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사건에 기묘한 섬 사람들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 또 고양이……
아기자기한 섬마을에서 하드보일드 범죄의 냄새가!
일본 문단에서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구간: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하자키葉崎라는 가상의 해안도시를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로, 낭만적인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사건과 별난 캐릭터, 감칠맛 나는 전개가 어우러진 유쾌한 미스터리 삼부작이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각 권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무엇을 먼저 읽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하자키 반도 서쪽에 있는 웅크린 고양이를 닮은 섬. 이곳은 직경이 오백 미터밖에 되지 않고 해변은 바위로 이루어져 인기 없는 섬이었지만, 서른 명의 주민과 백여 마리 고양이가 사이좋게 살아가는 고양이 천국으로 잡지에 소개되면서 일약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곳 해변에서 칼에 찔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다. 휴가차 놀러 왔던 고마지 형사반장이 현장에 투입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라 눈물콧물만 흘릴 뿐 소득이 없다. 한편 고풍스러운 외관의 아담한 서양식 ‘고양이섬 민박집’은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름방학 동안 할머니를 돕고 있는 교코는 열일곱 살치고는 지나치게 세상일에 밝은 소녀인데, 십팔 년 전에 일어난 현금 수송차 강탈사건에 얽힌 집안의 비밀을 우연히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해변에서는 마린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바다 위의 폭주족이 하필이면 그 순간 벼랑에서 떨어진 남자와 부딪혀 둘 다 사망, 이라는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들을 파헤치는 것은 또 고마지 형사반장의 몫이다. 하지만 부하 부리기의 일인자인 그답게 실제로 고생을 하는 건 불굴의 나나세 순경. 생활안전과의 후타무라 경위도 아줌마다운 넉살을 부려가면서 솜씨 좋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고양이 피하기에 여념 없는 고마지 반장의 뒤를 용케 쫓아다니는 폴리스 고양이 DC도 한몫 거든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동떨어져 보이던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유머와 시니컬,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조합된 소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좋아하게 될 소설이다.
지은이
와카타케 나나미 若竹七海
1963년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학교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미스터리 클럽에 소속되어 ‘기치 미하루’라는 필명으로 소겐추리문고의 부록책자 『좀의 수첩』에서 「여대생은 수다쟁이」라는 신간소개 칼럼을 집필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5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91년 연작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했다. 이후 제38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였던 『여름의 끝』(후에 『닫힌 여름』으로 제목 변경), 청춘 미스터리 『스크램블』, 자연재해 패닉소설 『화천풍신火天風神』, 역사 추리물 『넵튠의 만찬』, 불운한 명탐정이 등장하는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다채로운 작풍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어두운 범람」으로 제6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단편 부문)을, 2017년 『조용한 무더위』로 SR 어워드와 팔콘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네 탓이야』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의뢰인은 죽었다』 『녹슨 도르래』 『이별의 수법』 『불온한 잠』 등이 있다.
1장 개나 고양이나
2장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3장 우는 고양이는 쥐를 못 잡는다
4장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
5장 고양이가 살찌면 가다랑어포가 마른다
6장 솜씨 있는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
7장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다
8장 고양이의 보은
9장 고양이도 임금님을 볼 수 있다
10장 비둘기 속의 고양이
11장 고양이를 쫓기보다 생선을 치워라
12장 고양이에게 진주를 던져준 격
옮긴이 후기
‘배고파야~옹’ ‘냥더풀!’
깔끔한 뒷맛, 으스스한 반전,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목!
‘고양이섬’은 이름 그대로 곳곳에 고양이가 가득한 섬.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고양이 관련 명소, 온갖 종류의 기념품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근사한 요리와 함께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으로 유명한 ‘고양이섬 민박집’, 고양이에 미친 번역가 시게코가 운영하는 캐츠 앤드 북스, 카페와 베이커리 이름은 고양이 카페와 체셔캐츠 치즈, 하자키 시영 휴양소의 이름도 캣 아일랜드 리조트다. 특히 명소인 고양이섬 신사는 전쟁에서 홀로 살아남은 공주를 이 섬으로 데려왔다는 전설상의 고양이 후지마루 ‘님’을 모신 신사. 각종 고양이 용품에 고양이용 부적을 팔고, 고양이 액막이 기도의 대가로 쏠쏠한 수입을 챙긴다. 한편 간조 시간대에는 갯벌이 드러나 걸어서 육지와 섬을 오갈 수 있다는 것도 관광객의 구미를 당긴다.
그런데 이 아기자기한 섬마을에 범죄의 바람이 불어온다. 나이프에 찔린 고양이에 이어 전대미문의 해상 충돌사고까지, 겉으로만 보면 단순한 사고지만 추적할수록 의심스러운 부분이 드러난다. 고마지 반장은 고양이 알레르기 말고도 다른 알레르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약 알레르기! 게다가 십팔 년 전 현금 수송차 강탈사건에서 훔친 삼억 엔의 행방에 대한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가는 가운데, 사려 깊은 고양이가 가져다준 선물은?
할퀴어볼수록 파헤쳐볼수록 괴이쩍은 그들의 일상
‘일상’과 ‘미스터리’를 교묘하게 뒤섞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솜씨, 인물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드라마를 담는 솜씨는 이 소설에서도 여전하다. 게다가 유머와 미스터리뿐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도 종종 부각된다.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소박한 식사에 감사하는 사람들과 고급 주택가에 살면서도 불행한 사람들, 그리고 인간들의 아귀다툼에는 아랑곳없이 태평스러운 고양이의 일상이 절묘하게 대조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제목으로 쓰인 고양이와 관련된 속담들이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쨌거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다. 때로는 사람의 다리에 엉겨 붙어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앞발에 침을 묻혀 꼼꼼하게 세수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잠만 자는 고양이들. 때로는 다정하게 사근거리고, 때로는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심드렁해 보이는 고양이들이 모습이 시종일관 미소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