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토록 궁금해 했고 알고 싶었던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
그녀의 삶 그리고 예술의 변천사를
집약적이고 압축적으로 만난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싫증 내지 말라. 흥미를 잃지 말라. 무감각이 자라게 하지 말라.
귀중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 그리고 미련 없이 죽어라.
이 얼마나 단순한가.”
_ 토베 얀손, 『페어플레이(Fair Play)』 중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이었다고 말한 토베 얀손. 그는 회화와 삽화, 그림책, 소설, 희곡,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 펜과 붓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창작 매체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다. 그녀에게 예술은 삶 자체였으며, 창작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고뇌와 이해, 차이를 받아들이는 관용과 수용성으로 표출되었다.
2017년 9월 2일부터 3달여 동안 열릴 국내 최초 ‘무민’ 원화전을 맞이하여 무민의 작가이자 북유럽의 사랑받는 예술가 토베 얀손의 창작과 삶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는 『토베 얀손-창작과 삶에 대한 욕망』을 출간한다. 이 책은 토베 얀손의 창작 과정과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긴 스케치, 삽화, 회화, 벽화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작 70여 점과 함께 토베 얀손의 전문가로 유명한 핀란드의 예술사가이자 문학가 뚤라 까르야라이넨, 영국의 기자이자 만화 평론가 폴 그래빗, 토베 얀손의 평전을 쓴 스웨덴의 문학교수 보엘 웨스틴,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영국의 소설가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등이 토베 얀손의 삶과 작품을 다각도로 재조명한다.
서문
뚤라 까르야라이넨 -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삶
폴 그래빗 - 코믹 스트립 아티스트로서의 토베
보엘 웨스틴 - 은빛 돌과 마음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 토베가 가르쳐 준 것
연보
작품
《가름》
무민 이야기와 삽화
무민 코믹 스트립
고전 문학 삽화
회화
벽화
매체를 막론한 위대한 휴머니스트이자 예술가, 토베 얀손
토베 얀손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캐릭터 ‘무민’의 창작자로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핀란드 최고 훈장인 프로 핀란디아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민의 명성과 인기에 가려 토베 얀손의 또 다른 모습과 예술적 매력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기도 했다. 토베 얀손은 ‘무민의 작가’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다. 토베 얀손은 작가이자 삽화가로, 풍자 만화가인 동시에 코믹 스트립 아티스트로, 화가이자 연출자로 활발히 활동했다. 회화와 삽화, 그림책, 소설, 희곡,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 펜과 붓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창작 매체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발휘한 것이다. 『토베 얀손-창작과 삶에 대한 욕망』은 ‘토베 얀손=무민’이라는 관점에서 탈피해, 토베 얀손의 삶 자체를 재조명하며 그의 예술혼이 깃든 다양한 작품의 핵심요소를 집약적으로 구성했다.
토베 얀손의 삶 그리고 ‘무민’ 시리즈
1914년 8월, 조각가 빅토르 얀손(Viktor Jansson)과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어머니 싱느 하마스텐-얀손(Signe Hammarsten-Jansson) 사이에서 태어난 토베 얀손은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예술을 삶의 일부로 인식했다. 젖은 석고 냄새가 나는 소상용 점토로 조각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모든 원고를 읽으며 정확한 느낌을 얻으려 했던 어머니의 성실함은 토베 얀손에게 예술에 대한 열정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십대 때에 이미 잡지에 실릴 코믹 스트립을 만들어 고료를 받았던 만큼, 토베 얀손의 예술가로서의 삶은 예견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토베 얀손은 스톡홀름에 있는 콘스트팍 예술대학(Konstfack art academy)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열아홉 살이 되어서는 핀란드 국립 갤러리의 헬싱키 예술협회 미술학교(Helsinki Art Society)에서 공부를 계속하면서 국내 및 국외에 작품을 전시하며 여행하기도 했다. 1938년에는 파리의 에꼴 다드리엥 올리(Ecole d’Adrien Holy)와 에꼴 데 보자르(Ecole des Beaux Arts)에서 수업을 받은 그녀는 인상파 색채를 동경했고, 마티스 작품을 특히 사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당시, 토베 얀손은 스물다섯 살이었으며 전쟁은 그녀의 예술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스톡홀름에서 미술과 디자인 공부를 마친 뒤, 얀손은 1935년부터 스웨덴어로 발간되던 핀란드의 진보적인 정치 잡지 《가름》에 본격적으로 표지와 삽화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만화에서 공개적으로 히틀러와 스탈린을 조롱했으며 전쟁을 파괴와 고통을 가져오는 존재로 그렸다. 그러나 그 밖의 작품에는 전쟁에 대한 묘사보다 정물과 꽃 등을 선택했다. 전쟁의 공포와 우울을 떨쳐 버리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이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1945년 출간된 첫 무민 시리즈 『무민 가족과 대홍수』이다. 재난과 전멸의 위협이 주는 공포를 다룬 『무민 가족과 대홍수』와 두 번째 무민 시리즈 『혜성이 다가온다』(출간 예정)는 당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여 세 번째 무민 시리즈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출간 예정)의 출간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새로운 출판사를 찾은 덕분에 1948년 출간되면서부터 무민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무민은 토베 얀손의 삶 전반을 지배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45년 첫 출간 이후 1980년 토베 얀손이 직접 만든 무민 입체 모형과 동생 뻬르 올로브 얀손이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작품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에 이르기까지 ‘무민’ 시리즈는 그림책 네 권, 동화 여덟 권이 발표되었다. 또한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가 성공을 거두자 1952년 영국 출판협회에서 이 천방지축 트롤들의 이야기를 어른 독자들을 위한 만화로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이로써 토베 얀손의 ‘무민 코믹 스트립’은 195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석간신문 《이브닝 뉴스》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1959년까지 스물한 편의 무민 코믹 스트립 작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무민’은 토베 얀손에게 창작의 원천이자 힘이었으며 토베 얀손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또한 토베 얀손이 여러 재능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 주었다. 만화와 그림책, 동화뿐만 아니라 무민을 테마로 한 연극, 오페라, 전시회, 노래, 텔레비전과 영화 시리즈 등이 전 세계에서 잇따르며 무민 산업이 발전하자 오랜 시간 감독과 관리에 힘썼고 무민 작업에도 깊이 몰두했다.
그러나 무민의 성공은 그녀가 추구했던 예술가로서의 삶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실 토베 얀손은 무엇보다 예술가가 되고자 했다. 동화 작가이자 만화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탓에 핀란드의 미술계와 비평가들은 토베 얀손의 회화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녀는 연재를 그만둔 뒤 미술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회화를 작업했다. 그런가 하면 1968년 자서전에 가까운 소설 『조각가의 딸』을 시작으로, 1970년 마지막 무민 동화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출간하고, 1975년 <자화상>과 <그래픽 아티스트>를 작업한 이후부터 더는 회화 작업을 하지 않았으며 작품에도 무민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소설을 쓰는 데 더욱 몰두하여, 다섯 편의 소설과 다수의 단편 소설집을 남기고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창작과 삶에의 욕망, 그 정수를 오롯이 느낀다
토베 얀손에게 예술은 삶 자체였으며, 창작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고뇌와 이해, 차이를 받아들이는 관용과 수용성으로 표출되었다. 『토베 얀손-창작과 삶에 대한 욕망』은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토베 얀손의 전문가로 유명한 핀란드의 예술사가이자 문학가 ‘뚤라 까르야라이넨’, 영국의 기자이자 만화 평론가 ‘폴 그래빗’, 토베 얀손의 평전을 쓴 스웨덴의 문학교수 ‘보엘 웨스틴’,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영국의 소설가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등이 토베 얀손의 삶과 작품을 다각도로 재조명한 비평이 실려 있다. 뚤라 까르야라이넨은 회화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가 하면, 폴 그래빗은 코믹 스트립 아티스트로서의 작품과 삶에 대해, 보엘 웨스틴은 작가로서 동화와 소설 작품에 대해 기술한다. 또한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는 어린 시절 토베 얀손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의 입장에서 소회를 풀어내고 있다. 2부는 토베 얀손의 창작 과정과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긴 스케치, 삽화, 회화, 벽화 등 대표작 70여 점을 집약하여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너무도 다재다능했던, 바다와 섬을 사랑했던 예술가, 토베 얀손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