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활기 넘치고 북적북적 즐거운 일이 끊이지 않는 무민 가족의 집에 어느 날 밤, 조그맣고 까만 그림자 하나가 슬그머니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물 창고에 있던 감자를 잔뜩 쏟아 놓고, 아껴 두었던 잼도 절반이나 먹어치워 버렸습니다. 무민파파가 완성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의자도 망가뜨렸고요. 한밤중 무민 가족의 집에 몰래 쳐들어온 이 악당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토베 얀손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림책 시리즈 <무민 클래식>의 네 번째 작품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은 은 한밤중 무민 가족의 집에 들이닥친 작은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1980년에 토베 얀손이 발표한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 책입니다. 배경이 된 무민 가족의 집은 높이 2.5미터의 5층짜리 모형으로, 1970년대에 토베 얀손과 여러 친구들이 3년여에 걸쳐 직접 만든 것입니다. 이 모형은 현재 핀란드의 탐페레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책 속 사진은 토베 얀손의 동생인 사진작가 페르 올로브가 촬영한 것으로,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은 무민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맺은 귀하고 값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음| 토베 얀손
1914년, 조각가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934년부터 ‘무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해, 1966년에는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습니다. 2001년 6월 27일,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림책과 동화, 만화 등 무민 시리즈뿐만 아니라 소설과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무민 시리즈는 텔레비전 만화영화 및 뮤지컬로도 제작되었으며, 동화의 무대인 핀란드 난탈리에는 무민 테마파크가 세워져 해마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페르 올로브 얀손
1920년에 태어났습니다. 토베 얀손의 동생으로, 조형 예술가이자 사진작가입니다. 토베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겼고 작품에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에 발표한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뿐만 아니라 토베가 동생에게 헌정한 소설집 『귀 기울여 듣는 여자』, 자서전 『어느 섬의 기록』 등에서도 사진을 맡았습니다. 쓴 책으로는 소설집 『외로이 방황하는 청년』, 장편소설 『해피 엔드로 끝나는 책』이 있습니다.
옮김| 이유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에서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 스웨덴어를 공부하고, 동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수료했습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북유럽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그림책 『말하는 인형 미라벨』 『비밀의 방』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 『악셀과 율리아의 기차 여행』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위험한 여행』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동화책 『학교 가기 정말 싫어』 등이 있습니다.
세상 모두가 잠자리에 드는 한밤중,
무민 가족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따사로운 햇볕 아래 평화로운 한낮이 지나면 어둠이 스멀스멀 몰려듭니다. 그때부터 우리 주위의 익숙한 모든 것은 점차 낯선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달그락거리던 부엌은 숨을 죽이고, 그림자가 진 책상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습니다. 재잘재잘 소란스러운 바람 소리는 닫힌 창문 너머에서 맴돌고, 온종일 들썩대던 집도 어둠에 잠겨 숨을 돌립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무민 골짜기는 쌔근쌔근 잠든 이들의 숨소리만 들려야 할 깊은 밤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은 어둠이 빚어 낸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인 한밤중 무민 가족의 집에 들이닥친 작은 친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든 두 팔 벌려 맞이하는 무민 가족의 집에서 평소처럼 밤을 맞이한 무민 가족과 친구들 모두 오늘따라 잠 못 이룹니다. 무민 골짜기는 조용했고, 산들바람조차 바다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여느 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밤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을 틈타 무민 가족의 집에 조그맣고 까만 그림자 하나가 슬그머니 들어옵니다. 집 안에 ‘누가’ 혹은 ‘무언가가’ 숨어들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미이입니다. 미이는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마음 졸일 만큼 재미있는 일은 정말 오랜만에 벌어졌거든요! 미이는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악당을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사랑 넘치는 무민 가족의 집에 놀러 오세요!
푸르른 바다와 따사로운 햇빛을 닮은 파란 기둥과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5층집이 있습니다. 높은 산을 둘러 흐르는 강, 너른 바다 사이에 우뚝 솟은 집 안에는 늘 활기가 넘치고 친구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지혜와 유머, 모험과 사랑이 어우러진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모여 사는 집이지요. 무민 가족의 집은 삶의 터전이자 모든 무민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무민’ 시리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 흥미진진한 모험을 겪은 무민과 친구들이 돌아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세상 단 하나뿐인 곳이니까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무민 가족의 집은 토베 얀손의 그림뿐만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핀란드 난탈리에 있는 무민월드에는 실제 집 크기로 지어져 관광객들이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무민 가족의 집이 있고, 크고 작은 모형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중 가장 으뜸은 이 책의 배경이자, 탐페레 박물관의 보물이라 불리는 무민 가족의 집 모형입니다. 2.5미터 높이로 지어진 5층짜리 무민 가족의 집은 토베가 직접 그린 그림 2,000여 점, 미니어처 등과 함께 탐페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무민 가족의 집은 툴리키 피에티에와 펜티 에이스톨라 그리고 토베 얀손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특히 ‘무민’ 시리즈에서 ‘투티키’로 등장하기도 하는 툴리키는 토베 일생의 동반자이자 파트너였습니다. 둘은 여러 작품과 프로젝트를 함께했는데, 바닷가에 떠밀려 온 삼나무를 우연히 발견한 뒤 1976년부터 1979년까지 3년여에 걸쳐 무민 가족의 집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집의 뼈대부터 가구, 벽지, 살림살이, 모형 인형까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특히 모형 인형의 얼굴 표정은 토베가 그리기도 했습니다.
무민 가족의 집이 완성되자, 토베는 집 안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유쾌한 소동을 이야기로 꾸며 1980년에 발표했습니다. 이야기에 어울릴 삽화 자리를 대신한 사진은 토베의 동생인 사진작가 페르 올로브가 찍었습니다. 나무 향이 풍기는 목공실, 무민마마가 잼을 보관하는 지하 창고,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부엌, 온 가족이 모이는 벽난로가 있는 거실, 선장실처럼 꾸며 놓은 무민파파의 방, 소곤소곤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다락방, 등대가 있는 집의 맨 꼭대기까지. 악당을 찾아다니는 미이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한 장 한 장이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사진이 펼쳐집니다. 섬세한 손길로 고풍스럽게 꾸며 놓은 무민 가족의 집 곳곳을 감각적인 사진으로 옮긴 이 책은 토베가 쓴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여기에는 집 모형을 만들고, 이야기를 꾸미고, 사진을 찍어 책 한 권을 펴내기까지 거쳤을 여러 사람의 손끝에 담겨 있던 무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토베 얀손이 쓴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은 무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맺은 귀하고 값진 결실인 것입니다.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에게도 비밀은 있어요
남몰래 무민 가족의 집에 숨어든 불청객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물 창고에 있던 감자를 잔뜩 쏟아 놓고, 아껴 두었던 잼도 절반이나 먹어치워 버렸습니다. 무민파파가 완성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의자도 망가뜨렸고요. 게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미이는 지하에서 부엌으로, 거실에서 다락방으로, 지붕 너머에서 집의 맨 꼭대기로 악당의 흔적을 좇으며 무민 가족의 집에 묵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렇잖아도 하얀 무민은 겁에 질려 온몸이 새하얘져서는 꼬리까지 바들바들 떨리지만 미이를 도와 계단을 지키기로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모여 사는 우리네 대가족 식구들처럼 개성 넘치는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은 집에 벌어진 무시무시한 소동에도 저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나이 지긋한 그럼블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지만, 겁 많은 미자벨은 집의 맨 꼭대기로 숨고, 토플과 미플은 집에서 도망칠 기세로 방에서 뛰쳐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토프트는 책을 읽느라 바쁘고, 스너프킨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집 안에 벌어진 소란스러운 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온 집 안을 뒤흔드는 커다란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불청객 때문에 일어난 소동은 무민 골짜기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무민과 친구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어 줍니다. 끝없는 모험을 겪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또 다시 길을 나서고 싶어 하는 무민파파의 숨겨진 마음까지도 말이지요. 난장판이 된 거실 때문에 잠들었던 집이 깨어납니다. 무민과 친구들은 모두 거실로 부리나케 달려 나와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지요. 무민파파만 빼고요. 사실 달걀 썩는 냄새처럼 고약한 냄새를 맡았을 때부터 무민파파는 집을 엉망으로 만든 게 누구인지 알고 있었답니다. 그런 냄새를 풍기는 작은 악당은 세상에 딱 하나뿐이거든요. 그건 바로 무민파파가 남몰래 알고 지낸 오랜 친구, 모험가이자 해적인 냄새대장 스팅키였습니다.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은 어두컴컴한 집과 정체 모를 악당, 무민파파의 비밀까지 한데 엮여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긴장감 넘치는 한바탕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한밤중 어둠에 싸인 집은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찾아온 스팅키 덕분에 무민파파가 마음 깊이 감추어 두었던 모험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 다른 이들의 비밀을 품은 어둠은 떠오르는 해 뒤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해가 지고 다시 찾아올 밤에 벌어질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면서…….
시리즈 소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핀란드 최고 훈장을 수상한
세계적인 동화 작가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어린이작가정신 <무민 클래식> 시리즈
무민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 속 동물입니다. 1934년, 핀란드의 동화 작가 토베 얀손의 손에서 무민은 맑고 커다란 눈에 하얗고 통통한 몸, 불룩 나온 배와 긴 꼬리를 가진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무민 골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는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비롯한 동화 여덟 편과 만화책, 그림책 네 편 등으로 집필되었습니다.
어린이작가정신의 <무민 클래식>은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미술 분야에도 뛰어났던 토베 얀손이 회화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직접 쓰고 그려, 이제는 고전이 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1960년 발표한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뿐만 아니라 1973년 발표한 『위험한 여행』, 1952년 발표한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980년 마지막으로 발표한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 등 무민과 토베 얀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1914년, 전쟁으로 전 세계가 불안하던 시절 태어나 2014년,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동화 작가 토베 얀손. 그는 조각가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어머니 사이에서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예술적 성향과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집안 분위기는 토베 얀손 또한 예술가로 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또한 자연과 함께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피오르 바다와 완만한 수평선, 시시각각 제 모습을 바꾸는 높은 하늘, 바람 부는 절벽과 깊고 어두운 숲 등 북유럽 특유의 자연환경과 넘치는 생명력이 그의 작품, 그중에서도 그림책에 짙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감각적인 색채로 표현한 뛰어난 묘사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일상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독창적이고도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민’과 관련된 제품들에도 <무민 클래식>의 그림이 활용되어, 보다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무민 시리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핀란드 최고 훈장 등을 수상한 토베 얀손. TV 애니메이션,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북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소개될 정도로 무민 시리즈가 널리 사랑받으며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온 데에는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풍성하기 때문일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그림책은 동화보다도 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이 생동감 넘칩니다. 또한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작품을 봄으로써 느껴지는 긴장감은 독자를 쉼 없이 무민 골짜기 세계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민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속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친절하고 언제나 밝은 무민, 푸근하고 넓은 마음의 아빠 무민과 엄마 무민, 친구인 미이와 스너프킨, 스니프, 이웃인 필리용크와 헤물렌……. 모험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무민 골짜기, 그 경이로운 세계에 사는 이들은 누구나 눈앞에 닥친 문제를 포기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엉뚱하기도, 유쾌하기도 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단점을 감싸 안고 관용을 베푸는 친절함과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며 평화를 추구하는 사랑의 분위기 등 삶을 대하는 깊이 있는 태도와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책을 읽다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입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무민. 토베 얀손의 원화 그림책 <무민 클래식> 시리즈로 아이들은 사회성과 우정, 배려, 존중, 협동, 사랑 등 꼭 알고 느껴야 할 개념을 기르고, 어른들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 번 더 되새기고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