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서 고립된 아이가 들려주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
노르웨이 ‘2012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노르웨이 국립 그래픽디자인상’ 수상작
수줍음 많고 말수 적은 타이라는 학교에만 가면 전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타이라에게 따가운 눈길을 보내거나, 뒤에서 귓속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면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인 타이라의 마음속에는 슬픔이 소용돌이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습니다. 타이라가 행복한 순간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음악을 들을 때, 피아노를 칠 때,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고양이 비발디와 놀 때입니다. 누가 또 타이라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는 따돌림을 당해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상황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주인공 타이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내어, 교실 저 구석진 자리에서 모두의 공감과 이해, 소통을 바라는 고립된 아이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보여 줍니다. 고양이 비발디와 함께 비발디의 음악을 들으며, 가슴속 슬픔과 분노와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는 타이라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나와 너, 우리의 문제점을 스스로 돌이켜보고 답을 이끌어낼 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헬게 토르분
1951년에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오슬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1977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 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과 문학을 통한 심리 치료 방법에 대해 연구했으며, 다양한 정신 질환을 가진 아동의 독서 치료 활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방면의 작품을 썼으며, 어린이를 위해 쓴 책으로 『환상의 시선』 『밤』 『갑자기 고양이가 됐어!』 등이 있다.
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1981년에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태어났다. 오슬로 국립예술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스웨덴 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2012년에 『비발디』, 2014년에 『남쪽에서의 생활』로 노르웨이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 쓰고 그린 책으로 『공』이 있고, 그린 책으로 『바비와 닐스의 소원』 『풍선 잡기』 『갑자기 고양이가 됐어!』 등이 있다.
옮김|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1998년에 노르웨이로 건너가서 노르웨이 크빈헤라드 고등종합학교 강사, 크빈헤라드 예술학교 전임 강사로 있으면서 노르웨이 국제문학협회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되었으며, 2012년, 2013년에 노르웨이 국립예술장학금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행복은 철학이다』 『피렌체의 연인』 『행복을 훔치는 도둑, 우울증』 『요한 기사단의 황금사자』 『말 도둑놀이』 『악동 테리에』 『보자기 유령 스텔라』 『자연을 거슬러』 『위성인간』 『충분히 아름다운 너에게』 등이 있다.
누가 또 타이라의 마음을 이해해 줄까요?
수줍음 많고 말수 적은 타이라는 학교에만 가면 전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타이라에게 따가운 눈길을 보내거나, 뒤에서 귓속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면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인 타이라의 마음속에는 슬픔이 소용돌이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습니다. 타이라가 행복한 순간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음악을 들을 때, 피아노를 칠 때,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고양이 비발디와 놀 때입니다. 누가 또 타이라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경험하는 작은 사회인 학교에는 다양한 관계가 존재합니다. 선생님과 학생, 같은 반 친구, 고학년과 저학년, 선생님과 선생님…….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 또래 친구들 사이의 관계일 것입니다. 가치관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사회성이 여물지 않은 성장기 아이들이 모여 이루는 ‘또래 집단’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또래 집단이 오늘날 세상에 던진 화두는 왕따, 집단 따돌림입니다. 우울, 의욕 상실, 사회 부적응, 자살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분명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누구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는 따돌림을 당해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상황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주인공, 타이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불명확하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학교 안팎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요?
비발디와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피아노 선율을 은빛 실처럼 생각하는 아이, 잔디밭에서 신 나게 춤출 수 있는 아이, 제가끔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다 화분을 깨뜨리기도 하는 아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이 아이가 바로 타이라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다릅니다. 교실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늘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아이이면서, 다른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모두가 피하는 아이입니다. 타이라는 어느 때부터인가 왜인지도 모르게 학교 안에서, 교실 안에서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타이라가 연필을 깎으러 교실 뒤쪽으로 가니,
그림책을 보던 여자아이들 한 무리가 눈에 띄었어요.
아이들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소리 없는 경보기라도 울린 듯
모두 타이라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어요.
모두 타이라에게서 멀리 떨어지려 애쓰는 것 같았어요. -본문 중에서
같은 반 아이들 누구도 타이라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 타이라는 그저 이상한 아이일 뿐입니다. 입을 열면 비아냥대고, 말없이 있으면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고, 운동장을 지나가면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축구공을 던져 맞히기도 합니다. 타이라 주위의 어른들은 또한 누구도 타이라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이라가 집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님은 잘 알지 못하고, 선생님들 또한 ‘원래 저런 아이니까.’ 정도로만 생각하고 수수방관할 뿐입니다.
타이라는 ‘왜’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을까요? 그 대답은 누구도 명확히 할 수 없습니다. 실제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들여다보아도 가해자, 즉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비슷합니다. “그냥 싫었어요.” 혹은 “장난이었어요.” 심리학을 전공하고 아동 심리치료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한 작가 또한 이 부분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왕따 당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감성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하여 타이라의 정서적인 고통을 절절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 상황과 타이라의 깊은 마음은 작품 전체에 펼쳐진 그림 속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펼쳐지는 다채롭고 화려한 색감의 그림은 간명한 듯하지만 강한 여운을 남겨 독특하고 암시적인 느낌을 줍니다. 경쾌하고 통통 튀는 원색 너머에 엿보이는 어둠, 우울하고 깊은 마음속 어둠 안에 깃든 작은 희망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조적인 감정이 뚜렷하고도 조화로운 그림으로 한데 모여 타이라가 학교 안팎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독자의 마음속에 천천히, 깊이 스며듭니다. 은유적인 글이 나타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상상력으로 시각화한 이 책은 노르웨이에서 ‘2012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에 선정되었으며, ‘노르웨이 국립 그래픽디자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풀어 가야 할 숙제
모두에게서 고립된 아이가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집단 따돌림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의 그림이 담고 있는 느낌과 같이 암담하고 답답한 상황만을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는 타이라가 버려질 뻔한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고양이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의 이름을 따서 ‘비발디’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여깁니다.
친구가 생긴 타이라는 자신을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를 찾습니다. 고양이 비발디와 함께 비발디의 음악을 들으며, 가슴속 슬픔과 분노와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는 것이지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음악과 자연의 세계는 타이라에게 유일한 탈출구이자 도피처입니다. 그렇다고 타이라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도망치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 치유 과정을 거쳤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다독이며 바뀌어 가는 타이라의 모습과는 반대로, 학교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타이라를 괴롭히고 피하며, 선생님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모님은 다그치기만 합니다. 여기에서 집단 따돌림이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집단이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공감으로, 이해로,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되풀이될 뿐이고, 더 큰 문제를 낳을 뿐입니다. 타이라를 관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친구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자신도 타이라처럼 괴롭힘 당할까 봐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아이의 단 한마디로도 변화의 실마리를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타이라 주위의 모두가 그제야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나서면서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는 끝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는 단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오감을 열어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짧지만 깊은 글을 통해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나와 너, 우리의 문제점을 스스로 돌이켜보고 답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에게는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누군가를 따돌리는 아이에게는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우리 주위에 같은 일을 겪는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