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5월 31일, 아이다호 교도소에 새로운 수감자가 들어옵니다. 이름 제이크 올리버 에반스, 신장 140센티미터, 나이 열 살, 총격 사건에 휘말려 5년형을 선고받아 공식적으로 아이다호 교도소의 ‘죄수 번호 88’이 되었습니다. 소년 보호 시설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던 그때, 제이크는 제대로 변호도 받지 못하고 끝나 버린 재판 이후 다른 성인 범죄자들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된 것입니다. 학교라고는 가 본 적도 없고, 교도소에서 주는 하루 두 끼 식사만으로도 천국에 왔다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소년 제이크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요?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는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미국 아이다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어린이 문학 작품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으로 아동의 인권을 보장받고 있는 오늘날이라면 열 살 소년의 교도소행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높다란 담장 안에서 열 살 난 소년의 교도소 생활은 어떠했을까. 세상물정 모르는 무지하고 천진난만한 제이크의 눈에 비친 모습은 인권, 인종, 정의, 차별, 교육 등 오늘날 중요한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다양한 문제를 돌이켜 보게 합니다. 제이크의 이야기를 통해 아동 인권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글| 레아 필리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피츠버그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이자 여행가로 여러 차례 잡지에 글을 썼다. 첫 작품인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의 원제는 ‘Prisoner 88’로, 1880년대 아이다호 교도소에 실제로 수감되었던 가장 나이 어린 소년 ‘제임스 오스카 베이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있다.
그림| 이인아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동화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작품 활동을 하며 여러 차례 전시에 참여했다. 커다란 줄기 하나에서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는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린 첫 작품이다.
옮김| 강효원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동안 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지만, 예쁜 딸이 생기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는 책에 매력을 느꼈다. 한겨레어린이책번역과정을 이수하고,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글쓰기를 공부했다. 그리고 한겨레어린이ㆍ청소년책 번역가 그룹에서 활동했다. 아무리 공부해도 더 공부할 게 생기는 어린이ㆍ청소년 책에 푹 빠져 행복한 글쓰기를 꿈꾸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메멘토 노라』 『거꾸로 동물원』 『루시 변주곡』 등이 있다.
미국 아이다호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가장 어린 소년,
제임스 오스카 베이커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1885년 5월 31일, 아이다호 교도소에 새로운 수감자가 들어옵니다. 이름 제이크 올리버 에반스, 신장 140센티미터, 나이 열 살, 총격 사건에 휘말려 5년형을 선고받아 공식적으로 아이다호 교도소의 ‘죄수 번호 88’이 되었습니다. 소년 보호 시설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던 그때, 제이크는 제대로 변호도 받지 못하고 끝나 버린 재판 이후 다른 성인 범죄자들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된 것입니다. 학교라고는 가 본 적도 없고, 교도소에서 주는 하루 두 끼 식사만으로도 천국에 왔다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소년 제이크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요?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는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미국 아이다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73년 문을 닫아 현재는 박물관과 수목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올드 아이다호 교도소의 가장 어린 수감자는 1885년에 수감된 열 살짜리 아이였으며, 과실치사로 오년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이름은 제임스 오스카 베이커, 죄수 번호 88.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비좁은 방에서 열 살 난 소년의 교도소 생활은 어떠했을까. 그러나 교도소의 높다란 담장 안에서 제임스가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관한 공식적인 기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작가 레아 필리기는 여기에서부터 제이크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아동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권리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는 오늘날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소년 사법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동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 아동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모든 아동에게는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른과는 달리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아동의 권리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야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1924년, 국제연맹이 채택한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부터입니다. 이후 1959년 국제연합총회에서 보다 확대된 의미의 〈유엔아동권리선언>이 채택되었으며, 1989년 국제 인권 조약으로서 채택되어 <유엔아동권리협약>에까지 이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95개국에서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가진 기본권으로 네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생존권’, 유해한 것으로 보호받을 ‘보호권’,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발달권’, 나라와 지역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참여권’이 그것입니다.
지금이라면 열 살 소년의 교도소행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제37조와 제40조에는 소년 사법에 관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의 골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의 박탈에 대한 부당함과 아동이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인 경우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사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아동의 권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던 1885년, 제이크는 부당하게 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는 창살이 빽빽하게 박힌 문,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창문, 여섯 걸음 길이에 네 걸음 너비로 삼면이 막힌 좁디좁은 방. 놓인 것이라고는 이층 침대와 변기뿐인 그곳 생활을 제이크의 눈을 통해 바라봅니다.
제이크가 교도소에서 보낸 의미 있는 열 달
온갖 범죄자들이 모인 위험천만한 교도소는 자칫 잘못하면 모두를 수렁으로 이끌 위태로운 평화가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탈옥을 시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약자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하는 그곳에서 죄수 번호 88, 제이크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아빠와 떠돌이 생활을 했던 제이크에게 교도소는 안식처 같기도 합니다. 엄마처럼 제이크를 돌봐 주는 교도관이 있고, 옆방에 수감된 할아버지는 제이크에게 글 읽기도 가르쳐 줍니다. 매일 돼지 농장으로 가서 돼지를 돌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가 하면, 농장 주인 아저씨와 그 아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우애와 우정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깨닫습니다. 누구나 불안감에 진저리치며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교도소가 아이러니하게도 제이크에게는 안정감과 행복을 주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집과 같은 공간이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제이크가 교도소에 온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제이크의 보호자를 자처한 진짜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서 제이크는 몸도 마음도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열 달 만에 교도소를 나서, 보호자 권리를 포기한 아버지 대신 수양 가정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올드 아이다호 교도소는 실제로 사기, 폭행, 위증, 살인, 강도, 횡령 등 다양한 죄목으로 들어온 수감자들이 있었습니다. 인종 또한 다양해서 모르몬교 집단 거주자도 있었고,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에 온 중국인도 있었습니다. 수감자들은 근처 농장이나 과수원에서 일했고, 바위를 부수어 담장도 쌓았습니다. 도서관과 돼지 농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무지하고 천진난만한 제이크의 눈에 비친 이 모든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어 인종, 정의, 차별, 교육 등 오늘날 중요한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다양한 문제를 돌이켜 보게 합니다.
주위에 있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린 소년 제이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이크가 이웃처럼,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제이크가 겪은 아픔과 힘든 시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그곳에 있었던 한 아이, 제이크를 통해 아동 인권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사회 문제를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작가의 말
2007년 6월 찌는 듯이 더운 어느 날, 나는 아이다호 주의 보이스에 있는, 올드펜으로 알려진 아이다호 교도소를 방문했다.
내가 작은 빛이라도 찾으려 애쓰는 사이, 안내원이 여기에 수감되었던 가장 나이 어린 죄수는 열 살이었다고 말했다. 그 죄수의 이름은 제임스 오스카 베이커였고, 1880년대에 과실치사로 복역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열 살짜리 아이가 그런 곳에서 실제로 살았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에어컨도 냉장고도 전기도 없이. 그리고 겨울에는 어땠을까. 난로도 없이 이런 곳에 살다니.
그 아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_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사
이 책은 열 살 난 아이가 살인죄로 어둡고 차가운 성인 교도소에 수감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고 있으나, 책장을 덮고 나면 뜻밖에 밝고 따스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책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1885년에는 소년수 전용 교도소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작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범죄 소년이 소년 교도소나 소년원이 아니라 일반 교도소에서 성인수들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하는 것이 아동 인권 보호에 문제가 있는 것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와 더불어 세월이 흐른 뒤 현재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소년범을 위한 교정 제도 및 시설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도 생각해 볼 것을 부탁하고 있다.
_천종호(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시리즈 소개
<어린이 문학> 시리즈
즐거움과 감동이 가득한, 고학년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읽을 수 있는 문학 시리즈입니다. 작품 속 배경과 소재에 제약을 두지 않고 국내외의 우수한 작품을 엄선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오늘날 가정이 해체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1960~1970년대 가난하지만 정감 있었던 생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프랑스 어느 거리 이야기, 시공을 초월한 시간 여행 이야기 등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작가정신의 <어린이 문학> 시리즈는 독서 능력을 향상시켜 줌은 물론 사춘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간접 경험의 장을 제공하여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음까지도 자라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