호러 전문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마성의 천재 작가”, “일본 호러 소설계의 카리스마”, “장르 불명, 규정 불가의 시대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호러 소설집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Zoo, Goth- 리스트컷 사건등을 발표한 오쓰 이치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그는 야마시로 아사코명의로는 호러, 괴담 소설을, ‘오쓰이치명의로는 미스터리, ‘나카타 에이이치명의로는 주로 청춘, 연애소설을 쓰는 등 자유자재로 페르소나를 바꿔가며 독자들의 넋을 빼놓는 일본 현대 문단의 독보적인 귀재다. 팬들 사이에서 잔혹한 내용의 소설을 쓸 때는 블랙 오쓰이치, 감동적인 소설을 쓸 때는 화이트 오쓰이치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흑과 백의 오쓰이치가 완벽히 조화된 야마시로 아사코를 만날 수 있다.

야마시로 아사코명의로 된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고풍스런 정취의 옛이야기를 담은 엠브리오 기담과 달리, 이번에는 현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일들을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그래서 더 애절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핏빛 어린 잔혹함과 섬뜩한 반전, 기괴스런 서스펜스와 유머러스함까지 호러라는 장르에서 오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하게 해준다.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슬픔을 그리면서도 빛으로 향해가는 희망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독자들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을 오래도록 사로잡는 투명하고 아스라한 감성의 서정 호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야마시로 아사코는 공포를 중시하는 호러와 괴담을 쓰면서도

결코 이야기를 공포로 가득 채우려 들지 않는다.

공포의 여백을 메우는 것은 애틋하고 아련한 감성이다.

그 감성은 옅지만 한없이 깊고 멀리 퍼져나간다.

_김은모(번역가)

 

저자 소개

 

야마시로 아사코山白朝子

2005년 괴담 전문지 긴 여행의 시작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기담 전문 작가로, 그의 소설들은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끔찍하거나 오싹한 느낌의 호러라기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표작으로 여행 안내서 작가이면서 길치인 주인공이 여행 도중 겪는 일을 그린 기담 연작 엠브리오 기담과 그 속편인 나의 키클롭스, ‘소리로써 가족 간의 유대와 죽음을 풀어내는 단편집 죽은 자를 위한 음악등이 있다.

 

야마시로 아사코단독 명의로 된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상실재생을 테마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몽환적인 서정 호러의 미학을 빚어낸다. 슬픔을 기조로 호러 요소를 가미한 가운데, 미스터리, 공포, SF, 기담 등 각 장르의 특색을 담아 담담한 문체와 애잔한 스토리로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작품집이다.

 

옮긴이 김은모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 『악보와 여행하는 남자, 이사카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프리즘을 비롯하여, 미쓰다 신조의 작가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의 하야미 삼남매시리즈, 검찰 측 죄인』 『달과 게등이 있다.

 

 

차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곤드레만드레 SF

이불 속의 우주

아이의 얼굴

무전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아이들아, 잘 자요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를 두 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을 거야

엠브리오 기담천재호러 작가의 귀환

 

야마시로 아사코 월드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은 헤밍웨이가 썼다고 전해지는 소설과 동명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다. 어느 날 는 집에서 사람의 형상을 목격한다.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밤중에 화장실에 갈 때면 양복 차림에 구두를 신은 남자가 시야 한구석에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이 형상은 유령이다. 그것이 아내에게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사건은 이상한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유령은 왜 나타났고 또 누구일까. 불안에 떠는 나와는 반대로 아내는 유령의 출현 시기를 스프레드시트로 목록화하고 꾸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턴 오버라는 기발한 가설을 도출한다

이 소설은 심령 현상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라는 아이러니와 본격 미스터리의 추리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제목의 유래와 의미를 깨닫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공포 너머에 자리 한 짙은 상실의 비애를 감지하게 된다.

 

 

 

심령 현상에 시달리는 부부의 영혼 보고서

머리를 잃은 닭과 아름다운 소녀의 잔혹 동화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에게 찾아온 기묘한 이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저주에 빠진 세 여자

잡음 사이로 띄엄띄엄 새어 나오는 그리운 목소리……

 

모든 죽은 자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첫 작품부터 맥거핀 효과와 휴먼 드라마로 독자를 완벽하게 사로잡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작가적 기량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계속된다. 실제로 1945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머리 없이 18개월간 살았다는 닭 마이크가 등장하는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이자 잔혹 동화로도 읽힌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정처 없이 나아가는 소년과 머리 없는 닭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감수성과 함께 선연하게 각인된다.

그 밖에도 타임머신이 등장하거나 특정한 하루가 반복되는 유형의 장르인 시간 SF 곤드레만드레 SF에서는 술에 취하면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보이는 등 시간이 혼탁해지는 능력을 발휘하는 여자가 등장하고, 실화괴담의 형식을 취한 이불 속의 우주, 딸을 살해한 어머니라는 비정한 사건을 기상천외한 스토리로 풀어낸 아이의 얼굴,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인과 아들을 동시에 잃고 유해마저 찾지 못한 처참한 남자의 심정을 그린 무전기등 미스터리, 괴기, SF, 기담 등 섬뜩한 전개로 나아갈 만한 소재이지만 작가는 절제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상시키는 잘 자요, 아이들아에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언어적 시청각화를 통해 문장으로 표현 가능한 영상미의 극치를 그려 보인다.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슬픔을 짊어지고 빛으로 향해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여덟 편의 메시지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 는 남편과 딸의 동반자살을 목도한 충격으로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미수와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3년간 되풀이한다. 어머니와 동생이 사는 집에서 재활 치료를 받던 어느 날 나는 강가에서 살려…… ……. 엄마…….”라는 희미한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만큼 가냘픈 목소리. 소리는 동행한 동생도, 엄마도 듣지 못했고 오직 나에게만 들려온다. 환청일지도 모른다. 딸을 잃게 된 데서 오는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인한. 그러나 나는 산책할 때마다 같은 곳에서 그 목소리를 듣게 되고, 마침내는 목소리의 진상을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정상과 비정상,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에서 혼란과 고통을 겪다가, 주인공이 용기를 내어 현실로 귀환하는 모습을 그린다.

날마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재해와 각종 사건사고들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악의, 어리석음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야마시로 아사코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을 상실한 데 따른 슬픔을 어설픈 말로 수습하거나 결말부에 안이한 구원을 마련하는 대신에,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을 애도하는 인간애만은 결코 잃지 않을 거라는 다정한 말을 건넨다. 삶과 죽음, 차안과 피안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을 꾸준히 그려온 작가가 닿은 하나의 도달점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 작품 아이들아, 잘 자요에서는 천사가 등장하는 것은,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슬픔을 하나하나 읽어 내린 독자 모두에게도 진심 어린 축복을 기도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오쓰이치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

언제나 그의 작품은 최고이기 때문이다.

 

_요시다 다이스케(문예평론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