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방을 도망친 신랑의 자각의 과정을 통해 본 섹슈얼리티의 정치학을 그린 이제하 소설집. 이 소설은 섹슈얼리티 속에 내재한 권력의 그물망을 걷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신혼여행지에서 동창들이 모아준 축의금 봉투 속에서 신부와 다른 동창이 껴안고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 길로 혼자 서울로 올라와 오 년째 행방을 감추고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야바위꾼들한테서 얼떨결에 오심만 원을 주고 사게 된 여자가 '나'의 하숙방으로 찾아오게 되는데….
저자 소개
1937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홍대 조각과와 서양화과에서 수학했다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고, '신태양'에 소설 '황색 강아지', '한국일보'에 소설 '손'이 입선하여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초식', '기차, 기선, 바다, 하늘', '용', '독충'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열망', '소녀 유자', '마초를 죽이려고', '진눈깨비 결혼',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 '빈 들판' 등이 있다.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편운문학상, 동리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풍경의 내부] 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연작의 하나인 '新婦' 에서 그 모티프가 촉발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행정고시를 1차까지 패스하고 그 지방의 유지인 한 사장의 딸 희수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첫날밤 동창들이 준 축의금 봉투에서 희수와 어떤 남자가 껴안고 찍은 사진이 떨어지고, 희수는 아버지의 강요로 결혼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나'는 이에 충격을 받고 호텔방(신방)을 뛰쳐나와 고시공부도 팽개치고 서울로 올라와 5년째 숨어산다. 그러던 어느 날 야바위판에서 만난 서례를 열결에 야바위꾼에게서 50만 원에 사게 되고, 서례가 '나'의 하숙방으로 찾아오면서 '나'와 서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나'와 서례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이 그 내부를 드러낸다. 그 이전에 '나'는 풍경의 표면만을 시각적으로 보기만 했는데, 이제는 풍경의 내부로 들어가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풍경의 표면은 '게딱지 같은' '먹으로 비벼댄 듯한' '썩고 있는' 등의 지저분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그 풍경은 삶의 당당한 일부분을 이루면서 하나의 위력을 가지고 나로 하여금 '육체의 순결이 곧 정신의 순결'이라고 밑게 하였다.
이 소설에서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풍경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 이데올로기, 그 중에서도 순결 이데올로기에 비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