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푸시

라틴댄스의 리드미컬한 동작 속에 숨겨진 인생의 또 다른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소설

  • 저자이명랑
  • 출간일2005-10-18
  • 페이지240
  • 가격8,500원
  • 판형153*224mm
  • ISBN978-89-7288-261-9
  • 분야소설 > 한국문학
책 소개

유쾌하고 펄떡이는 생의 기운이 가득찬 작품으로 매번 색다른 희망을 선사해온 소설가 이명랑의 신작. 67kg에 스물일곱 살이며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던 주인공 소희는 어느 날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문화센터의 라틴댄스 강습 전단을 발견한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딸을 냉대하는 친정 엄마, 그 사이에서 옛 애인을 잊지 못한채 건조하게 살아가던 소희의 일상은 라틴댄스 강습소에 들어서는 순간 터닝 포인트에 서게 된다.


슈거 푸시, 위프 스로어웨이, 아메리칸 스핀 등 밀고 당기고 도는 라틴댄스의 기본 동작들은 상처받고 치유하고, 욕망하고 해소하며, 수많은 굴레와 질곡 속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을 비유한다. 라틴댄스의 리드미컬한 동작 속에 숨겨진 인생의 또 다른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소설.

춤에 빠져드는 소희의 일상의 단면을 잘 포착해 리듬 속에 숨겨진 결혼과 가족 이야기의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가의 인생 독법이 돋보인다.

 

저자 소개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문학무크지 '새로운'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1998년 장편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소설, 에세이, 동화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 후 장편소설 '삼오식당' '나의 이복 형제들' '날라리 온 더 핑크' '구라짱' 과 창작집 '입술'을 출간하며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배꼽 잡고 웃다 뒤집어질 정도의 재미로 치유해주고 있다. 현재 서울 디지털 대학교 문예창작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슈거 푸시
작품 해설

 

출판사 서평

라틴댄스의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이명랑식 인생 독법


사람 냄새 나는 활기찬 문체와 구성진 입담, 서사성 짙은 흡입력으로 독자와 평단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소설가 이명랑이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스무번째 작품으로 『슈거 푸시』를 들고 나왔다. 『삼오식당』『나의 이복형제들』에서 풍부한 이야깃거리의 배경이었던 ‘영등포시장’에서 벗어나 그녀가 이번에 택한 것은 ‘라틴댄스’다. 『슈거 푸시』는 이른바 ‘춤바람’으로 대표되는 통속적이고, 불온한(?) 소재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평론가 장석주는 한마디로 “억압적인 가족제도와 그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주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설을 평한다. 가족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소희의 억압된 일상은 라틴댄스의 가볍고 경쾌한 동작과 스텝들 속에서 변주되고 맞물린다.
삶의 또 다른 베이직 스텝과도 같은 결혼제도 안에서 이미 능동성과 의지를 상실한 소희. 남편 태후 몰래 끊은 수강료를 메우기 위해 구두를 훔치거나, 백화점 할인 판매대에서 친정 엄마의 생일 선물로 옷을 훔치는 소희의 도벽은 일상과 가족에 대한 건조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러한 소희는 라틴댄스의 기본인 토toe, 힐heel, 볼ball을 배우면서 인생의 새로운 베이직 스텝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것은 억압과 희생에 대한 반동의 다른 이름이다. 소희의 스텝은 이제 가족 위계질서의 통제자인 친정 엄마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인 삶의 은유이자 가족 통제자의 상징인 ‘여왕벌’을 꿈꾼다. 그녀는 ‘여왕벌’이 되기 전까지는 숨죽이고 들어 앉아, “뒤꿈치로 음흉스럽게,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발바닥에 볼이 닿을 때마다 은밀하게” 스텝을 밟아갈 것을 다짐한다.

“벨벳 날개, 제비나비를 꿈꾸는 배추흰나비의 발짓”

소희의 스텝과 동작들은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탈주의 메타포로 회전하고 턴을 한다. 할머니의 손에서 커온 소희는 엄마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해왔다. 엄마는 열네 살에 초경을 한 소희에게 생리혈이 묻은 팬티를 꺼내 보이며 “발랑 까진” 아이로 치부한다. 열일곱 살 때, 가출하고 돌아왔을 때도 번번이 산부인과로 끌고 가 임신 진단을 받게 했다. 이러한 소희에게 라틴댄스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유와 자율성에 대한 갈구의 몸짓”(장석주)이다. 춤을 배우면서 소희는 거울 속의 ‘나’와 슈거 푸시(서로의 손을 잡고 뒤로 갔다가 다시 밀착되는 동작)를 연습하며 사탕처럼 달콤한 사랑을 상상하고, 강습소에서는 가족제도로부터 억압된 ‘나’의 또 다른 분신인 아줌마들을 만나 함께 춤추며 어우러지면서 안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댄스 강사 ‘나비’의 화려하고 자유로운 날갯짓을 훔쳐보며 잃어버린, 포기해버린 것들을 되찾아갈 것을 결심한다. 작가 이명랑은 『슈거 푸시』에서 춤에 빠져드는 소희의 일상을 가볍고 경쾌한 어조로 내뱉지만, 그 리듬 속에 숨겨진 결혼과 가족 이야기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엄마와 남편 그리고 옛 애인의 추억이라는 뒤틀린 관계망 속에서 소희의 스텝은 부단히, 차라리 억척스럽게 날갯짓 하는 한 마리 배추흰나비로 나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