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왕할머니는 올해 아흔한 살인 증조할머니예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요. 이번에 왕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는 엄마가 “할머니 집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게임도 금지!”라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그래서 뭘 하고 놀지 걱정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찾았어요. 그것도 왕할머니랑 하는 마법 같은 비밀 놀이예요. 왕할머니랑 하는 비밀 놀이가 뭔지 궁금하다고요?
『구멍놀이 친구』는 이제 거동조차 불편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왕할머니와 증손녀 세아의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왕할머니를 위해 세아가 들려주는 상상 속 세상 이야기가 바로 ‘구멍놀이’예요.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에서는 벌도 되고, 물고기도 되어서 마음껏 뛰놀고 왕할머니에게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잔뜩 들려줄 수 있어요. 『구멍놀이 친구』 속 아흔한 살 해녀 왕할머니와 증손녀가 손을 맞잡고 돌담 틈새에 난 구멍으로 엿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글| 임수정
어린이책 작가이자 그림책 스토리텔러로 오랫동안 어린 친구들과 감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좋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마음의 크기가 커질 수 있을까? 우리 어린 친구들이 어떤 책을 읽을 때 즐거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담은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쓴 책으로는 『김치가 최고야!』 『아빠를 보내 줘!』 『아빠, 우리 고래 잡을까?』 『대단한 참외씨』 『꽃꽃꽃』 등이 있습니다.
그림| 윤지경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기를 좋아하여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자 합니다. 그린 책으로는 『꼴찌 연습』 『뻥 뚫어 주고 싶다』 『기쁨은 이런 맛』 『바라만 보아도 좋아』 등이 있습니다.
1. 제주도 간다!
2. 왕할머니
3. 구멍 속 나라로
4. 구멍놀이 친구
5. 해녀의 기운이 찌릿찌릿!
6. 별나라에 가지 마요
7. 우리끼리 비밀
나랑 우리 왕할머니랑
돌담 틈새로 엿보는 상상의 세상
우리 가족 왕할머니는 올해 아흔한 살인 증조할머니예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요. 왕할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시고 얼굴도 손발도 쪼글쪼글 주름이 많지만, 나를 얼마나 예뻐해 주시는지 몰라요. 지난번에 왕할머니 집에 갔을 때는 다 같이 피자를 먹었어요. 할머니도, 왕할머니도 피자를 처음 드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그때 할머니는 피자보다 부침개가 훨씬 맛있다고 했지만, 왕할머니는 “세아가 맛있다니 나도 맛있다.” 하고 이야기하셨어요. 자주 만나지 못해도 우리 왕할머니는 엄마보다도 나를 더 잘 이해해 주고, 말도 잘 통한다니까요!
비행기를 타고 엄마가 태어난 제주도에 가서 할머니와 왕할머니를 만나기로 했어요. 왕할머니 집 앞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이 쌓여 있고, 계절마다 예쁜 꽃도 한가득 피어요. 돌담 너머로는 파란 바다도 넓게 펼쳐져 있지요. 이번에는 엄마가 “할머니 집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게임도 금지!”라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그래서 도착 전부터 뭘 하고 놀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할머니 집에는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고, 동네도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집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걱정도 잠시!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찾았답니다. 그것도 왕할머니랑 하는 마법 같은 비밀 놀이예요. 집 밖을 나서기도 힘든 왕할머니지만, 역시 왕할머니랑 나랑은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요. 왕할머니랑 하는 비밀 놀이가 뭔지 궁금하다고요?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될 수도 있는 상상 속 세계로 떠나는 구멍놀이랍니다!
“상상하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뭐든 될 수도 있지.”
고모, 이모부, 이종사촌, 고종사촌……. 가족과 친척을 둘러보면 아주 다양한 호칭이 있지요. 그중에도 엄마의 엄마, 아빠의 엄마는 할머니라고 불러요. 그렇다면 할머니에게도 엄마가 있겠지요. 할머니의 엄마는 ‘증조할머니’라고 부릅니다.
『구멍놀이 친구』의 주인공 세아에게는 연세 지긋한 증조할머니가 있습니다. 평생 물질을 하며 가족을 일군 증조할머니의 별명은 ‘왕할머니’입니다. 왕할머니는 이제 거동조차 불편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요. 세아는 오랜만에 만난 왕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로 합니다. 바깥세상을 보고 와서 왕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 거예요. 바로 ‘구멍놀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돌담 사이사이에 난 자그마한 구멍 너머로 세아가 본 세상은 알록달록 꽃이 만한 아름다운 꽃밭입니다. 또, 이따금 색을 바꾸곤 하는 맑고 푸른 바다를 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세아는 벌이 되어 꽃들과 하나 되어 날고, 자유롭게 바닷속을 헤엄치면서 물고기들과 유쾌하고 즐겁게 놀기도 합니다. 구멍 속 세상인 ‘구멍나라’에서는 아마 왕할머니도 하루 종일 집 안에만 누워 있지 않고, 힘들게 걸을 필요도 없을 거예요. 날개 달고 훨훨 어디든 날아다닐지도 모르지요. 세아가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놀이터는 스마트폰 게임이나 만화 속이 아니라 예전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온 귀한 삶의 터전이자, 앞으로 세아가 지켜 나가야 할 소중한 자연입니다.
만화를 보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세아지만, 돌담 구멍으로 들여다본 세상은 특별한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벌이 되는 상상, 물고기와 친구가 되는 상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돌담 구멍 속 세상을 방 안으로 가져와 몸이 불편한 왕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순수하고 기특한 마음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왕할머니의 사랑이 해맑게 피어난 것이겠지요. 세아가 선물한 경쾌하고 마음 따뜻한 구멍나라 이야기는 왕할머니에게 휴식과 위로, 즐거움이 됩니다. 왕할머니도 그동안 살아온 세월보다 더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 주지요. 수영을 싫어했던 세아도 평생을 물질을 해 온 왕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용기 있게 수영을 배우기로 하고요.
『구멍놀이 친구』의 세아에게 왕할머니는 상상 속 세상을 공유하는 친구입니다. 돌담 안과 밖을 연결하는 구멍처럼 할머니와 세아를 끈끈하게 이어 주는 정과 사랑의 매개체가 바로 ‘구멍놀이’이지요. 할머니와 증손녀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경쾌하고 마음 따뜻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아마 세아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왕할머니와 구멍놀이를 이어 갈 거예요. 전화로, 편지로 왕할머니와 추억을 쌓겠지요. 요즘은 스마트폰 게임도, TV 애니메이션도, 유튜브도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지만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세아처럼 우리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껏 몰랐던 갖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추억이 마음에 아로새겨질 테니까요.
시리즈 소개
<책마중 문고> 시리즈
드넓은 책의 세계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문학 시리즈입니다. 그림책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과 풍부한 그림으로 읽기 책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여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등에서 겪게 되는 정서적ㆍ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야기,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하여 아이들의 마음에 올바른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꿈과 희망, 사랑, 행복을 심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