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의 잠』은 여름 한 철 무더위 속에서 짧지만 뜨거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땅속에서 7년여 동안 지낸 매미 애벌레를 발견한 개미들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 시대 대표 작가 박완서의 그림동화입니다. 순수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 놓은 화가 김세현의 독창적이고도 애정 어린 시선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애벌레에서 탈피해 어른 매미가 되기까지 매미가 감수하는 끈기와 인내의 결실, 매미 애벌레를 둘러싸고 벌이는 개미들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냉혹한 오늘, 삶에 지친 우리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목적과 올바른 가치에 관해서까지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 『7년 동안의 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고, 삶에 있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습니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1950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중퇴하였습니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이 있고, 단편집으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어른 노릇 사람 노릇』 등이, 짧은 소설집으로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 있고, 동화집으로 『부숭이는 힘이 세다』 『자전거 도둑』 등이, 장편동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등이 있습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1년에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그림| 김세현
1963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하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2004년 제4회 출판미술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주빈국관 원화 전시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그린 책으로 『만년 샤쓰』 『부숭이는 힘이 세다』 『외딴 마을 외딴 집에』 『준치 가시』 『엄마 까투리』 『청구회 추억』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종묘』 『은혜 갚은 꿩 이야기』 『꽃섬』 『꽃그늘 환한 물』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오소리와 벼룩』 『동백꽃』 『임금이 부른들 이 집에서 나갈까』 등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 박완서 그림동화
『7년 동안의 잠』
맴맴맴맴, 한여름의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들리는 매미의 맑고 깨끗한 노랫소리는 싱그러운 여름날 풍경에 생기를 더해 줍니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매미는 한평생 대부분을 땅속에서 지냅니다. 여름 한 철 무더위 속에서 짧지만 뜨거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러고 나면 매미는 새 생명을 땅속에 품어 놓고 생을 마감합니다. 『7년 동안의 잠』은 그 황홀한 시간을 기다리며 7년여 동안 잠들어 있던 매미 애벌레를 발견한 개미들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 시대 대표 작가 박완서의 그림동화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고 시끄러운 소음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위안이 되는 활기찬 노랫가락이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1970년 전쟁과 분단, 사회 구조 등 암담한 시대현실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에 가 닿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의 데뷔작 『나목』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애벌레에서 탈피해 어른 매미가 되기까지 매미가 감수하는 끈기와 인내의 결실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매미 애벌레를 둘러싸고 벌이는 개미들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냉혹한 오늘, 삶에 지친 우리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목적과 올바른 가치에 관해서까지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야, 크고 싱싱한 먹이다. 싱싱하고 큰…….”
어린 개미 한 마리가 어두컴컴한 땅속 저 깊은 곳을 바라봅니다. 이윽고 눈이 휘둥그레진 개미가 소리칩니다. “야, 크고 싱싱한 먹이다. 싱싱하고 큰…….” 언제고 먹이를 발견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린 개미는 특히 더 뛸 듯이 기쁩니다.
여기저기 콘크리트가 덮이고,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땅 위 세상은 푸른 들판이 드넓게 펼쳐졌던 예전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개미 마을에도 몇 해째 흉년이 이어졌습니다. 광은 텅텅 비었고, 먹이를 찾아 나섰던 개미들은 지칠 대로 지쳐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이 마을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런 때에 큰 먹이라니요! 이 소식을 들은 개미 마을은 들썩들썩, 개미들은 발걸음도 흥겹게 먹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제 개미들의 눈앞에는 군침 도는 커다랗고 싱싱한 먹이가 놓여 있습니다.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어서 광으로 먹이를 가져가야지요. 모든 개미가 일제히 먹이에 달려든 그때, 지혜로운 늙은 개미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이 먹이는 바로, 족히 7년이 다 되도록 땅속에서 목청과 날개를 가다듬은 매미 애벌레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이제 곧 땅 위로 올라가면 허물을 벗고 날아오를 매미를 끌고 가 먹이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굶주린 개미들은 7년이라는 시간도, 그 짧은 시간 한낱 노래를 부르기 위해 땅속에서 참고 기다리는 매미의 노력도 이해할 수 없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화폭에 담아낸 순수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자연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는 세상을 동양화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화가 김세현은 『7년 동안의 잠』에 자연을 고스란히 옮기고자 하였습니다. 삶의 터전인 땅, 땅속에서 긴 시간 머물며 땅 위로 올라가기만을 기다린 매미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했습니다. 땅은 안동 찰흙으로, 매미는 천연 광물성 안료로 채색되어 깊은 색감과 더불어 자연의 생동감이 전해집니다. 2001년 발표한 동화집 『부숭이는 힘이 세다』 이후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화가는 이번 그림책에서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이 살아가는 터전인 땅과 개미 그리고 매미까지, 자연이 가진 활기 넘치는 리듬감을 다양한 구도를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매미 애벌레가 땅속에서 보낸 인고의 시간처럼, 오랜 시간 손끝에서 다듬어진 그림은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여 단순하면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특히 개미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던 개미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렇지만 한눈에 개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지요. 제각각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것이 느껴지는 더듬이에 커다란 눈, 둥근 머리와 꼬리, 오돌토돌한 선으로 이루어진 굵은 몸통과 긴 다리까지. 절제된 선과 면이 이루어 낸 조화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개미를 만들어 내어 독자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개미뿐만 아니라 매미 애벌레, 이파리 하나하나에도 독창적인 생명력이 담겨 있어 작가가 바라보는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생명이 주는 아름답고 놀라운 기적을 보렴
개미들은 목숨과도 같은 먹이를 포기하고 매미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습니다. 이 매미를 광으로 끌고 가지 않으면 개미들은 먹이를 구하러 다시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래도 먹이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요. 그래도 개미들은 굶주림은 조금 더 참아 내기로 하고, 매미가 맞이할 새로운 하루를 위해 길을 터 주기로 합니다. 지난여름, 주위의 아름다움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고, 뻘뻘 땀 흘리며 일하는 괴로움도 가시게 해 주었던 매미의 노랫소리를 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난생처음 땅속이 아닌 땅 위로 매미 애벌레를 옮긴 개미들은 깨달았습니다. 광을 두둑이 채우고 배불리 먹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마음을 풍요롭고도 든든히 하는 것임을 말입니다. 이 책은 모든 생명이 응당 가져야 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먹을 것은 부족하지만 아직 한 움큼 흙이 남아 있고,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빛이 있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가 있는 것을 고맙게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고, 삶에 있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 대표 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요?
이제 개미들은 다시 길을 나섭니다. 매미의 경쾌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말이지요.
시리즈 소개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시리즈
잠자리에 들어 호롱불 밑에서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호롱불은 전기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읽어 주는 그림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고 자라며 그림책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되어서까지 그림책과 함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고, 읽고, 느끼는 누구나 ‘도란도란’ 행복한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의 정서와 생각이 담긴 우리 창작 그림책을 엮었습니다.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은 다채로운 그림과 깊이 있는 글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함께 즐기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삶에 대한 성찰,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즐거움이 담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을 통해 티 없이 맑은 우리 어린이들은 너른 마음과 열린 눈을 갖게 해 주고, 동심을 간직하고자 꿈을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